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스니커즈는 스타일링 변주의 주인공이었다. 콧대 높은 디자이너들이 아무리 고상한 옷을 만들어도 현실에서 스니커즈를 만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됐기 때문이다. 한데 요즘은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 허용된 스타일링 묘미마저 컬렉션 안으로 가져가버린 듯하다. 다르게 말하면 예전에 즐기던 믹스 매치는 이제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스니커즈가 컬렉션 무대에 자주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격도 높아졌다. 신분의 차이가 없어졌으니 이제 패션에서 스니커즈의 매력은 사라진 걸까? 아니, 오히려 더 상승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고유 패턴이 생겨나고 특정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이 빈번해졌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시즌이 되면 옷과 함께 스니커즈를 기다린다. 그렇다면 요즘 런웨이에 등장하는 스니커즈는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극적인 반전 아이템? 스포티한 느낌의 믹스 매치?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전체 룩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요즘 추세. 그러니까 튀는 것보다 룩과 어우러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디자인이 뭉툭하면서 유연한 회색 스니커즈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밑창이 높고 소재가 조화로운 감색 스니커즈 가격미정 Z 제냐, 화려하지만 고상한 멀티 컬러 스니커즈 가격미정 버버리 프로섬, 뒤쪽에 무시무시한 반전이 숨어 있는 회색 스니커즈 80만원 발렌티노, 세부 사항들이 육상화만큼이나 짱짱한 녹색 스니커즈 가격미정 구찌 제품.
1 Converse × Hancock Wetland / Jack Purcell
컨버스의 힙함을 담당하고 있는 잭 퍼셀이핸콕 웨트랜드와 함께 재밌는 제품을 내놓았다. 핸콕 웨트랜드의 무기인 방수 기능을 잭 퍼셀에 재치 있게 녹인 것. 기존 컨버스 하이톱에 잭 퍼셀을 덧신은 듯 이중 처리했는데 실제로도 방수 기능이 뛰어나다고. 이번 시즌 협업 스니커즈 중 가장 화끈하고 실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24만5천원.
2 Maison Martin Margiela / Paint Splash
독일군 스니커즈 레플리카를 브랜드의한 부분으로 만든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매 시즌 그 틀을 화폭 삼아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스니커즈를 신고 진짜 그림이라도 그린 것처럼 앞코에 물감을 흩뿌렸다. 우연의 디자인만큼 고귀한 게 또 있을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끝을 모르는 실험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85만원.
3 Acne / Triple Lo White
아크네는 영민한 브랜드다. 최신 흐름에 맞춰 흰색 스니커즈를 내놓으면서도 이토록 차별화된 디자인을 하다니. 굳이 로고를 보지 않아도 아크네임을 알아챌 정도. 흰색 스니커즈는 언제 어디서나 옳지만 이 녀석은 아크네의 이번 시즌 룩처럼 과장되고 따스한 느낌의 옷들과 매치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70만원 에크루에서 판매.
4 Y-3 / Qasa Low II
요지 야마모토가 총괄하는 Y-3 는 근래 들어 잦은 스포츠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에 근간이 되었다. 그는 일찍이 아디다스와 손잡고 많은 실험을 해왔으니까. 이번 시즌에도 기대를저버리지 않았다. 탄력 있는 디자인과 소재의 분할, 거기에 미묘한 색 조합까지.선도자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57만원 무이에서 판매.
5 Adidas Originals × Raf Simons / Stan Smith II
고공 행진 중인 스탠 스미스를 바탕으로 삼선 대신 라프 시몬스의 ‘R’을 점으로 새겼다. 색은 흰색 대신 솜사탕 핑크와 맑은 하늘색, 말끔한 쥐색 등으로 만들었다. 비록 작은 변화지만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체감은 엄청난 듯. 그래서 47만원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
6 Puma × BWGH / R698
BWGH는 ‘Brooklyn We Go Hard’란 의미로 프랑스 태생의 스트리트 브랜드다. 유독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에 관대한 면모를 보였던 푸마가 이번엔 그들과 함께 제품을 내놓은 것. 유럽에서 떠오르는 신예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BWGH는 이번 시즌 뉴욕 출신 현대 미술 작가 ‘에단 쿡 (Ethan Cook)에게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번 협업 제품에도 연회색, 청록색, 감청색 등의 컬러를 주로 사용해 일관성을 이어갔다. 14만9천원.
7 Kapital / Kohaze Tabi
스니커즈 시장은 새로운 디자인과 브랜드의 등장을 언제나 환영한다. 잘 알려지지 않을수록 희소성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니까. 캐피탈은 데님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 브랜드로 데님과 오리엔탈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풀어낸다. 그들이 내놓은 이번 시즌 인디고 소재 스니커즈는 시장에서 보기 드문 디자인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는 이들에겐 반가운 녀석인 듯. 30만9천원 오쿠스에서 판매.
8 Common Project / Trainers
알게 모르게 무언가의 표본이 되는 브랜드가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스니커즈를 논할 때 그것은 단연 커먼 프로젝트다. 그들의 고집스러운 디자인 철학은 요즘 나오는 매끈한 스니커즈의 바탕이 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들의 길을 간다. 커먼 프로젝트가 아무리 고가라 하더라도 이쯤 되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현대 스니커즈의 ‘클래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56만5천원 비이커에서 판매.
9 Saint Laurent / California
명품 브랜드에서 내놓는 스니커즈들은대부분 멀끔하다. 말썽 안 피우는 모범생 같다고 할까? 하지만 생로랑의 이번 시즌 스니커즈는 그에 비해 좀 거칠고 재기 발랄한 편. 과감하게 신발 전체에 은박을 사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별까지 새겨 넣었다. 대중적이진 못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생로랑의 자신감이다. 가격미정.
10 Puma × Thisisneverthat / Trinomic XT 2 Camo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이 푸마와 협업 제품을 내놓았다. 푸마가 아닌 디스이즈네버댓에서만 판매하고 수량도 많지 않다. 홍보 역시 요란하지 않고 얌전하다. 한데 요즘 이 녀석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면 스니커즈 자체에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15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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