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최용빈 Editor 성범수
Hair&Make-up 홍현정 Stylist 채한석 Assistant 박세준
바다와 함께한 지 4시간이 넘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하긴 했지만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인터뷰할 시간은 있는 걸까? 아니면 화보만 촬영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인터뷰하다가 중간에 가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팔자였다. 그로부터 장시간의 면담 시간을 가졌으니까. 이제부터 바다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반갑다. 촬영 때 계속 뚫어져라 봤는데, 여러모로 착한 사람인 것 같다. 손해 보고 살진 않나?
그렇게 사는 걸 손해 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면 나 착하다고 인정하는 셈인가? 한 번쯤 아니라고 거절해야 하는데. 그런데 가끔은 나 때문에 손해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게 보면 공평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SES라는 그룹은 군대 훈련소 퇴소식 때 처음 알았다. 면회 온 후배한테 요즘 뜨는 여자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SES라고 했다. 그 전에는 그런 그룹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세또래나 뭐 그런 여자 그룹이 있었지만. 당시, SES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런 인기 그룹에서 솔로로 독립했는데 어떤가?
SES 시절엔 내가 다 책임질 필요는 없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몸이 아프거나 힘들면 내 대신 얘기해줄 사람도 있었으니까. 진부한 얘기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땐 모든 걸 책임질 수 없다는 아쉬움도 공존했다.
SES 멤버들과는 여전히 사이가 좋은가?
물론이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면서 질문을 정리하고 있었다. 노래 참 잘한다. 목소리가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힘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노래는 그런데 성격은 노래 부를 때와 다른 것 같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약간은 푼수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글쎄, 난 더 진솔할 수 있다. 그것도 자제한 거다. 원래 난 웃기고 재밌는 사람이다. 아주 심각하거나 진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주 유쾌하다. 이런 성격 때문에 결혼도 외국 사람과 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참! 지금까지 스토커는 없었나? 지금까지 별일 없이 잠잠했다. 스포츠 신문의 일면을 장식해보고픈 열망은 없나? 스캔들 좀 터뜨려봐라.
앞으로는 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스타성이 있는 사람일수록 스캔들에 휩싸인다. 난 노출돼 있는 삶에서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편이다. 가끔 적극적인 스포츠 신문 기자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지만. 나보다 더 스타 같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스캔들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충분히 있을 만한데.
뒤에서 호박씨다. 하하, 몰래 해야 한다. 몰래.
남자들은 여자 가수들 보고 이상한 상상이나 행위를 한다. 변태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
SES 때나 솔로 2집 때까진 그런 상상을 하는 남자들이 꽤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보이시한 이미지를 풍기는 요즘, 확언하건대 지금은 그런 남자들이 없을 거다. 아쉽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지만, 남자들에게 성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는 게 후회되진 않나?
SES 땐 스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땐 나이 든다고 생각하지도 않던 때였다. 지금은 어딘가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멈춰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아직까지도 누군가가 지금의 나를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한다면 난 아직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여기서 한 번 더 이동하고 나아간다면 마스터베이션보다 더한 걸 내게 원할 수도 있을 거라 자신한다.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천사에서 이제 인간으로 강림했다. SES에서는 엔젤, 요정, 뭐 그런 걸로 다양하게 변신했었다. 얘기를 듣자니 요즘 모습이 진정한 자기 모습이라고 하던데. 바다라는 사람을 이제 제대로 노출한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제 안엔 이런 면도 있어요’라고 보여주는 거다. 결론과 서론이 계속 순환하는 게 인생이다. 그러다 클라이맥스가 있고 계속 변해가듯이 지금 내 모습도 완전히 결론 난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냥 변하고 있는 내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난 음악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다른 곡을 만나 더 여성스러워질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심한 남자처럼 될 수도 있고, 이제까지 보지 못한 여성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여신으로 변신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콘서트 준비 소식을 듣고 놀랐다. 여자 이승환을 꿈꾸는 건가? 최정원, 설도윤 등 뮤지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대박 조짐이다. 벌써 매진이라는 소문이 돌던데. 콘셉트가 먹힌 것 같다. 콘서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거다. 현재의 내 모습은 가수 지망생 때부터 생각했던 걸 무대에서 실행하는 거다. 지금까지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표현했지만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복선처럼 힌트를 주려 한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나에게도 확인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테스트를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벤트다. 무대에 많이 서봤지만 첫 콘서트고 정말 각별하다. 이때쯤 콘서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배가 고플 땐 밥을 먹어야 한다. 내 음악에 있어 콘서트가 고픈 거다. 옛날엔 몇 차례 권유가 있었지만,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이 부족하고 준비된 음악도 그렇고. 물론 지금도 멀었지만 그래도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챙기려 한다. 차 속에서 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나? 빨리 가야 하니까, 출발은 해야 하니까, 양말 싸서 신발 먼저 신고 가방에 넣어 차에 가서 신고 나가는 그런 심정이다. 분명한 건, 난 양말을 잘 신을 거고, 하루를 기분 좋게 끝마칠 것이다.
