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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의 천국

볕이 점점 좋아진다. 낮술이 당기는 계절이 다가왔다. 햇살을 만끽하기 좋은 네 곳을 가봤다. 이곳이 천국일까.

UpdatedOn May 20, 2015


툇마루 위 낮술 한잔

식물
작은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익선동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서면 의외의 공간이 나타난다. 1980년대 한옥을 개조한 ‘식물’이 바로 그곳이다. 패션 사진작가 루이스 박이 작년 가을에 연 공간으로 영국 빈티지 아이템부터 어머니가 쓰시던 오래된 자개 테이블, 아티스트가 꾸민 다양한 의자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품들이 저마다 기와로 쌓은 벽과 햇살 아래 조화를 이룬다. 하늘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즐기는 낮술의 맛은 열 안주 부럽지 않다.

‘그리워져라’ ‘구기동 양복집’ ‘달과 6펜스’ 같은 독특한 이름의 칵테일부터 생맥주를 비롯한 다양한 맥주, 와인, 위스키까지 이른 시간부터 알코올을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 취하는 걸 두려워 말자. 식물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분위기에 취한 당신을 마주할 거다. 얼마 전부터 외부 음식을 반입하지 못하니 참고할 것.

메뉴 식물 칵테일(그리워져라, 구기동 양복집, 달과 6펜스) 6천원, 생맥주 6천~8천원, 팩 와인 7천원
위치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46-1
문의 02-747-4854


















전시 보고 한잔하고

아트씨 컴퍼니
볕 좋은 날 테라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벗 삼아 앉아 있노라면 여기가 어딘가 하는 마음이 생긴다. 홍대인 듯 홍대 아닌 홍대 같은 공간인 아트씨 컴퍼니에서는 매월 한 번씩 공연이 열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가로수길 중심에 자리한다는 게 이곳의 특징이다.

허브와 레몬의 상큼함이 매력적인 모히토는 아트씨 컴퍼니가 추천하는 낮술 메뉴로 스피어민트와 유기농 황설탕, 바카디 럼을 기본으로 레몬을 넣은 오리지널 모히토, 자몽을 넣은 자몽 모히토, 애플청을 넣은 애플 모히토 중에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그게 무슨 낮‘술’이냐 하는 생각이 든다면 보드카 토닉이나 로즈메리를 넣은 로즈메리 보드카를 추천한다. 가벼운 팝콘이나 칩스 또는 아트씨 컴퍼니에서 직접 담근 짭조름한 올리브를 곁들이면 좋다.

메뉴 모히토(오리지널, 애플, 자몽) 1만6천원, 보드카 토닉 1만3천원, 로즈메리 보드카 1만5천원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2길 34-5
문의 02-549-0110


















친구의 집 같은 편안함

마돈나 릴리
페르시안 고양이 두 마리가 주인보다 먼저 손님을 반긴다. 3룸 빌라를 개조한 마돈나 릴리는 밖에서 간판도 잘 안 보이지만, 그래서 더 좋다. 다른 사람은 몰랐으면 하는 곳. 친구의 집에 놀러 온 듯한 아늑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술을 부르고,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나른함을 동반한 기분 좋은 여유를 선사한다.

무엇을 마셔야 할지 고민된다면 20도 초반의 다이키리나 보드카 오렌지 리큐어와 크랜베리 주스에 생라임을 넣은 코스모폴리탄, 생사과를 갈아 넣은 상큼한 애플 마티니를 추천한다(단, 여자와 동행했을 때). 맥주? 없다. 때문에 장담하건대 마시기 시작하면 ‘제대로’ 낮술을 즐기게 될 거다. 끊임없이 다음 잔을 부를 것이 분명하므로 거나하게 취해서 초저녁부터 자고 가겠다고 외치는 실수를 범할 위험이 높아진다. 잘 꾸며진 집 같은 공간이지, 집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마돈나 릴리는 그런 곳이다.

메뉴 다이키리 1만원, 코스모폴리탄 1만원, 애플 마티니 1만원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19
문의 070-8871-3362



















파리의 향수, 아니 한잔

앙드뜨와
프랑스어로 하나, 둘, 셋이라는 의미의 앙드뜨와는 이태원에 자리한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파리에서 볼 수 있는 카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 도로로 나 있는 테라스에 앉아 갈릭버터를 곁들인 앙드뜨와의 인기 메뉴 에스카르고와 메를로 함유량이 높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아상블라주 와인 샤토 드 레스탕(Chateau de l’Estang)을 한 병 올려놓고 즐기는 낮술이야말로 5월이면 반드시 누려야 할 행복한 사치가 아닐까.

파리에 가보지 않았더라도 파리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앙드뜨와다. 날씨가 조금 더워지면 시금치를 갈아 만든 딥 소스에 셀러리, 당근, 파프리카 등 채소를 곁들여 청량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하는 것도 좋다. 알코올은 부담스럽지만, 낮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이다 특유의 단맛과 적게나마 알코올 맛을 느낄 수 있는 르샤누아 애플 시드르를 추천한다.

메뉴 샤토 드 레스탕(글라스) 1만6천원, 로제 와인(글라스) 1만2천원부터,르샤누아 애플 시드르 1만4천원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89
문의 02-79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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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이준열
Editor 김종훈
Words 유성미(프리랜서)

201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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