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민정
아르마니와, 뱅앤올룹슨과 손을 맞잡은 지가 언젠데, 그 세계를 놀라게 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국내 소비자는 구경도 못하는 거냐는 질문에 삼성의 대답은 이러했다. “해외 특히 유럽형 휴대폰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와는 달리 GSM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의 휴대폰이라고 하더라도(예를 들어 블루블랙폰처럼) 제품 기획 단계에서 개발을 별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의 경우 WIPI라는 무선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별도로 진행하는 제품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목놓아 칭찬하던 WCDMA는 GSM에서 진일보한 기술이며 일부 폰의 경우 호환도 가능하다는데, 그렇다면 GSM 때문에 못한다는 건 WCDMA가 나오기 전 얘기가 아닌가? 또 여기에 덧붙여 하는 말이 “국내는 해외와 달리 오픈 마켓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협의, 조율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다른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출시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출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제조사가 상품을 단독으로 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휴대폰 사업자가 직접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 휴대폰에 새겨진 ‘SHOW’나 ‘3G+’ 마크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단 이동통신사를 거쳐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사의 주력 사업인(요즘 같으면 3G) 휴대폰만 골라서 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 하나는 기똥차게 들려줄 것 같은 뱅앤올룹슨의 세레나타가 한국 근처엔 얼씬도 못한다는 얘기다. LG 측도 마찬가지다. “제품 출시 전, 고객 선호도나 국가별 소비자 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먼저 출시, 반응이 좋은 제품에 한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여 출시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 그 수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서 그들의 답변은 멈췄다. 어떤 뒷이야기가 있더라도 함구하는 게 그들일 테다.
일단, 글로벌 기업이라 불릴 만큼 성장한 삼성과 LG에게 한국 시장은 너무 협소하다. 한 가지 휴대폰이 잘돼봐야 북미 시장에 출시해 올릴 수 있는 이윤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또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즉, 기업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움직이고 위험 부담을 최소로 줄이는 게 목표다. 그렇담 자국이라고 해도 한국 시장은 매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휴대폰 제조사 자체가 몇 안 되기에 그다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시장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들은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출시한다는 말로 약소국의 설움을 위로하려 한다. 중요한 건, 그들이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너무나 모르고, 또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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