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최철용은 남성복 브랜드 씨와이초이(Cy Choi)를 이끌고 있다. 원래 전공은 섬유미술, 대학원부터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를 마치고 현지에서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다 자신의 브랜드인 씨와이초이를 론칭했다. 파리에서 선보인 2010 S/S 컬렉션을 시작으로 매 시즌 독특한 시각을 투영한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Editor 안주현 | photography 김영준 | HAIR & MAKE-UP 이은혜 | assistant 김지혜
◀ 털 소재 칼라가 달린 셔츠·격자무늬 울 재킷 모두 조르지오 아르마니, 얇은 베젤을 지닌 가죽 스트랩 시계는 스타 클래식 오토매틱 스틸-골드 몽블랑 제품.
에이어워즈를 수상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아레나>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씨와이초이의 초창기부터 브랜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었고, 몇 년 전엔 리사이클링 프로젝트도 함께했다. 그런 곳에서 이렇게 공신력 있는 상을 받게 되다니 감회가 남다르다. 상투적이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다.
2014년은 어땠나?
지난 5년을 ‘씨와이초이다운 것이 뭘까?’라는 생각을 하며 보냈다. 우리만의 경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2014년은 그 울타리를 조금씩 허물면서 우리 것을 주위에 흩뿌리기 시작한 한 해다. 10년 뒤에는 씨와이초이란 브랜드가 소위 명품이라고 말하는 것들과 나란히 서 있기를 바란다. 그간 여러 가지 유혹에 시달렸다. 물론 돈과 관련된 것들이다. 여전히 그런 유혹이 존재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의 색을 더 강하게 추구하겠다는 노선을 정했다.
얼마 전 2015 S/S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다. 11번째던가?
맞다. 파리에서 진행한 2010년 S/S 시즌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땐 프레젠테이션 형식이었다. 서울 컬렉션에 참여한 건 2011 F/W 시즌부터다.
2015 S/S 컬렉션의 주제는 뭐였나?
파라다이스. 가장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 유토피아 같은 의미가 먼저 떠오를 거다. 근데 그걸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풀고자 했다. 우선 파라다이스를 느끼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삶의 행복, 죽음에 대한 동경 등이 있을 것이다. 어떨 땐 두려움의 순간에도 미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결국 파라다이스는 삶과 죽음이 맞닿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파라다이스는 고통이 없고 육체적인 욕망이 완전히 채워지는 곳을 뜻하지 않던가. 아이러니하게도 육체는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지만, 진정으로 욕망이 채워지는 건 육체가 사라진 후에나 가능하단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파라다이스는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어느 순간의 몫이 된다. 이러한 순간의 파라다이스를 펑크라는 시대와 결부해보았다.
구체적으로 컬렉션에 어떻게 표현했나?
포스트 펑크를 어떤 식으로 드러낼까 굉장히 고민했다. 지금 이 시점에, 포스트 펑크를 보여준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지나치게 고스족 느낌을 내진 않았고, 현재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감성을 적절히 가미했다. 기본적으로 스터드 디테일을 활용했고, 그래픽 요소도 강조했다. 컬렉션에 등장하는 3차원 형태의 프린트들은 피에르 바니라는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죽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해골 모티브 역시 그래픽적으로 풀었다. 음악은 포스트 펑크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바우하우스의 것이다.
반바지를 입은 모델이 전부 스타킹을 신은 게 특이했다. 의도한 건가?
반바지를 입혔는데 살이 보이는 것이 어색했다. 순간적으로 스타킹이 떠올라서 한번 신겨봤는데 의외로 괜찮더라. 좀 더 우아해 보였다. 남녀의 구분을 떠나, 맨살이 드러나는 게 멋이 없어서 사람들이 스타킹을 신기 시작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강렬하게 생긴 모델들이 스터드 박힌 옷을 입고 스타킹을 신는 게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씨와이초이가 추구하는 남성상과 가깝다.
씨와이초이가 추구하는 남성상?
