Sasquatch fabrix | 사스콰치패브릭스
Daisuke Yokoyama
일본 전통 의상과 일본 특유의 미학을 미국에서 유입된 스트리트 문화와 융합한다. 동시대의 문화와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대로 사스콰치패브릭스의 옷에는 철학적인 이야깃거리가 다분하다.
사스콰치패브릭스는 디자인 유닛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친구이자 지금의 파트너인 가추키 아라키와 간단한 옷, 잡지 등을 만들었다. 그러다 2003년 한 전시를 준비했는데, 그게 결국 브랜드의 시초가 되었다.
사스콰치는 ‘원인(설화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큰 짐승)’이라는 뜻이다. 당신은 어떤 의미로 이 단어를 쓰고 있나?
우리가 만든 첫 컬렉션이 입소문을 타고 큰 반응을 얻었으면 했다. 마치 아메리칸 인디언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구비 설화 속 동물 사스콰치처럼 말이다. 여기에 ‘패브릭’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하이 퍼포먼스 반달리즘’으로 브랜드를 소개한 것을 봤다. 어떻게 해석하면 옳은 건가?
이미 존재하는 요소와 콘셉트를 부수고 새로운 미학을 정립하려는 의지다.
자포니즘을 스트리트웨어에 접목하곤 한다. 왜 그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기본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에 유입된 서양 문화가 성장한 스트리트 문화’를 다룬다. 언젠가 내가 디자인에 더 관여하게 되었을 때 나의 일본적인 배경, 정체성을 좀 더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양 문화를 기본으로 한 스트리트 문화 속에서 자랐다. 여기에 일본 현대 역사와 본질적인 문화 등이 자연스레 녹아들었기 때문에 또 하나의 ‘퓨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너무 이치에 맞는 결과물이다.
전통 의상의 요소들을 다루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당신의 옷은 쉽게 설득될 만큼 매우 세련됐다.
특징이 강한 커뮤니티 사회의 민속 의상에 관심이 많다. 그 옷에는 지역사회와 환경, 생활 습관, 추구하는 미학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것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연구하며 내 옷에 적절하게 적용하려 노력한다. 때론 잘못 쓰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객관적인 레퍼런스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좀 더 창조적인 작업이 가능했다.
유카타를 변형한 셔츠와 토비 스타일의 팬츠가 인상 깊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모습 같기도 했다.
패션은 동시대의 문화와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진보적이어야 한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이자 제목은 ‘제9조’다. 일본 헌법 제9조는 국가와 관련된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쟁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2014년 7월 일본 정부는 이 조항에 대한 재해석판을 발표했는데, 일본이 무력 침공을 받을 시 교전권을 허용한다는 소극적 차원에서 동맹국, 주변국이 공격받아도 무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넓은 범위로 해석 변경을 담은 법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총리가 일본의 헌법 개정 절차를 어겼기 때문에 일부 정당과 국민은 이 법안을 정당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사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다. 컬렉션의 주제로 민감한 문제인 것은 알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에 충분히 드러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사안을 패션이라는 틀로 옮기기 위해 군복의 형태와 세부를 빌려왔다. 오래된 군복에서 얻어낸 두꺼운 실을 사용하거나, 일본 전통의 사키오리(오래된 옷을 찢은 후 리넨 실을 함께 엮은 일본 전통 기법)로 특별한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대전 이후 유입된 미국 문화와 일본 전통 간의 융합을 표현하고자 했다.
협업도 많이 해왔다. 당신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일본 스트리트 신에서는 유독 협업이 두드러지는데 그건 어떤 개념인가?
불행하게도 흥미롭지 못한 협업들이 많았다. 좋은 협업이란 두 개를 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곱하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내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조율. 이러한 민감하고 복잡한 절차들은 집단행동에 강한 일본인의 성격과도 잘 맞기 때문에 당신이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특별히 좋았던 기억은 있을 거다.
치요노후지(Chiyonofuji)라는 일본의 유명한 스모 선수가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명 스모장 ‘고코노에(Kokonoe)’와 협업한 적이 있었는데, 내겐 그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일본이 세계적인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배출해낸 이유가 뭘지,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일본은 위치상 극동쪽에 있고, 게다가 섬나라다. 나는 이러한 지리적 요인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항상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고, 일본은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인은 친숙하지 않은 물건을 실생활에 거부감 없이 적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린 그걸 ‘미타테(Mitate)’라고 한다. 일본의 모든 크리에이터 역시 무의식적으로 미타테를 작업에 반영한다. 낯선 서양 문화와 일본의 독창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조금 새로운 리스트가 나올지 모르겠다. 지금 당신이 주목하는 젊은 아티스트들, <아레나>의 독자들이 방문해도 좋을 도쿄의 장소, 어떤 것이든지 추천한다면?
헨더 스킴(Hender Scheme), 에드 로버트 저드슨(Ed Robert Judson)처럼 독특한 식견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리고 류이치 오하라(Ryuichi Ohara)의 조각 작품도 좋아한다. 장소라면, 짐보초역 근처에 있는 앤티크 서점, 오이마치, 우모리, 가마타, 몬젠나카초에 있는 몇몇 바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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