부담되겠다. 콘서트를 어떻게 꾸밀 작정인가?
콘서트라는 건 나한테 굉장히 힘든 필요악이다. 콘서트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음악성이 뛰어난 분들, 그리고 쇼맨십이 대단해 쇼 위주로 하는 부류가 있다. 모두 프로다. 어떤 작업이 더하다, 덜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어렵다. 하지만 난 이번 콘서트에서 그 난해한 두 작업을 접목시키려 한다.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를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대를 만들려고 한다. 무대에서 내가 가진 쇼맨십을 모두 발휘하고, 듣기 싫은 라이브가 아닌 전곡 라이브, 들으면서 저게 정말 라이브일까 의심을 할 수 있도록 그런 무대를 만들고 싶다.
가수와 관계 없는 분야로 외도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게 맘에 들었다. 이 양반은 정말 가수로 승부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오늘 만나보니 그게 아니다. 바다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드러내 미안하다.
원래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 모든 가수들이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니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 내 계획의 순수성이 옅어지는 거 같아 시기를 보고 있다. 영화나 연극은 스토리라는 긴 호흡을 통해 3분 안에 끝나는 음악에서 배우지 못하는 걸 배울 수 있다. 마치 폐활량을 늘리는 것처럼.
이젠 솔로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솔로로 데뷔하는 여가수가 많다. 간미연, 박정아 등.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조언 좀 부탁한다. 그리고 당신을 가장 긴장시키는 경쟁자는 누구인가?
박정아 씨 같은 분들은 노래도 잘하고 예쁘다. 서인영 씨도 매력 있고 섹시하다. 가장 중요한 건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거다. 스타가 되거나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겠다면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 다른 분야로 떠났을 때 가수로 복귀하고 싶다면 노래는 기본이다.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후배들이 워낙 노래를 잘해서 말도 안 되는 곡만 받지 않는다면 잘할 것 같다.
옷을 입을 줄 아는 것 같다. 남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스타일 그리고 당신 앞에 있는 폭주하는 몸무게 때문에 고민하는 에디터의 변신을 위해 조언 부탁한다.
스타일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우선 저녁 좀 줄여야겠다. 물도 많이 먹어라. 사람들은 정장 차림엔 시계를 차지만 티셔츠 차림에는 시계를 멀리한다. 난 티셔츠 입는 남자가 시계 차는 게 멋있어 보인다. 자유로움 속에 관념도 있어 보이고, 섹시해 보인다. 요즘은 스니커즈를 자주 신는데 믹스앤매치가 돋보인다. 중요한 건, 자기한테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지 자주 물어봐야 한다.
그러니깐 나도 물어본 거다.
좋은 자세다. 계속 그렇게 물어보고 다녀라.
시간이 나면 주로 뭘 하는가? 운동하는가, 아니면 영화나 책을 보는가?
요즘은 무조건 운동한다. 그리고 쉴 때는 책도 많이 읽는다. 고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안 읽었다. 재밌는 걸 몰랐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시집은 많이 읽었다.
시집 많이 읽은 게 작사하는 데 도움되겠다.
맞다. 그런 것 같다. 그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아버지 친구가 시인이었다. 그래서 시를 편하게 접하게 됐다.
사적인 질문이다. 휴가로 미국에 가려 했는데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더라. 그래서 일본에 가려 한다. 일본에 오래 있었는데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
일본 좋다. 후쿠오카를 추천한다.
후쿠오카라고 말하는 발음이 일본 사람처럼 좋다. 일본어 잘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어 못 해도 괜찮다. 난 영어를 잘하고 싶다. 일본어만큼만 영어하면 팝송도 빨리 외울 수 있을 텐데. 불러보고 싶은 노래도 많은데 그게 좀 아쉽다. 요즘 영어 공부 중인데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일본 진출은?
그런 제의는 있었는데 이미 말한 것처럼 모든 일에는 운명적인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그렇게 끌리지 않는다. 더 보고 있다. 완벽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다.
마지막 질문은 공익적으로 가자. 2004년 바다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웃긴다. 바다를 위해 뭔가 한 일이 있나 아니면 그냥 이름 때문에 유명한 연예인이라 받은 건가? 그럼 이하늘은 뭐, ‘하늘의 날’이 있으면 대통령 표창 받아야겠다. 그렇지 않나?
몰랐나?
모른다. 말해달라.
내용이 있다. 어민들을 위해 CF를 찍었고 해양수산부에서 주관하는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글쎄, 그냥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뭔가 더 깊은 내막이 있을 것 같은데, 비밀인가?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하느님만 알고 계시면 된다.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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