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앞에서 베이스 중엽이와.
- 키치조지의 하모니카 골목.
“아, 도쿄에서라면 저는
키치조지라는 동네에 갑니다.”라고
대답했다. “아! 알아요! 키치조지.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에도
나오잖아요.” 마주하고 인터뷰하던
에디터가 반갑게도 아는 체를 했다.
“아, 네. 저도 그 노래에 나오는
현장에 있었습니다만. ‘키치조지와
검은 고양이’. 저도 델리 스파이스
멤버들과 함께 여행 중이었어요.”
신기하다는 듯 에디터는 눈을
반짝였다. “와, 노래 가사에서나 듣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거군요!”
키치조지는 나의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곳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그 지역에서 다녔던 터라
친구들을 만나기에도 편하고 그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야릇한
향수에 빠진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도쿄는 고향이기도 하지만,
20년 넘는 한국 생활을 한 또
나에게 도쿄는 아주 좋은 여행지다.
그러니까, 또 다른 의미에서
키치조지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복잡하지 않고, 구석 구석 편한
가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동네’라고
설명해주고 싶다. 키치조지의 매력을
알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말이다.
키치조지에 간다면 하모니카
요초코를 찾으면 된다. 한국말로
하면 ‘하모니카 골목’. 키치조지
전철역 바로 앞에 있다. 이 곳은 아주
오래된 시장이었는데, 가게 하나
하나가 고작 2~3평 밖에 되지 않는
크기로 아주 오밀조밀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다. 소박한 파스타와 와인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한 걸음만 더 가면
회 한 접시와 일본 소주를 판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이세야>라는
선술집인데, ‘이노카시라 공원’앞에
있다. 구르메(맛집)까지는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그 곳의 야끼
도리(닭꼬치)는 자꾸 생각나고, 또
먹게 된다. 물론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해야 한다.
키치조지는 변두리지만 변두리의
시내에 속해서, 물가가 그리
저렴하거나 하지는 않다. 시부야에서
한 번에 오는 전철이 있어 편리하고,
바로 옆 미타카에 있는 지브리
박물관은 꽤 대중적인 여행지니까
함께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 카레에 찍어먹는 츠케멘을 경험해보자.
- <통키 Tonki>의 돈까스.
키치조지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동네는 코엔지다. 사실 코엔지는
여자친구와 함께 간다면, 확률이
반반인 동네다. 아마, 여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동네가 아닐 수 있을
것 같다. 코엔지를 쉽게 설명하자면
예전의 (지금처럼 프랜차이즈들로
가득하지 않았고, 월세가 급등하기
전인) 홍대 앞 분위기에 가깝다.
패셔너블하지는 않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거쳐야 할 공연장들이 많은 동네다.
늦게까지 음악을 듣고 나면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24시간 운영하는
초밥집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정말
많다) 나는 그곳에서 늘 중토로
마구로(참치뱃살인데 과하지 않은 뱃살)와 우니(성게)를 주문한다.
- <이세야>의 소박한 안주 참치.
- <이세야>의 소박한 안주 닭꼬치.
가장 유명한 클럽은 <지로기치>다. 블루스로
역사도 꽤 오래 되었고, 규모는 작지만 꽤 실력
좋은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도쿄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브
클럽은 신주쿠에 있는 <로프트>다. <로프트>
무대에 서는 일이란, 인디밴드 역사에서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니까. (나 역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꿈이기도 하고) 1970년대부터
인디밴드들의 ‘꿈의 공연장’인 이 곳은, 그래서
가장 핫한 일본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간판도
제대로 없는 <아즈마>에서 한천으로 만든
일본 스타일의 팥빙수(?)를 주문해봐도 좋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는 과자점인데,
희한하게도 볶음밥, 라면, 카레라이스도
맛있다. 코엔지에서 아티스트들의 정취를 느낀
후 (아티스트들의 거주지는, 이미 알겠지만
부동산이 저렴하고 따라서 물가도 싼 편이다.
