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폴로 셔츠 73만원 프라다 제품.
옷에 관심 있는 남자들은 디테일에 열광한다. 여자보다 더하다.
“여성복을 디자인할 땐 전체적인 룩에 초점을 맞추지만 남성복을 디자인할 땐 옷 하나에 집중한다. 남자들은 보통 주머니의 생김새나 재킷의 겉감과 안감의 색깔 대비 같은 세세한 부분에 흥분하니까.”
디자이너 조너선 선더스는 대놓고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생각해보니 편집매장에서 마주친 남자들 사이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 보이는 두 사람은 반소매 티셔츠 한 장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네크라인의 두께에 관한 것이었다. 소재와 색깔 모두 마음에 드는데, 네크라인의 폭이 너무 좁다는 게 한 명의 고민, 나머지 한 명은 바로 그게 매력이라고 응수하고 있었다. 남자들이 실용과 전혀 관계없는 세부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가벼운 충격을 받았었다.
얼마 전 인터뷰했던 가브리엘레 파시니 역시 그랬다. 이탈리아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재킷 실루엣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라펠과 칼라가 접하는 선의 각도가 특히 민감한 요소인 모양이었다. 그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열변을 토했다. 이번 시즌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법한 구석을 지닌 옷들이 많다.
당장 프라다에서 소개한 니트 폴로 셔츠만 봐도 그렇다. 세심히 살펴야 할 건 칼라의 모양이다. 폴로 셔츠의 일반적인 칼라에 비해 폭이 넓고, 끝 부분이 뾰족하다. 1940년대 복고 무드가 제대로 반영된 것이다. 설명 없이도 눈치 챘다면 다음 페이지도 흥미로울 것이다.
- Jil Sander
- Louis Vuitton
Jil Sander
기본적인 흰색 셔츠와 짧은 바람막이 점퍼가 섞인 옷이다. 정갈한 칼라 사이로 드러난 지퍼가 그 증거다. 형광 주황색 자카드 소재로 마무리한 아랫부분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소매와 몸통의 밑단엔 스포티한 스트링 장식까지 달렸다. 1백28만원.
Louis Vuitton
반다나를 이어 붙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다른 색으로 프린트했음을 알 수 있다. 패치워크가 아니란 얘기다. 흔한 아웃도어 풍 반다나 프린트에 루이 비통의 로고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킨 건 참 깨알 같다. 가격미정.
- Marni
- Leigh
Marni
‘반바지 앞치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평범한 버뮤다 팬츠에 같은 바지 모양을 약간 축소한 천을 똑딱이 단추로 고정했다. 입고 서 있으면 잘 모른다. 이 반바지의 비범함을. 가격미정 분더샵 맨 판매.
Leigh
라이닝 디테일이 눈에 띄는 반바지. 그러나 눈길을 끄는 세부는 따로 있다. 허리 부분에 자리한 지퍼다. 엄밀히 말해, 서스펜더의 버클과 지퍼를 혼합했다. 버클을 풀고 지퍼로 품을 조절한 다음 버클을 다시 채우면 그대로 고정된다. 허리선이 쭈글거릴 일 없이. 30만원대.
- Rick Owens
- Juun. J
Rick Owens
밑위가 긴 반바지에 유도복의 허리끈을 연상시키는 스트랩 장식이 달렸다. 특별한 용도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스포티한 뉘앙스만을 더하기 위한 장치다. 스트랩 아래로 달린 주머니는 확실히 실용적이다. 터프한 분위기를 더하기도 하고. 78만원.
Juun. J
허벅지를 거의 다 드러내는 길이의 마이크로 쇼츠다. 중성적인 옷인 만큼 세부 역시 섬세하다. 벨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바지와 같은 원단의 스트랩 장식을 달았다. 금색 똑딱이 단추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흰색과 단추 색감의 조합이 근사하다. 가격미정.
- Raf Simons x Fred Perry
- Prada
Raf Simons x Fred Perry
이중 칼라 피케 셔츠다. 평범한 하늘색 피케 셔츠에 브라질 국기 색깔의 칼라를 더해 경쾌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원색 칼라는 단추로 떼었다 붙일 수 있다. 옆구리 부분에 사선 스티칭을 더해 입체감 있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26만5천원 비이커 판매.
Prada
석양을 배경으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하와이언 미녀가 그려진 실크 셔츠다. 분명 셔츠인데, 밑단에 예사롭지 않은 밴드가 붙어 있다. 블루종과 셔츠의 경계에 선 옷이다. 이 옷을 입을 땐 밑단을 꺼내란 뜻이겠지? 80만원대.
PHOTOGRAPHY: 기성율
ASSISTANT: 이효람
EDITOR: 안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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