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간단해지는 계절. 무얼 더하고 걸치는 것이 사족처럼 느껴진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모조리 없애야만 성에 차는 사람이라면 특히 가방 같은 건 가당치도 않은 물건일 거다. 그러나 가방이 필요한 순간은 기습적으로 존재하며, 우린 이럴 경우 캔버스 소재의 쇼퍼백 정도로 해결해왔다. 가볍고 단출한 가방들, 비록 계절과 잘 어울리겠지만, ‘남자의 가방’이라는 어떤 단단한 관념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끝내 아쉽다.
‘가방은 무조건 가죽’으로 밀고 나가고 싶다면 적절히 가볍고 온화한, 그래서 장엄하지 않은 가죽 가방을 고른다. 좋은 선택 방법은 가죽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살결처럼 부드러워서 하루 종일 만지고 싶은 가죽이라면 캔버스나 나일론 가방만큼 가볍다. 만질 때마다 형태가 달라지는 유연함에 오래되고 잘 관리한 가구처럼 강직한 가방의 면모는 없겠지만, 계절이 주는 뉘앙스와 어긋나지 않는 우아함과 분방함이 있다.
1 LOUIS VUITTON
슬쩍 보면 나일론 소재인 것 같지만, 나일론 못지않게 유연한 소가죽 소재의 펄스 백팩이다. 심지어 가죽은 방수까지 가능하다. ‘V’ 로고와 곳곳의 분홍색 세부들은 기분 좋게 경쾌하다. 3백만원대.
2 VALENTINO
메신저 백의 전형적인 형태이지만, 특유의 지루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한껏 부드럽게 만든
양가죽에 회화적인 카무플라주, 스트랩의 스터드가 파격적이다. 2백43만원.
3 BOTTEGA VENETA
소가죽을 연하게 만든 레제로 가죽을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엮어
만든 원통형 가방. 드로스트링으로 여밀 수 있으며 끈 조절을 통해 백팩과 숄더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 3백만원대.
GUCCI
익숙한 머린 백의 형태를 따르고 있지만 세부들은 한껏 우아하다. 매트하게 가공한 도톰한 두께의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 브레통 셔츠의 줄무늬를 따온 스트랩, 도금된 잠금 장치, 단단한 손잡이 모두. 4백58만원.
LOEWE
말랑말랑한 송아지 가죽을 기하학적으로 재단해 궤를 맞춘 독특한 형태의 ‘퍼즐 백’. 패턴의 이음매를 따라 형태를 잡으면 가방의 모양이 변하는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 숄더백이나 납작하게 접으면 브리프케이스로도 쓸 수 있다. 3백60만원대.
BURBERRY PRORSUM
제법 부피감이 있는 트래블 새철백이지만 부담이 덜한 건 유연하고 가벼운 송아지 가죽 덕분일 것이다. 보기 드문 노란색 바탕 위로 영국의 빈티지한 책 표지를 연상시키는 그래픽 프린트가 장식되어 있다. 3백만원대.
SALVATORE FERRAGAMO
회화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서늘한 파란색 스웨이드와 밤 껍질처럼 반지르르한 소가죽이 조화된 가방이다. 부들부들한 스웨이드 소재 덕분에 무게는 무척 가볍고 형태 또한 자연스럽다. 가격미정.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