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포수 + 최경철
1999년 프로에 입단한 최경철은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 포수로 뛰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쳤다.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쳤다.
때리는 순간 느낌이 좋았다. 넘어갈 거 같았다. 홈런을 친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색했다. 빨리 뛰어야 할지 천천히 뛰어야 할지 베이스를 돌면서 고민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진영이랑 저녁을 먹었다.
◀ 은색 커프링크스 S.T.듀퐁, 감색 줄무늬 스리피스 수트 브룩스 브라더스, 회색 패턴 타이 닥스, 흰색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경철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2군에 있을 때와 1군에 있을 때, 어떤 게 바뀌었을까?
일단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 조금이나마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나는 항상 ‘열심히’라는 수식을 달고 있었다. 올해 1군에서 뛰긴 했지만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바뀐 게 없었다. 바뀌지도 않았고 바꾸려고 해보지도 않았다. 항상 그 자리에서 열심히 했다. 내가 변했다기보다는 양상문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셨다. 하고 싶은 대로, 자신감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2군에 있는 후배들이 최경철 선수를 보고 희망을 가졌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나도 포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열심히 했다.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들에게 해줄 말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하라는 것뿐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님이 더 잘 안다.
겸손하다.
잘한 부분보다 실수한 부분을 더 많이 생각한다. 경기 끝난 후 플레이, 공 배합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마운드에 올라오는 투수는 모두 훌륭하다. 포수는 어떤 투수가 올라와도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당신은 세련되게 홈 블로킹을 하는 선수다. 과격하지 않지만, 점수는 반드시 지켜낸다.
모든 포수가 수비와 선수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한다. 머리로는 선수의 안전을 우선 생각한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점수를 지키려고 몸이 움직인다. 그 1점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해왔으니까. 나도 홈 블로킹할 때 허리 부상을 당했었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조금씩 다듬고 있다.
최경철은 좋은 포수인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블로킹이다. 공을 뒤로 빠뜨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9이닝까지 그 집중력을 유지한다. 그래야 투수가 믿고 던질 수 있으니까.
그 집중력은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인가?
나이만 고참이지 풀타임으로 뛴 적이 없어서 스스로 고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신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양상문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자신감을 북돋워주시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더욱 느낀다. 올해 감독님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고, 선수 모두가 감독님의 말씀을 따른다.
플레이오프에서 관중의 환호성이 가장 컸다.
감동적이었다. ‘열심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GUEST EDITOR 이석창
흰색 셔츠·모래색 울 수트 모두 꼬르넬리아니, 갈색 패턴
타이 브룩스 브라더스 제품.
SK 와이번스 포스 + 이재원
이재원은 골든글러브 후보에 들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타율 4할을 유지했고 도루 저지율도 3할6리를 기록했지만, 경기 수가 모자랐다.
12월에 결혼한다고 들었다. 축하한다.
감사하다. 근데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다.
결혼한 선수와 안 한 선수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
선배들이 말하길 책임감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걸 많이 먹어서 체력 관리에 도움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스포츠 감독들이 체력 관리를 위해 결혼한 선수들에게 잠자리를 자제하라고 한다던데?
그 체력과 그 체력은 다르지 않을까? 경기할 때 체력은 경험에 비례하는 것 같다. 풀타임 시즌을 뛰어본 선수와 안 뛰어본 선수는 확연히 다르다. 나도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한 시즌을 치러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처음 풀타임으로 뛰었는데 결과가 좋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벌써 프로 데뷔 10년 차인데, 이제서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었다는 건 팀과 팬에게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프로 9년 차에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백업 선수 하면 끝난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면 완벽한 마무리였을 텐데 아쉽다.
예상하고 있었다. 지명타자로 반 나가고, 포수로 반 나갔기 때문에 게임 수가 부족했다. 지명타자로서 출전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포수로서 61경기를 나갔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포수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아쉬운 건 좀 나태했다는 것이다. 초반에 타율 4할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왔지만, 규정 타석 채운 후에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만족하는 내 모습에 실망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명타자로서 욕심은 없나? 사람들은 포수의 플레이보단 타격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타격은 혼자 잘해선 부족하다. 이번 시즌에 나와 최정 선수가 3번, 5번 타자로 출전했다. 내가 잘 치면 최정 선수가 좀 아쉬웠고, 최정 선수가 잘할 땐 내가 좀 아쉬웠다. 선수가 돋보일 순 있지만, 그 결과가 팀 성적에 반영되는 건 두고 볼 일이다. 반대로 포수는 잘해도 티가 안 난다. 포수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투수가 잘할 때다. 포수는 관중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인정받을 때 좋은 포수라고 생각한다. 타자와 포수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내년엔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노려볼 만한가?
다치지 않고 한 시즌 무사히 끝내는 것이 목표다. 어쩔 수 없이 부상을 입은 적이 많다. 기술적으로 수비력을 보완하고 있다. 상대 팀 타자도 분석하고, 블로킹도 더 연습해서 신뢰할 수 있는 포수가 되고 싶다. 타격 연습도 보완할 예정이다. 어차피 열 번 나가서 세 번 치는 건 똑같다. 실패하는 일곱 번을 분석하면 세 번의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기록이 부진하면 부인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GUEST EDITOR 이석창
검은색 터틀넥 니트 휴고 보스, 와인색 더블브레스트 재킷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검은색 팬츠 코스 제품.
