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 툭, 한 남자가 선다. 귀밑으로 뻗은 뒷머리를 만지며 너스레도 떤다. 최승현이다. 이제는 탑(T.O.P)만큼 익숙한 이름. 어느새 영화 세 편도 찍었으니까. 그가 카메라를 향해 손짓, 발짓 해가며 포즈를 취한다. 어깨에 힘을 뺀 채 그 공간을 장악한다.
노란 렌즈의 선글라스가 꼭 제 몸 같을 정도로. 에디터의 기억 속에 그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포화 속으로>로 영화 잡지 표지를 촬영할 때였다. 그는 어딘가 경직돼 있었다. 눈빛은 벼린 화살촉처럼 형형했지만, 몸은 발사대처럼 딱딱했다. 이해한다.
첫 영화인 데다 쟁쟁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따로 떨어져 존재했다. 간단히 말해, 즐기지 못하는 듯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탑은 그렇게 보였다. 물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낯설게. 물론 과거 얘기다. 이제는 그는 물 밖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로 환경에 적응했다. 최소한 그렇게 보였다. 진화론의 관점에서그는 성공적이다.
<타짜-신의 손>이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통과했으니까.
◀ 트렌치코트 랑방, 검은색 터틀넥 니트 톰 포드, 패치워크된 데님 팬츠 준야 와타나베 꼼 데 가르송 by 10 꼬르소 꼬모, 흰색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장에서 자꾸 느끼해 보일까봐 걱정하더라. 뭘 그리….
좀 재밌게 찍어보자 해서 뒷머리를 길게 붙여서 약간 복고풍으로 찍었잖나. 항상 화보 촬영할 때 수트 같은 걸 자주 입었으니까.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뒷머리를 붙이고 복고풍 옷을 입고 남성스러운 표정을 짓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종이 한 장 차이로 느끼하게 보일 수 있으니까. 신경 쓰였다.
결과물 보니 괜찮게 나온 것 같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담은 것 같다. 아껴두려고 새로운 콘셉트를 자주 안 한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소모될 수 있으니까. 새로움을 주려고 항상 콘셉트를 아껴두는데, <아레나>를 통해 풀어보려 했다. 이번 영화 캐릭터 자체도 기존에 내가 했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이 많아 욕심도 있고, 오랜만에 화보를 찍으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예전 <포화 속으로>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너무 여유가 생겨서 문제다, 하하. 기본적으로 화보 촬영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즐겨야지 화보도 잘 나오니까. 촬영 콘셉트는 정한 대로 가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좀 더 세련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욕심을 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오히려 나태해질까 경계한다. 나태해지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으니까. 항상 남은 카드를 숨겨두고 준비하는 편이다.
이번 영화가 딱 그렇다. 안 보여준 카드를 한 번에 딱 ‘까는’ 듯한!
맞다. <동창생> 관련 인터뷰할 때 이렇게 얘기했다. 이번 영화까지만 내 캐릭터를 보여주고 다음 작품은 의외성이 있는 영화와 캐릭터를 해보겠다고. 그러다 <타짜-신의 손>을 만나긴 했는데, 고민했다. 자칫 잘못하면 만화 <타짜> 마니아들에게 굉장히 혼날 수도 있으니까. 이제는 내가 자극받을 수 있는 게 아니면 끌리지 않는다. 어려운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고 싶었다.
촬영하면서 내게 없는 모습도 계속 끌어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사소한 생활,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 도박판의 수 싸움, 그러면서 인간적인 면 등 표현해야 할 연기의 폭이 넓다. 대체로 감정을 터뜨리기만 했던 예전 역할과 전혀 다르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내가 몇 꺼풀을 벗지 못하면 이 영화를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점 때문에 나 스스로 많이 싸웠다.
