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김정호 illustration 기혜연 Editor 김민정
30대 청년의 비상하는 옷장, 최용운
자신만의 색깔을 일찌감치 발견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용운의 옷장은 기발하기 그지없다. 그의 옷장은 어릴 적 꿈꾸던 우주선을 떠올리게 한다. 옷장을 배경으로 당당히 세워진 책상과 그 아래 서랍식으로 만들어진 침대까지. 소년이 꿈꾸던 엔터프라이즈호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게다가 책상 위에 달린 프로젝트가 침대 앞으로 내려질 전자동 스크린에 쏘아진다면 여긴 진정한 사령탑이 되는 것이다. 젊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옷장은 멀티플레이다. 현재 디자인 두기 인테리어 사무실 실장이라는 직함을 단 젊은 남자는 이미 일본 JCD(Japanese Society Commercial Space Design)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공인받은 인재다. 동글게 만 티셔츠 꾸러미와 청바지로 채워진 오른편의 장과 넥타이를 길게 걸어놓은 왼쪽 옷장은 그날의 스타일에 따라 어느 쪽이 열릴지 결정된다. 옷을 고르는 일이 책상 들락거리는 일만큼이나 잦을 법한 스타일리시한 디자이너에게 두 공간은 분리될 수 없다. 감각적인 조명과 빛나는 레드 옷장 또한 젊은 아티스트답게 산뜻하다.
정리의 묘를 살린 드레스 룸, 김치호
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최대 장점은 구속 받지 않는 공간 활용에 있다. 공간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인 김치호의 집 또한 그의 독창적인 구획 정리로 범상찮은 구조를 보여준다. 카고 팬츠에 스터드 장식의 화이트 셔츠를 입은 그가 맞아준 마포의 옥탑방은 자유분방하다. 평소 옷차림을 보면 그도 만만치 않은 양의 옷을 모아놓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잘 정리된 집 안을 보니 또 한 번 기대에 부풀었다. 그가 우리를 인도한 곳은 침대 뒷공간을 막아서 만든 작은 옷방. 가지런히 정리한 안경과 얌전히 줄지어 걸린 모자들, 온통 아프리카 냄새가 나는 색감까지, 왠지 한 시즌을 정리해 놓은 쇼룸같이 통일된 분위기다. 반 평 남짓한 좁은 옷방이었지만 선반과 행어를 적절히 이용해 기능적인 옷장을 만들었다. ‘성격에 맞는 공간, 사용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그. 분명 먼지 한 톨도 인정하지 않는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옷장, 홍선표
닉스, 어바웃, 카파, T 등 감각적인 브랜드를 론칭한 Bread&Butter의 홍선표 대표의 옷장은 2개로 나누어져 있다. 복층 구조의 집 아래에 마련된 붙박이장과 햇빛이 잘 드는 거실에 놓인 옷장. 홍선표 하면 청바지 아니냐는 그의 말처럼 한 옷장을 통째로 청바지 전용장으로 쓰고 있었다. 1백여 개의 청바지를 가진 그는 오리엔탈풍의 장에 그의 마스코트인 청바지를 말아 넣어두었다. 청바지 한 아이템으로 어쩌면 그렇게 화려한 컬러웨이를 할 수 있는지, 1백여 개의 청바지 중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청바지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니겠는가. 옷장 문을 닫으면 왼쪽의 세련된 B&O 오디오와 함께 멋진 자태를 뽐내니, 옷장이 옷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장식품이 되었다. 옷보다 더 화려한 옷장은 응당 잘 보이는 거실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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