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성범수 PHOTOGRAPHY 정재환 COOPERATION 마세라티, 폭스바겐
돈이 되는 기술
1956년,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중단되면서 유럽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다. 원유 공급이 원활치 않아서였다. 이스라엘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영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석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자동차 산업의 피해는 대단했다. 휘발유 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꼭꼭 닫았다. 새 차 판매는 나날이 추락을 거듭했다.
당시 영국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BMC의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는 회사 경영진에게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연비가 뛰어나고, 공간이 충분한 소형차를 만들어보자고. 그리스와 독일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 이시고니스는 자동차 설계와 스피드를 즐기던 자동차광. 그가 설계에 뛰어든 지 3년 만인 1959년 9월은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미니가 첫선을 보인때이다.
미니는 공간 활용을 위한 ‘파격’의 결정판이었다. 변속기와 엔진을 한 덩어리로 만들었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앞쪽 펜더 안쪽에 바짝 붙였다. 길이 3m를 살짝 넘는 차체로 거짓말처럼 어른 4명과 손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짐을 실어 날랐다. 작고 가벼우니 연비도 좋을 수밖에.
이 모든 건 천재적인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의 솜씨. 당시만 해도 머리가 비상한 엔지니어 한 사람의 힘으로 경제적인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었다. 미니 이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독일인의 국민차를 꿈꾸며 비틀을 개발했고, 시트로엥을 이끌던 피에르 불랑제는 농민을 위해 2CV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자동차 관련 기술이 한 사람의 천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국의 안전 관련 규정이 나날이 까다로워지면서 단순히 차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만도 없는 노릇. 설상가상으로 경쟁이 워낙 치열해 경제성만 뛰어나고 성능이 시원치 않아선 얼마 지나지 않아 도태되기 일쑤다.
연비로 대변되는 경제성의 숙제를 근사하게 풀어낸 차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폭스바겐은 일찍이 휘발유 3ℓ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3리터 카’ 루포를 선보였고, 토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카 군단을 거느렸다. 그뿐인가. 일본엔 30km/ℓ를 넘나드는 경차가 즐비하다. 유럽을 휩쓴 디젤차의 열기는 이제 르망 내구 레이스의 1~3위마저 섭렵했다.
이제 자동차 메이커에게 경제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 미국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지구 온난화 등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린 사안이 수두룩해서다. 하지만 연비에 초점을 맞춘 소형차는 마진이 변변치 않다. 큰 차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자동차 메이커가 중·대형차는 물론 심지어 SUV에 이르기까지 경제성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경제성을 가늠할 요소는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건 역시 연비다. 연비는 엔진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 자동차가 발명된 지 한 세기가 넘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은 연료로 공급된 열량의 24%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나머지 76%는 배기, 기계적 손실, 불완전연소 등으로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진다.
따라서 연비나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비결은 없는 에너지를 새로 만들어 더하는 게 아닌, 기왕 얻은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 데 있는 셈이다. ‘어떻게?’는 이미 나왔다. 에너지가 사라지는 부분을 꼼꼼히 연구하면 되는 거다. 그 출발점은 열량의 공급원인 연료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 데 있다.
요즘 휘발유 엔진은 직분사가 대세다. 연료와 공기를 미리 섞어 실린더로 불어넣지 않고, 공기를 먼저 공급한 뒤 실린더 위쪽의 인젝터가 스프레이처럼 휘발유를 ‘칙~’ 뿌리는 방식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쓰니 휘발유 낭비가 적을 수밖에. 원래 직분사 방식인 디젤 엔진은 경유를 한층 잘게 으깨어 강하게 뿜는 커먼레일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커먼레일 시스템의 인젝터 관련 기술은 휘발유 직분사 엔진보다 한결 심오하다. 커먼레일 시스템 도입 초기엔 ‘전류의 흐름’으로 연료 분사를 제어하는 솔레노이드 방식의 인젝터를 썼다. 이젠 ‘압전(壓電) 현상’을 이용, 제어하는 피에조 방식 인젝터로 한 단계 진화했다. 아울러 연료 소비를 줄이되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기술 또한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이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는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의 장점을 결합한 ‘디조토(DiesOtto)’ 압축착화 엔진을 개발했다. 디조토 엔진은 역발상의 산물이다. 스파크 플러그가 점화하기도 전에 의도치 않은 폭발이 일어나는 노킹 현상을 역이용해 디젤 엔진처럼 ‘압축착화’를 이끈다. 동시에 고회전까지 매끄럽게 치솟는 휘발유 엔진의 장점 또한 살렸다.
