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이현상
남자들의 판타지는 무엇일까? 커다란 스크린 위에 남녀 주인공의 격정적인 정사신이 펼쳐진다. 낮은 숨소리가 극장 안을 채운다. 당신의 손끝은 그녀의 희고 긴 다리 위에 올려진 채 떨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모텔로 자리를 옮긴다. 풀을 빳빳하게 먹인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자극적이다. 한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더듬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옷을 끌어내린다. 파격적인 하룻밤이 지나간다. 이것뿐이다. 남자들의 판타지는 고작 이거다. 여자들과 공유할 판타지는 없다. 아니면 어두운 골목길에서 낯선 여자를 강간하거나, 난잡한 스리섬을 생각하는 게 전부. 이제 남자들은 ‘여자가 원하는 판타지’를 배워야 한다. 낭만도 없고, 사랑도 없고, 환상도 없는 남자들만의 판타지는 끝내는 것이 좋다. 그 대신 란제리로 새로운 판타지를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건 어떨지. 훤히 비치는 ‘슬립’을 입은 그녀가 촛불을 켠다. 보라색 아로마 초가 불타는 동안 매혹적인 향기가 그녀를 감싼다. 슬립 사이로 보이는 유럽풍의 실크 란제리. 그녀는 당신이 야수처럼 그것을 찢어줄 거라 기대한다. 검은색 레이스의 ‘가터벨트’ 아래로 미끈하게 흘러내린 다리를 부드럽게 애무한다. 그녀의 발가락이 가볍게 떨린다. 혀가 부드러운 어깨를 스치자 등줄기에 난 가녀린 털이 일어선다. 풍만한 히프가 그대로 드러나는 통을 살짝 젖히고, 야생적인 섹스를 시작한다. 그녀의 ‘가식적인’ 신음 소리가 입술 사이로 비어져 나온다. 아마 그녀는 당신이 그 소리에 미쳐버릴 거라 믿는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판타지라 믿고 있으니까. 이제 남자들은 자신의 저급한 판타지를 내버리고, 그녀를 만족시킬 판타지를 준비해야 한다.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란제리를 선물하자. 그녀가 원하는 ‘당신의 판타지’를 시작하라.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을 그녀와 공유할 수 있을 거다. 단,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그런 흔한 속옷은 안 된다. 판타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으니. Words 정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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