내게 없는 모습을 끌어내려고 하면 관객 입장에서 볼 때 어? 저 사람이 왜 굳이 저러지? 하면서 애쓴다는 느낌이 들면서 집중하지 못하지 않나. 그런 걸 들키지 않아야 한다. 촬영하기 전날 밤에 그 선을 많이 고민했다. 그 안에서 어떻게 좀 더 고급스럽게, 빤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느 정도까지라고 선을 정하지 않고 다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겜블링 좋아하나? 아예 모르는 것과 좀 아는 것은 연기할 때 차이 나잖나.
카드도 그렇고, 아예 게임을 안 한다. 어릴 때부터 전자 게임도 안 했다.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하면 진짜 끝까지 갈 거 같다.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아예 안 한다. 이번에 화투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지만, 연기할 때만 이걸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끝나고 나선 아무리 실력이 생겨도 화투를 하면 안 되겠다 다짐했다, 하하.
지면 열 받아서 아예 하지 않는 마음, 뭔지 안다.
맞다. 난 인생까지 걸 놈이다, 하하.
▶ 카키색 스카프 프라다. 골드 프레임의 빈티지 선글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실 이번 영화 자체가 한 판 승부다.
이번 영화는 확실히 폼 나는 성장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없는 모습이나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오히려 그 부분을 알았기에 더 끌렸다. 이제는 리스크가 없는 건 끌리지 않는다.
영화를 끝내니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나?
솔직히 얘기해도 되는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하하. 촬영하면서 배우들마다 개성 있는 모습들을 캐치해 다음 작품에서 나만의 노하우로 나타낼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좋은 의미로 자신감이 좀 생겼다. 같이 일하다 보면 상대가 살아온 삶의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다고 하잖나. 이번 경험을 통해 그 스펙트럼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걸출한 선배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니까. 처음에 위축되진 않았나?
오히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번 영화를 통해 잘하는 분들, 훌륭한 분들을 만나면서 속으로 승부욕이 생겨서 좋은 기운을 잘 받았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무대에서 가수들이 기 싸움 한다고 하는데 난 그런 걸 잘 못하는 성격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좋은 기운을 느끼려고 하는 편이다. 좋은 기운과 강렬한 기운을 받아서 다시 되돌려주려고 한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이 그랬다.
<타짜-신의 손>은 추석 영화다. 추석 영화라 하면, 한마디로 기대작이다. 그냥 영화 한 편에 출연한 것과는 느낌이 다를 듯하다.
그 생각까지는 못해봤다. 추석 영화나 기대작 같은 수식어는 아직까지도 실감 나지 않는다. 그냥 <타짜-신의 손>이라는 영화 자체가 부담이었기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떤 화살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걸 인지한 상태였으니까. 많은 팬을 보유한 허영만 선생님의 <타짜> 속 함대길이라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구나 선배 세대들이 즐겨 보던 만화 속 인물이라서, 이걸 어떻게 재밌게 할까, 하고 더 많이 생각했다. 아직까지도 허영만 선생님이, 또 강영철 감독이 만든 영화 속 함대길이라는 캐릭터를 내가 대신 연기했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저런 부담이 있어도 결국 촬영을 다 끝냈으니 이제 마음이 편안하겠다.
아니다. 지금 내 얼굴에 뭐가 많이 나 있잖나. 원래 많이 나지 않는다. 사진 찍을 때 얼굴 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를 찍고 개봉 전, 앨범이 나오기 전 처음 홍보할 때 항상 얼굴 상태가 가장 나쁘다. 어떤 작업을 끝내놓고 사람들 앞에 다가가기 직전이 가장 불안한 순간이다. 굉장히 초조하고, 예민해진다. 불안하고 잠도 오지 않고. 그래서 혼자서 술도 많이 마신다. 지금이 가장 초조한 시기다.
내 1년을 담은, 내 모든 기와 감정을 담은 영화니까.
원작 만화를 보면 자연스레 섹슈얼리티가 담겨 있다. 그런 면도 살려야 했을 텐데, 아이돌로서 걱정하진 않았나?
저 이거 못하겠습니다, 한 적은 없다. 그런 장면이 있지만, 감독님 성향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걸 싫어하신다. 이야기 자체가 노골적이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찍으면 오히려 원작을 고급스럽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그래도 센 장면은 있다.
