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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FC는 정말 거품이었나

프라이드FC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미르코 크로캅과 반달레이 실바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마우리시오 쇼군 역시 졸전 끝에 판정패를 당했다.패배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이들이 보여준 경기력이 예전에 비해 형편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프라이드FC는 정말 3류 단체일 뿐일까.<br><br>[2008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2, 2008

PHOTOGRAPHY 박원태 cooperation 링스포츠(www.ringsports.co.kr) Editor 이기원

세계 종합격투기의 중심이 UFC로 옮겨가는 중이다. 일본의 종합격투기 단체 프라이드FC는 이미 공중 분해됐고, K-1도 리그 내 선수들의 이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조직이 와해되자 프라이드FC의 인기 스타들은 대거 UFC로 이적했다. MMA 무대의 특성상 프라이드의 스타일과 수준을 이어갈 만한 단체가 UFC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미르코 크로캅이 알렸다. 프라이드의 와해 소식이 알려지기도 전에 UFC로부터 이적 제의를 숱하게 받았던 이 스타 플레이어는 적응 기간도 갖지 않은 채 옥타곤에 섰다. 결과는 처참했다. 크로캅은 실신 KO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크로캅 이후 미들급 챔피언인 마우리시오 쇼군, 반달레이 실바도 차례대로 무너졌다. 패배가 계속 되자 루머가 돌았다. 선수층이 두터운 UFC에 비해 강자와 약자의 대결 구도로 손쉬운 매치에만 익숙해져 있던 프라이드 출신 파이터들의 거품이 이제야 드러났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UFC야말로 진정한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빅 리그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XTM 김대환 해설위원은 “UFC의 선수층이 두터운 건 사실이지만 프라이드FC의 선수들이 약한 건 아니다. 프라이드와 UFC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소속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이 달라지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하물며 리그가 바뀐 지금에는 두말할 것 없다”고 말했다.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룰 하나도 실제 경기에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일본과 미국이라는 입지의 차이, 관중들의 반응, 심지어 레프리의 성향까지. 링 위에서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담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지만, 종합격투기는 스트리트 파이팅이 아니다. 당일의 컨디션과 마인드 컨트롤, 육체적인 훈련량이 종합적으로 발휘되는 ‘스포츠’다. 시합 전에는 아무리 강한 선수라고 해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룰의 차이는 더욱 확실하다. 팀 포마(TEAM FOMA)의 윤철 감독은 “룰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링과 옥타곤이라는 장소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소한 예로 링에서는 로프의 반동으로 중심을 잡거나 타격을 피하기가 쉽다. 하지만 철창 안에서는 한 번 코너로 몰리면 바로 위기 상황으로 연결된다. 엘보 공격 같은 경우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크로캅이 데뷔전에서 패배한 결정적인 원인도 그라운드 상태에서 팔꿈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팔꿈치 공격에 의한 데미지가 결국 실신 KO패라는 치욕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타격과 서브미션, 체격의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무결점 파이터로 불리던 쇼군이 무기력하게 패배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라운드 공방에 이어 스탬핑과 사커킥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콤비네이션을 자랑하던 쇼군이 패배한 것은 몸에 배어 있던 승리의 리듬을 잃었기 때문이다. 얼핏 단순한 쇼맨십으로 보이던 일련의 킥 공격들은 쇼군의 경기력을 유지시켜주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UFC에 와서 주특기이던 사커킥과 스탬핑을 완전히 봉쇄당한 그는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공식을 완전히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선수가 한 가지 룰에 몇 년 동안 적응하다 보면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몸에 저장되어 있던 콤비네이션 동작들이 의식적으로 봉쇄당하면 어정쩡한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방송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짧은 머뭇거림들이 실제 경기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사실상 영장류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에밀리아넨코 효도르가 UFC 진출을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철 감독은 “프라이드 룰에서 효도르를 이길 선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당장 UFC 룰로 랜디 커투어와 대전한다면 랜디 특유의 더티 복싱에 패배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했다. 과거 UFC의 강자였던 척 리델이나 페드로 히조 같은 스트라이커들이 프라이드FC의 작은 링 위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경우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향을 잃어버린 프라이드FC의 파이터들은 더 이상 예전의 투지 넘치던 파이팅을 보여줄 순 없는 걸까. 윤철 감독은 “아마 올해가 고비가 될 것 같다. 최근 노게이라와 팀 실비아의 타이틀 매치에서도 봤듯이 충실한 준비를 한 선수들은 빠르게 과거의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크로캅의 경우는 더 이상 나아질 것 같지 않지만, 쇼군 같은 파이터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예전의 실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몸에 배지 않은 젊은 선수의 경우 룰에 대한 적응 속도가 훨씬 빠를 거라는 얘기다. 축구에는 이런 금언이 있다.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잠깐의 부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선수의 수준 자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이 말은 프라이드FC 출신의 이적생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프라이드의 거품을 논하는 것은 올해가 지나간 뒤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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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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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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