넥센 히어로즈 포수 + 허도환
넥센엔 허도환이 있다. 심지어 다른 선수가 포수 자리에 앉아 있어도 넥센엔 허도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아쉬운 일도 좋은 일도 있었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간 건 되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계속 시합을 나가다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부터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많은 걸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3년 동안 계속 시합을 뛰었는데 갑자기 안 뛰니까, 후보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시리즈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화가 났다. 경기에 나갈 수 있다면 시즌 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이상할 만큼 긴장이 안 됐다.
넥센이 한 고비만 넘으면 우승하는 건데, 그걸 못 넘었다.
제일 힘들었던 경기가 3차전과 5차전이다. 두 경기를 이겼으면… 우리는 4승 1패 내지는 4승 2패로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삼성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게 우리랑 달랐다. 한 단계 위라고 느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좀 흥분한 것 같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내년에 다시 붙으면 어떨 것 같나? 너무 먼 질문이지만.
자신은 있다. 그런데 강정호가 나가니까. 강정호라는 선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크다. 강정호가 없었으면 우리 팀은 정규 시즌에서 4위나 5위 했을 거다.
시즌 중의 경기를 돌아보면 당신은 투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투수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세 명뿐이다. 어린 선수들은 프로에 들어오면 자기가 최고인 줄 안다. 특히 우리 팀에는 1순위로 뽑힌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후배들한테 얘기를 많이 해준다. “네 볼은 좋지만 마운드에서 이런 식으로 던지면 각 팀 3, 4, 5번 타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쳐낸다.” 공을 믿되, 경기 운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내야수 서건창 선수가 올해 눈부셨다. 같은 팀 포수가 봐도 남다른가?
건창이는 팀에 들어올 때부터 달랐다. 특히 눈빛이 강했다. 훈련할 때 보면 잘 치고 잘 달리고,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선수가 넥센에 입단할 때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그렇다. LG에서 모른 거다.
내년에는 다시 주전 포수로 뛸 수 있을까?
(박)동원이가 나보다 앞서 있다. 동원이가 올 시즌에 잘했다. 동원이가 힘들거나 아프면 내가 뛰는 거다.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보다 잘할 각오로 연습해야 한다.
너무 겸손한 말 아닌가? 아무래도 박동원 선수는 안정감이 좀 떨어진다. 힘은 느껴지지만 경기를 리드한다는 인상을 주진 못한다.
어려서 그런 것 같다. 3년, 4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래서 내 역할도 중요하다. 동원이는 경쟁자이기 전에 동생 같다. 동원이가 잘해서 계속 경기에 나가면 나는 묵묵히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경쟁자인데….
동료다.
editor 이우성
검은색 턱시도 수트 엠포리오 아르마니, 흰색셔츠 바나나
리퍼블릭, 검은색 보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산 베어스 포수 + 양의지
양의지가 2014 프로야구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양의지는 아쉬운 게 더 많다고 말한다.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이 인터뷰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전에 이뤄졌다).
팀이 부진했다. 중요한 시기에 내가 부상을 당해 경기에 못 나갔다.
두산은 뒷심 있는 팀이다. 항상 4강에 올라간다. 그런데 이 믿음이 올해 깨졌다.
포기하면 안 되는데 고비 때마다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거다.
4강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나?
부담이 되지만, 한편으론 즐기기도 한다. 우리는 팀 순위가 떨어져 있을 때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한 번 더 해보자,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최고의 선수들은 국제 경기에 나가서 ‘임팩트’를 보여줬다. 양의지의 커리어에는 아직 그게 없다.
아쉽다.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몸 사리지 않고 할 거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 포수는 양의지인가?
아직 멀었다. 이제 겨우 스물여덟 살이다.
아직 배우고 있나?
항상 본다. 내가 벤치에 있고, 후배가 경기에 나갈 때, 그 후배를 자세히 본다. 다른 팀 포수도 본다. 배울 게 있다. 나 같으면 저 상황에 이렇게 했을 텐데, 다른 방법도 있구나, 느낀다. 정말 많이 느낀다. 야구는 최고가 없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훌륭한 선배들은 그렇게 해오셨다.
야구의 세계는 굉장히 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야구를 오래 열심히 한 분들을 만나면 도인 같다.
그게 현실이다.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그래야 오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된다.
홍성흔과 강민호를 언급해서 미안한데, 둘은 뭐랄까, ‘한방’이 있다. 당신에겐 그게 부족하다.
맞다. 결정적일 때 해줘야 하는데. 나도 당연히 그러고 싶다. 돌아보면 나는 평범하게 선수 생활을 해온 것 같다. 확 도약하고 싶은 꿈도 있다. 그리고 사실, 한 해 한 번 또는 두 번의 ‘한방’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훈련하는 거다.
공허한 질문인데, 내년엔 어떤 팀이 4강에 올라갈까?
요즘은 넥센이 최강이다.
한화도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
음… 예상을 못하겠다. 그런데 한화, 잘한다. 우리랑 할 때는 되게 잘해서 무서웠다. 다이너마이트 터지면 끝난다.
두산도 포함될까?
4강이 목표가 아니다. 우승해야지.
올해 메간 폭스가 시구를 했고 당신이 그 공을 받았다. 당신이랑 메간 폭스랑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남편이 옆에 있어서 남편이랑만 인사했다. ‘How are you?’라고.
며칠 후에 결혼하는 신부가 메간 폭스보다 예쁜가?
당연하다, 라고 말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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