다 같이 벗고 찍는 장면은 다 같이 벗고 찍고, 베드신도 찍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옷만 입고 촬영해봤다.
난 반소매 티셔츠도 안 입는 애인데….
해보니까 해방감이 확 다가오나?
아니, 너무 불안했다. 그렇다고 겉으로 티 낼 수도 없었다. 내가 긴장하면 스태프들도 긴장하고 선배들도 좋지 않은 기운을 느낄 거 아닌가. 겉으로는 편한 척했지만, 혼자서는 굉장히 불안했다. 내가 말 그대로 노출을 굉장히 싫어한다. 진짜 여름에도 반소매 티셔츠를 잘 입지 않는다. 그런데 촬영해보니까 별 생각이 없어지더라, 하하.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출 장면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 none
Casely Hayford
단색의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마치 셔츠처럼 활용한 점이 새롭다. 특이한 스타일에 관대한, 트렌디한 파티 룩에 참고할 수 있을 듯.
(왼쪽) 트러커 재킷·울 팬츠 모두 프라다, 스웨터 와코 마리아, 빈티지 선글라스·흰색 스니커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숄칼라 이브닝 재킷 프라다, 누드 일러스트 셔츠 와코 마리아, 검은색 데님 팬츠·몽크 스트랩 슈즈·목걸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뭘 그렇게 단정적으로.
이 영화에서 내가 노출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동창생> 같은 액션 영화에서 근육을 보여주는 노출 장면이 있었다면 오버일 수 있다. 영화에서 멋있으려고 저렇게 벗어야 하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타짜-신의 손>에선 멋있게 보이기 위해 조명으로 몸을 살려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벗은 만큼 재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옷을 벗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영화겠구나, 하면서.
모두 벌거벗고 화투 치는 장면이 욕망, 의심 등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긴 한다.
그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에 선뜻 벗을 용기가 생겼다. 음… 말하고 보니 여자 배우처럼 이야기 한 것 같다, 하하.
하하, 장면보다 저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죠, 뭐 이런?
그 영화의 내러티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벗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더 느꼈다. 좀 정신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 집에서도 긴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다. 피부에 어떤 사물이 닿는 걸 싫어한다. 반바지도 안 입은 지 한 10년 넘었다.
예민하다기보다는 굉장히 쑥스럽다. 나한테는 피부가 보인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쑥스러운 행위다. 그래서 찍다가 감독님한테 팬티도 벗기고 싶으시냐고 물었다, 하하. 이미 살을 노출했으니 속옷을 입나 벗나 큰 차이가 없었다, 하하. 재미있긴 했다.
살면서 이런 경험도 해보고.
<타짜-신의 손> 정보가 공개되면서 우려하는 이야기도 많다. 가령 댓글이라거나.
보지만 상처 받지는 않는다. 빅뱅이 앨범을 냈을 때도 항상 악플은 있었다. 항상 그 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변화를 보는 재미가 또 있다. 그리고 내가 아직까지는 그렇게 ‘안티’가 많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서, 하하.
아, 이번엔 어, 내가 안 먹던 욕을 먹네? 하는 건 있더라, 하하.
가수와 배우, 두 가지 활동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쏠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작하지도 않고.
본업은 음악이지만,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드라마에 첫 출연한 이후로 한 8년 된 것 같은데, 난 신중하게 하나씩 ‘올인’해서 하는 애인 거 같다. 다량으로 하다가 하나 걸리는 애가 아니라, 굉장히 정성스레 하나하나 준비해서 만들어가는 성향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는 환경도 참 좋다.
글쎄, 꼭 그렇진 않다.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시대이긴 한데, 내 성향 자체가 좀 쉽게 못 간다. 항상 아껴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던 시기에도 가끔 음악 프로그램을 본다. 그러면서 요즘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켜본다. 난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약점을 보이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굳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 판에 안 끼려고 한다.
자주 끼다 보면 고수라도 질 수 있으니까?
