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m
크림색을 고르는 용기라면 칭찬이 당연하다. 흰색보다 나태하고 캐멀색보단 향락적인 색. 어두운색을 빌려 쑥스러움을 가리기보단 작정하고 온통 크림색으로 맞춘다. 쓰임새가 쉬우려면 니트를 선택하고, 모든 옷의 실루엣은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운동화를 신거나 갈색 구두를 신는 건 맥 빠지는 일이다.
검은색의 정직한 더비 슈즈나 첼시 부츠로
긴장감을 줘야 제대로다.
터틀넥 니트 35만5천원·카디건 49만8천원·자카드 팬츠
69만8천원 모두 김서룡 옴므, 검은색 더비 슈즈 가격미정 구찌 제품.
Camel
어떤 캐멀색이 들이닥친다 해도 절대 실패할 일 없는 방법은 흰색 옷과 데님을 곁들이는 것이다. 가장 완벽한 캐멀색 옷은 코트와 스웨터이니, 같이 입기도 따로 입기도 해본다. 거대한 버터 스카치 캔디로 보이지 않으려면 바지는 돌돌 걷은 데님 팬츠 말곤 없다. 스웨터 안에는 흰색 옥스퍼드 셔츠를 입는다.
순진한 남자로 보이는 데 이것보다 쉬운 건 없으니까.
더블브레스트 코트 가격미정 구찌, 케이블 스웨터 80만원대 No.21 by 무이, 흰색 옥스퍼드 셔츠 2만9천9백원 유니클로, 빈티지한 데님 팬츠 9만9천원·남색 스웨이드 슈즈 13만9천원 모두 자라 맨 제품.
Khaki
카키가 가장 예쁜 건 군복이다. 하지만 ‘밀덕’ 혹은 일용직 노동자쯤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질서정연하게 입어야 한다. 요즘 나온 군복 모티브 옷들은 얌전한 게 많아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특히 항공 점퍼인 MA-1이 쉽다. 이너로는 이것저것 생각 말고 피부처럼 얇은 터틀넥 니트 한 장이면 된다. 그리고 바지는 어두운색의 슬림하고 똑 떨어지는 걸로 입는다. 여기에 꼭 담백한 구두를 신는다.
MA-1 재킷 85만9천원 산드로 옴므, 완두콩색 터틀넥 니트
35만5천원 김서룡 옴므, 진한 남색 울 팬츠·검은색 더비 슈즈
모두 가격미정 구찌 제품.
Burgundy
포도주처럼 요염한 색. 그래서 중요한 건 구석구석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건디 중에서도 유독 농담이 고급스러운 걸로만 고른다면 해가 될 일은 없을 거다. 버건디 아우터를 입기엔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해서
역시 스웨터가 낫다. 모헤어로 만든 복슬복슬한 스웨터면 좋고 벽돌색이나 팥죽색 울 팬츠를 같이 입는다.
생지 데님처럼 안전한 건 따분하다.
스카프를 귀엽게 두른다면 더 좋고.
모헤어 스웨터 가격미정 올세인츠, 울 팬츠 가격미정 구찌, 스카프 가격미정 에르메스, 남색 스웨이드 슈즈 13만9천원 자라 맨 제품.
Navy
가장 고상하고 냉철하고 지적인 색. 네이비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무얼 더하거나 하는 것이 참 쓸모없다. 온통 네이비만으로 통일하는 것이 경제적이란 뜻. 수트를 고르면 더욱 쉬워진다. 대신 엄격하지 않고 분방한 수트여야 한다. 이를테면 조거 팬츠 수트 같은. 여기에 별 장식이라곤 없는 비슷한 색의 이너를 입는다.
신발은 새하얀 운동화가 가뿐해서 잘 어울린다.
줄무늬 재킷 35만5천원·줄무늬 조거 팬츠 17만5천원 그레이하운드, 케이블 스웨터 68만원 리처드 니콜 by 10 꼬르소 꼬모,
에어 조던 1 로우 11만원대 나이키 배스킷볼 제품.
Gray
회색은 우아하고 도시적일 수도, 무료하고 냉소적인 룸펜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색이다. 평온하지만 동시에 위태로운 색. 회색은 단계별로 예쁘지 않은 색이 없다. 그 색들을 되는 대로 섞어 입는데, 이너와 팬츠의 색은 맞추고 아우터는 다른 색으로 입는다.
무던한 와이드 팬츠에 글렌 체크 코트를 입으면, 룸펜 같다가도 세련돼 보인다. 뭉툭한 흰색 운동화나 수더분한 검은색 구두가 제 짝이다.
글렌 체크 코트 1백16만원 산드로 옴므, 스웨트 셔츠 13만9천원 시스템 옴므, 통 넓은 팬츠 17만5천원 코스, 에어 조던 1 로우
11만원대 나이키 배스킷볼 제품.
photography: 이상엽
MODEL: 손민호
HAIR&MAKE-UP: 정그림
ASSISTANT: 김형선
EDITOR: 고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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