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F-Type Coupe
재규어는 아름다움 외에 속도까지 탐냈다.
F-타입 컨버터블은 그 선언이었다. 묵직하게 울렸다. F-타입은 E-타입을 계승한다. 1961년 탄생한 재규어의 정통 스포츠카. F-타입을 통해 전통과 기술 모두 노린 거다. 물론 미적 성취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이언 칼럼이 전면에 나서 솜씨를 뽐냈다. 반응이 좋았다. 이제 굳히기에 들어간다.
F-타입 쿠페는 좀 더 순수하게 달린다. 그동안 재규어는 잘 달렸지만, 외모에 가렸다.
최소한 F-타입만은 가려지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기존 재규어와 다른 감각을 깨운다.
더불어 등을 떠민다. 좀 더 밟아보라고, 좀 더 자동차를 믿으라고. 누구나 F-타입 쿠페의 페이스에 말리게 된다. 짜릿한 고취.
재규어는 반세기나 숨죽인 본능을 되살렸다. 재규어의 발톱이 매섭다.
가격은 9천8백40만원부터.
AUDI RS7
아우디의 RS는 고성능을 대표한다. 우리도
이 정도는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광포한 성격을 양껏 담았다. 이제는 다르다.
아니, RS7은 다르다.
RS 시리즈의 플래그십. 기존 RS6의 흉포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겁먹을지 모른다. 하지만
RS7은 마냥 과격하지만은 않다. A7의 효율성과 S7의 유연함을 모두 갖췄다. 오른쪽 발에 힘주지 않으면 그냥 A7이다. 아주 조금 흥을 내면
S7이 된다. 레이서가 빙의했다면, 그제야 RS7으로 변신한다. 고성능이면서 고급 세단의 편안함을 희생시키지 않았다. 과거 스포츠카와 세단은 양립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이제는 흔하다. 그럼에도 ‘스포츠’에 방점이 찍힌다. RS7은 중용의 묘를 발휘했다.
모순을 극복한 스포츠 세단. RS7이야말로 최고의 욕심쟁이일지도 모른다.
가격은 1억5천5백90만원.
BMW M5
BMW M시리즈는 엑스칼리버 같은 차다. 자동차 좀 아는 사람에겐 신화 같은 존재. 누구나 엑스칼리버를 뽑길 원하지만 아무나 뽑진 못한다. 소유하는 것만으로 다른 존재로 탈바꿈된다. 아서 왕이 엑스칼리버를 뽑고 왕이 되지 않았나. M을 타는 건 단지 돈이 많은 것 이상을 의미한다. M을 알고,
M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된다(간혹 각 모델별 가장 비싼 등급이라 사는 경우도 있다지만). M은 BMW의 상징이다. 대외적으로 브랜드의 성격을 더욱 공고히 한다. 역동적인 운전 재미는 BMW의 정체성 아닌가.
실제로 BMW는 M에 자동차 경주에서 발휘한 솜씨를 이어 나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그중 M5는 5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이다.
베스트셀링 자동차다운 완결성과 M다운 폭발력이 있다. 장 보러 갈 때 타도 괜찮은 스포츠카라는 얘기다.
가격은 1억4천3백80만원.
MERCEDES-BENZ
SLK 55 AMG
장인 한 명과 엔진 하나. AMG가 매번 자랑하는 지점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는 엔진. 단지 고성능이라는 기술적 가치만 내세우지 않는다. 한 장인의 명예를 심장에 간직한 차라는 정서적 가치도 안긴다. 물론 장인의 이름이 시속 10km라도 더 빨리 달리게 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속 10km 이상의 자부심은 준다. 또 다른 정서적 가치도 있다. AMG만의 배기음이다. 거칠면서 웅장한 소리가 실내를 울린다. AMG에 타면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를 마음이 사그라진다. 어떤 노래보다 운전과 어울리는 드라이빙 컴필레이션 앨범이 재생되니까. 더구나 SLK 55 AMG는 로드스터다. 하드톱을 열면 거대한 뿔피리 연주가 야외 음악당처럼 울려 퍼진다. 정서적 충만함이 가득한 차. 단지 빠르기만 해선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가격은 1억3백30만원.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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