그 반대 뜻으로 말한 거다. 강자가 없을 때는 굳이 안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음… 너무 솔직하게 얘기한 건가? 하하. 오랜만에 인터뷰해서…. 그러니까 스스로 자극받을 만할 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점점 더 그렇게 됐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번 영화에 출연하면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 내겐 더 자극이 됐다. 그 점이 더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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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ly Hayford
단색의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마치 셔츠처럼 활용한 점이 새롭다. 특이한 스타일에 관대한, 트렌디한 파티 룩에 참고할 수 있을 듯.
(왼쪽)검은색 무통 재킷 톰 포드, 데님 트러커 재킷 아메리칸 어패럴, 연청색 데님 팬츠 유니클로, 흰색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라펠이 둥근 재킷·빨간색 셔츠 모두 꼼 데 가르송, 검은색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영화니까.
얻을 수 있는 건 진짜 아직 뭔지 모르겠다. 리스크에 비해 지금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솔직히 클 거 같지 않다. 모든 사람이 박수칠 만큼 잘하지 않는다면 이건 분명 리스크가 있는 작품이니까. 워낙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작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모험을 하고 싶었다.
듣다 보니 한 발 한 발 치열하게 고심해서 내딛는 느낌이다.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미래를 보면서 일하려고 한다. 리스크를 감당하며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지 않으면 10년, 20년, 30년 뒤에 촌스러운 사람이 될 거 같다. 실패하더라도 항상 새로운 것들을 갈구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항상 안전한 길을 간다고 하면 그 사람은 변화가 없는 거잖나.
사람들이 분명히 싫증을 느낄 거다.
소모되기 십상이니까. 그런 면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기는 하다.
대신 요즘 시대에 실속은 없다. 물론 나 자신이 잘난 구석이 없어서 못 보여드리는 점도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셀카’라도 찍어서 올릴 텐데, 그러기에는 자신에 대해 냉철한 편이다. 너무 신중해서 문제다.
신중해야 외부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자주 노출하면 그런 위험도 많다.
평소에 위험한 짓을 할 거리를 안 만든다. 쉴 때는 정말 집에만 있다. 만약 2주를 쉴 수 있다면 난 2주 동안 집에서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 친구를 만나도 집으로 불러 와인 한잔하고. 어디 가서 실수할 거리를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어서 스스로 고삐를 좀 쥐고 있으려고 한다, 하하.
비등점에 다다를 때까지 참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진 카드를 다 꺼냈다는 표현이 있다. 난 항상 남은 카드를 안 꺼내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걸 항상 아껴두려 한다. 대중 예술인으로 내가 이 시대에 뭘 해야 할지 그림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불안하진 않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빅뱅이란 그룹이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내가 솔로 앨범을 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빅뱅 활동과 배우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시기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래서 그 카드를 조금씩 모으고 있다. 조금씩 작업한 곡들도 모아두고 있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적절히 꺼낼 계획인 건가?
계산적으로 생활하는 여우 같은 면은 없다.
난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다. 사실 오히려 겁쟁이인 거다. 감성적인 겁쟁이여서 계산적으로 못 살기 때문에 항상 숨으려고 한다. 내면적으로 자신감도 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점점 기다려 단단해질 때 뭔가를 더 보여줄 거다. 내가 보여주지 않은 카드가 있다고 얘기한 건, 내 탤런트와 능력을 퍼센트로 따졌을 때 현재 보여준 건 5%도 안 된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안다.
막 끓어올라서 폭발할 때를 기다리나?
난 참고 있는 걸 좋아한다. 원래 굉장히 의욕적인 사람인데, 그 의욕을 참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보여줘서 저 사람 뒤에 뭐가 없구나, 느끼기도 한다.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면 보인다. 그런데 나는 항상 그런 걸 참아왔다.
주변에서 항상 더 많이 하라고 자극해도 조금 더 참는다. 뭔가 알이 통통하게 차올랐을 때 보여주고 싶다.
Fashion Editor: 성범수, 고동휘
Feature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홍장현
Stylist: 지은
Hair: 김태연
Make-up: 임해경
Assistant: 김형선, 이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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