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르메스
실용성이 중요한 ‘현실적인 패션’과 심미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 패션.’ 시즌을 거듭할수록 이 간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유를 꼽자면 성별의 구분을 없애버린 무성의 옷이 패션 시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것일 터. 여자 옷으로 착각할 만한 로에베와 구찌 등의 컬렉션은 현실보단 이상에 가깝다. 하지만 신선하다.
그래서 패션에선 이들의 존재가 중요하다. 에르메스는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지만 따지자면 전자에 치우친 편이다. 현실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투박함과 거리가 먼 에르메스 컬렉션은 ‘우아함의 정석’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이 가방은 에르메스의 그러한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매끈하고 견고한 가죽 토트백 안에 부들부들하고 연한 가죽 소재의 버킷백이 들어 있다.
같이 또는 따로 들어도 된다. 고상한 외모에 실용성까지 갖춘 셈이다. 화려하고 트렌디한 가방이 차고 넘치지만 정작 눈길이 가는 건 이렇게 담백하고 실용적인 물건이다. 가격미정.
2. 보테가 베네타
창의적인 삶을 주제로 한 이번 시즌의 보테가 베네타. 토마스 마이어는 컬렉션을 준비하며 머릿속에 실용적이면서도 즉흥적인 남성상을 그렸다. 이를테면 멋보다 필요에 의해 그날 입을 옷을 정하는 남자. 그러니까
이 더플백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남자를 위해 태어난 거다. 무엇이든 집히는 대로 넣어도 상관없을 만큼 큼지막하고, 내용물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양이 잡혀 멋스럽다. 가격미정.
3. 구찌
남자가 메는 가방 맞다. 헷갈릴 만하다. 여자친구의 핸드백을 좀 크게 만들면 이런 모양일 테니. 중성적이고, 심플하며 빈티지한 감성을 풍긴다. 이번 시즌, 혁신을 감행한 구찌의 스타일을 응축한 액세서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단 5일 만에 전혀 다른 구찌의 이미지를 완성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감성이 듬뿍 담긴 가방이다. 가격미정.
4. 디올 옴므
크리스 반 아쉐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통해 극적인 포멀웨어와 스트리트 웨어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모델은 핀 스트라이프 수트에 이렇게 현대적인 토트백을 들고 등장했다. 펀칭 디테일 사이로 몬드리안식 색감의 체크 패턴이 은은히 드러난다. 모던함이 도드라진다. 포인트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인 백팩 모양의 보조 가방이다. 물론 따로 사서 끼워야 한다. 가격미정.
5.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의 다미에 패턴에 독특한 모티브가 섞였다. 밧줄이 얽힌 듯 기묘한 패턴은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크리스토퍼 네메스의 작업이다. 1980년대 런던에서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네메스는 급진적이고 참신한 작업을 여러 번 선보였지만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디자이너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킴 존스는 이번 컬렉션을 헌사했다. 가격미정.
6. 프라다
프라다는 이번 시즌 ‘나일론’ 소재를 승부수로 꺼내 들었다. 검은색 나일론 소재는 프라다의 시작이자 성장의 근간이다. 은인과도 같은 이 소재로 미우치아 프라다는 우아하고 담백한 유니폼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완성된 모노톤의 나일론 재킷과 코트 등에 매치한 건 바로 이 가방. 검은색 나일론과 사피아노 가죽으로 만든, 모범생 같은 책가방이다. 3백40만원.
7. 토즈
토즈는 전형적인 젯셋족을 모티브로 삼는다. 언뜻 고루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바로 이 가방처럼. 당연히 코듀로이 소재처럼 보일 거다. 그런데 만져보면 놀랍게도 가죽이다. 토즈는 기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 개발에 도가 텄다. 양가죽을 코듀로이처럼 가공한 것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 이 소재는 토즈의 ‘토털 룩’ 컬렉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백만원대.
8. 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 백팩을 등이 아닌 앞으로 멘 룩을 선보였다. 그건 이번 시즌 런웨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다. 도대체 스테파노 필라티의 머릿속엔 어떤 그림이 있었을까? 그의 답은 ‘에코-워리어’다.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이미 파괴된 환경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전사. 쫀득쫀득한 질감의 가죽으로 만든 이 가방에 보호 장비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가격미정.
9. 발렌티노
고급스러운 색감의 기하학 패턴은 이번 시즌 발렌티노의 핵심이다. 이는 호주 멜버른의 젊은 아티스트, 에스더 스튜어트의 작업이기도 하다. 에스더 스튜어트의 작품을 접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그의 기하학적이고도 풍부한 색감에 매료되어 컬렉션 곳곳에 이를 응용했다.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이 백팩이 그중 하나다. 가격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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