양면성을 지닌 남자라 하겠다. 겉은 직선적이지만 내면은 딱딱하지 않고, 미(옷, 미술 등등)를 사랑하는 남자. 단단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실은 부드러운, 의외의 면모를 지닌 남자다.
씨와이초이의 쇼엔 플러스 알파가 있다. 옷을 뛰어넘어 어떤 메시지를 담는달까.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약간 추상적이고 어렵기도 하다.
누구든 자기만의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다.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미술과 관련해 밀접하게 풀어낸다. 나 개인이라기보다, 씨와이초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현대 미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미술이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보는 순간 ‘잘 그렸다, 예쁘다, 멋지다’를 느낄 수 있었단 말이지. 그에 비해 현대 미술은 간접적이다. ‘우와 멋있어. 근데 뭐지?’라는 물음표가 붙는다. 씨와이초이의 방식 역시 그러하다.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
맞다. 씨와이초이는 현대 미술과 비슷한 것 같다.
현대 미술 볼 때 ‘멋있다. 나 저거 좋아’ 그러면 사실 끝난 거다. 우리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로 하여금 ‘멋있다, 갖고 싶다,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충분하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너무 복잡하고 재미없어진다.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젝트 섹션이 따로 있다. 전시, 북커버 디자인, 영상 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을 텐데.
첫 번째는 aA디자인뮤지엄에서 했던 전시.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다. ‘서울 패션 위크’라는 채널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고민했었다. 모델에게 옷을 입혀 한 컷 한 컷 촬영한 다음, 작은 종이인형처럼 만들어 미니 패션쇼를 제작했다.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서 룩들과 함께 전시했다. 또 하나는 올해 초 <아레나>와 함께했던 100호 기념 전시. 탁구 쳤던 거 기억하나?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참여하도록 한 게 재미있었다. 일상에 대한 기록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1/4 씨와이초이’라는 세컨드 라인을 내놨다.
자신을 규정할 때 주변이 나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씨와이초이와 1/4 씨와이초이는 서로를 더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세컨드 라인에선 아트의 비중이 줄어들고, 음악이 결부된다. 이번엔 힙합 크루 VVD와 함께했다. 그들과 만나 브레인스토밍한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프로젝트다. 후디, 스웨트 셔츠, 블루종, 쇼퍼 백, 스냅백 등 비교적 가볍고 쉬운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VVD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
자이언티가 씨와이초이의 옷을 종종 샀고, 컬렉션에도 관심을 보였다.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접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가까워진 것 같다. 그가 VVD의 멤버고, 커드의 대표와도 친해서 다 같이 뭉치게 됐다.
계속해서 협업 방식으로 전개할 예정인가?
그렇다. 세컨드 라인은 협업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협업은 기본적으로 위험 요소가 있다. 우리의 색이 흐려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굉장히 에너제틱하다. 그 에너지가 좋다. 다음 파트너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할 거 같다. 시기도 유동적이다.
그 외에 앞으로 기대할 만한 씨와이초이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우선 씨와이초이 아트 패키지 라인을 선보인다(이미 진행이 좀 되긴 했다). 2015 S/S 시즌부터 컬렉션을 두 가지 라인으로 분류했다. 하나는 기존의 씨와이초이, 다른 하나가 씨와이초이 아트 패키지다. 전체 컬렉션의 15% 비율로 만들었는데, 브랜드의 색이 더 강하고, 비싸다. 약간 세미 오트 쿠튀르의 느낌? 되게 재미있게 작업했다. 파리에서 먼저 소개했는데, 성공적이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 밖에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해볼 생각이다.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즐거울 만한 것으로. 기대해달라.
ARENA Says
씨와이초이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최철용은 씨와이초이의 첫 무대를 파리로 정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수상한 것이 증거의 일부다. 씨와이초이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컬렉션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최철용은 패션쇼마저 현대 미술처럼 독특하게 승화시킨다.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9월엔 VVD(자이언티, 크러쉬, 로꼬, 그레이, 엘로)와 함께 작업한 세컨드 레이블, 1/4 씨와이초이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Editor: 안주현
photography: 김영준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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