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네 클라이네
홍제동 언덕배기에는 주택의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아이네 클라이네의 작업실이 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젊은 목수 이상록과 신하루가 함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주문을 받아 가구를 제작한다.
2009년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자신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주문이 들어온다는 것. 설득과 수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고객과 소통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유연하게 담아낸다. 그들의 가구가 정갈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건 그런 과정 때문에 가능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완성까지 3주가 소요된다.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오고 회사가 커지면 생산 방식에 변화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 호흡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어로 ‘하나의 작은’이란 뜻의 아이네 클라이네가 커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까? 그들의 호흡이 가빠질지라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가구를 만드는 그들의 초심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2 메종데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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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컨덴세이션 전시. 사야 가죽 공방에 설치된 Elisabeth S. Clark의 작품.
여기저기서 향초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만큼 향초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 메종데부지는 이러한 흐름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2011년에 처음 브랜드를 론칭했고, 파리 베이스의 조향사와 함께 각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고농도의 향료를 사용하고, 100% 천연 소이 왁스와 시어버터, 그리고 최고급 심지만을 고집한다. 무엇보다 모든 공정이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자랑이다. 유럽산 향초 브랜드와 비교해봐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향이 굉장히 세련됐다는 것이 메종데부지의 최대 강점. 메종데부지는 한남동에 캔들 부티크를 준비 중이다. 식물과 향초가 어우러진 전혀 새로운 매장을 선보일 거라고. www.mdbougies.com
3 두부공
두부공은 합정동에 위치한 작은 자전거포다. ‘자전거 장인’ ‘수제 자전거’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동네 자전거포가 더 어울리는 곳이다. 그만큼 정감 가고 친근하다는 소리. 두부공이라는 이름도 주인장의 별명인 ‘두부’와 장인을 뜻하는 ‘공’을 합쳐 탄생했다. 김두범 대표는 우리나라의 자전거 장인에게 기본을 배우고 일본으로 건너가 자전거 견학을 마친 후 미국의 자전거 학교 UBI에서 프레임 빌딩과 정비 등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그 덕에 두부공에서는 프레임 빌딩부터 완제품 판매, 수리 등 도색을 제외한 자전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중 프레임 주문 제작을 주로 진행하며, 자전거에 해박한 마니아들이 주 고객이다. 주문을 받으면 프레임의 색상, 라이딩 스타일, 두께, 라이더의 신체 사이즈, 용접 방식, 무게 등을 고려해 수작업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빚고 만들어가는 작업의 의미를 되살리고 자전거포가 가지고 있던 친근한 소통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두부공의 당찬 포부다. www.doboogong.com
4 슈즈바이런칭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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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컨덴세이션 전시. 사야 가죽 공방에 설치된 Elisabeth S. Clark의 작품.
유럽산 브랜드들이 유구한 역사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 구두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 속에서 소신 있게 묵묵히 구두를 만드는 소규모 국내 브랜드가 있다. 슈즈바이런칭엠이다. 대기업도 버거워하는 현시점에 개인이, 그것도 가장 전통적인 구두 제조 방식으로 알려진 ‘핸드손 웰트 기법’으로 구두를 만든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가죽, 밑창, 굽 높이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도 진행하지만 이보다는 그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자체 생산 제품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미 고태용, 최범석 등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과 꾸준히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곧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디자인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 그것은 분명 유럽 브랜드와 경쟁하는 데 훌륭한 무기가 될 것이다.
5 심야공방
어느 야심한 밤 압구정 외딴 골목을 지나다 보면 여럿이서 도란도란 모여 앉아 무언가를 만드는 이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가죽 공예를 하는 심야공방이다. 주인장 김호영은 외국계 기업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5년 전 가죽 공예를 접하고 그 세계에 빠져들었다. 관련 영상과 외국 서적을 탐독하고 일본까지 건너가 기술을 배우고 왔다. 심야공방이라는 이름답게 작업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그는 가죽 선정부터 재단, 바느질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소품에서 느낄 수 있는 차분하고 꼼꼼한 마감은 만드는 이를 쏙 빼닮았다. 심야공방은 제품 생산 이외에도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 일일 체험도 가능하다.
6 모츠
모츠는 ‘전자와 공예의 만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목공 전자 기기를 수작업으로 생산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박재준은 목공을 하는 동생 박재규의 도움을 받아 나무에 빛과 소리를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즈의 작업실에는 목재와 전자회로가 공존한다.
도토리 모양의 작은 라디오, 휴대폰 거치대가 달린 블루투스 나무 스피커, 나무 스탠드 등이 대표 작품이다. 작업실 한편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발판 선풍기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나무로 된 발판에 있다. 어느 한 방송사와 계약한 ‘그린 라이트’ 소품도 보였다. 나무로 만들 수 있는 전자 기기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모든 제품은 한 건물에서 완성된다. 4층에서는 전자회로와 디자인이 이루어지고 1층에서는 목공 작업이 이루어진다. 목공에 사용되는 도구마저 나무로 만들 정도로 그들에겐 나무가 친숙하다.
7 블레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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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컨덴세이션 전시. 사야 가죽 공방에 설치된 Elisabeth S. Clark의 작품.
작년에 불어닥친 팔찌 열풍 덕에 블레또는 이미 많은 남자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블레또는 한 철 반짝하고 사라질 브랜드가 아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패션을 바라보는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의상을 전공한 윤태원이 디렉팅하고 미술을 전공한 차광호가 디자인을 맡고 있기 때문. 두 번째 이유는 수작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다. 크게는 실버라인과 젬스톤, 가죽 라인으로 나뉘는데,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고집한다. 남자 주얼리 시장이 더욱 커지기 위해선 블레또의 행보가 중요하다. 제품을 깐깐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의 색을 뚜렷하게 내보이는 브랜드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주얼리 브랜드도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생길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첫 주자는 아마도 블레또일 것이다.
PHOTOGRAPHY: 조성재
ASSISTANT: 김재경
EDITOR: 이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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