여행객들에게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나카노로 옮겨보자. 나카노에 있는 나카노
브로드웨이는 문학 오타쿠들을 위한 곳으로
아주 오래된 중고 만화책들과 피규어, CD 등을
판다. 추억의 물품들이 가득하다. 만화 헌책방을
운영하다가 조금씩 피규어를 수집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건물 하나 전체가 앤틱 만화를
위한 쇼핑몰이 되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하나 더. 코엔지에는 내가 좋아하는
패션 상점이 한 군데 있다. <나카이야>라고,
1970년대 뮤지션들 스타일의 옷들만 바잉해
놓은 곳이다. (절대로 빈티지가 아니다!) 바지
밑단이 한 없이 넓어지는 벨보텀 청바지는 이
곳에만 있다. 음악이나 패션 역시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나는 도쿄에 가면 꼭 이 곳에서 쇼핑을
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오랜 단골
라멘집에 들러 죽순과 파, 간장을 섞어 내놓는
안주인 다께노코 한 접시와 맥주를 주문할 테지.
옆 자리에는 책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학생도
있고, 구석 자리에는 퇴근 후 들른 직장인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맛있고, 오랜 멋이 깃든,
일상적인 여행. 도쿄를 느끼는 또 다른 여행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도시지만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곳, 쉽게 갈 수 있으면서, 많은 감상을 얻게
되는 곳. 도쿄를 여행하는 일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다. 내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것처럼.
도쿄에 가면 꼭 해봐야 할 일
1. <디스크 유니온>에서 중고 LP사기.
비틀즈 오리지널판을 찾아 런던을 2주 동안 헤맸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일본으로 돌아와 <디스크 유니온>에 가니까 한
앨범당 10장씩 있더라. 도쿄에는 없는 게 없다. 전 세계 모든
물건이 다 이 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
2. <에비스 맥주 기념관>에서 스타우트 크리미탑 마시기
맥주 만드는 과정을 구경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바로
만든 신선한 맥주를 잔뜩 마실 수 있으니까. 흑맥주를
좋아하는 나는 에비스 스타우트 크리미탑을 주문하는데,
기네스보다는 좀 더 깔끔한 맛의 부드러운 거품의 흑맥주다.
3. 편의점에서 ‘Happy Turn’ 과자 사먹기
마약을 넣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맛있다.
기념품으로 구입해서 친구들에게선물하기에도 좋다.
4. <통키 Tonki>의 돈까스
메구로역에 있다. 일본에서 돈까스를 주문할거라면 히레
말고 로스로 고를 것. 로스의 비게맛이 정말 좋다.
5. 타워 레코드에서 J-POP CD 구입
‘추천 CD’코너를 이용하면 안전하다. 직접 들어보고 고를
수 있는 청취룸이 있고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괜찮은 인디
밴드 앨범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OGREYOU ASSHOLE’의
앨범을 찾아볼 것. 미니멀 뮤직을 추구하는 밴드인데,
1970년대 독일 밴드의 음악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꽤
괜찮다.
6. 스튜디오 코스트에서 라이브 감상
연 2회 정도
7. <도꾸>에서 장어 차즈케 덮밥 먹기
시부야에 있다. 더 맛있고 비싼 곳도 있지만 가격대비
괜찮은 집. 오차즈케와 장어 덮밥이 믹스된 장어 차즈케가
맛있다. 물론 기본인 장어 덮밥도 괜찮다.
코엔지 근처 나카노 브로드웨이.
JOIN J-ROUTE
그 어느 때보다, 일본
2010부터 JOIN J-ROUTE라는 이름으로 일본의 추천 여행지를 소개해
왔던 일본 관광청은 오는 6월부터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캠페인을 전개한다.
일본 관광청의 새로운 광고는 한국
내 일본 방문객의 특성을 살려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고객을 ‘첫방문자’, 한
번이라도 일본을 다녀온 고객을 ‘재방문자’로 나누어, 각각의 여행자들의
시선으로 본 일본 여행의 감성과 매력 요소를 보여줄 예정이다.
Japan
Edition (일본 여행 특별 한정판)이라는 이번 캠페인의 테마를 통해,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일본, 이 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일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일본으로 기대감을 심어줄 것이다.
금번 신규 캠페인은 광고뿐 아니라 J-ROUTE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일본
여행의 특별함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참여 이벤트 등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www.jroute.or.kr
www.facebook.com/joinjroute
글: 하세가와 요헤이 (a.k.a 양평이형: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기타리스트)
사진: 우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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