각 메이커가 ‘더블 바노스’ ‘바리오 캠’ ‘VVT’ 등 저마다 이름을 붙여 정신없이 선보이는 밸브 타이밍 시스템 역시 연료를 아껴 쓰고, 엔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고회전에서 엔진 흡·배기의 흐름이 이론과 달리 엇박자를 일으키며 오버랩되는 걸 막기 위해 개발됐다. 이젠 밸브 여닫는 타이밍뿐 아니라 깊이를 조절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엔진의 힘을 낭비 없이 구동축에 전달한 변속기 또한 경제성을 좌우한다. 폭스바겐은 수동 변속기보다 반응이 빠르고 효율성이 뛰어난 DSG를 선보였다. 현재 6단까지 나왔고, 머지않아 7단으로 진화할 예정. 자동 변속기는 이제 6단이 기본이다. 벤츠는 7단까지 쪼갰고, 렉서스는 여기에 질세라 한 단을 더한 8단 자동 변속기를 선보여 쐐기를 박았다.
크랭크 축, 피스톤의 재질을 개선하고 표면을 꼼꼼히 다듬어 마찰 손실을 줄이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숙제. 아울러 무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름조차 생소한 압축 흑연강(CGI)으로 엔진 블록을 짜 넣고, 서스펜션은 물론이요 프레임 자체를 값비싼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그밖에도 많다. BMW는 알루미늄과 스틸을 섞어 뼈대를 짜고, 펜더나 트렁크 뚜껑 등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다이어트 중이다. 다른 브랜드가 알루미늄 차체를 도입하지 않는 건 원가가 워낙 비싸서다. 대신 바이 와이어 기술과 모듈화를 통해 부품의 가짓수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다이어트의 숭고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시선을 연비와 쌍벽을 이루는 유지·관리 비용으로 돌려볼 차례. 포르쉐는 새 모델을 선보일 때마다 소모성 부품의 교환 주기가 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부품 값에 1시간 단위로 에누리 없이 불어나는 공임까지 따져보면 꽤 쏠쏠한 혜택이 분명하다. 폭스바겐 골프의 엔진오일 교환 주기는 휘발유가 15000km, 디젤은 30000km에 달한다.
상식처럼 알고 있는 엔진오일 교환 주기, 5000~10000km는 머지않아 소싯적 이야기가 될 판이다. 80000km 정도 지나면 갈아야 했던 타이밍 벨트는 이제 반영구적인 타이밍 체인으로 바뀌는 추세.
각 부품의 내구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보증 수리 기간 역시 덩달아 늘어난다.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와야 마땅할 듯싶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각 분야의 첨단 기술은 두루 맛보게 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동차를 사서 끄는 데 드는 비용은 늘어만 간다. 기술 발전으로 절약한 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연료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엄청난 기술 개발비가 원가에 고스란히 녹아들면서, 자동차 값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다.
결국 자동차 메이커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거금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소비자는 경제성 높은 차를 사기 위해 스스럼없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멀쩡한 휘발유 차를 헐값에 팔고, 거금을 보태 디젤차를 사는 모습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을 만큼, 경제적인 자동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메이커에겐 근사한 구실, 소비자에게 그럴듯한 명분이 되어주는 경제성은 이렇듯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자동차 역시 뼈를 깎는 다이어트로 덜어낸 무게만큼 유행하는 최신 장비를 욕심껏 짊어지는, 또 하나의 뫼비우스의 띠를 정처 없이 맴돌고 있다. 그게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급’자 들어가는 운전을 자제하고, 차 관리를 꼼꼼히 하는 것만으로도 첨단 기술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뜰 때가 됐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굳어가는, ‘경제적인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열쇠는 결국 소비자가 쥐고 있는 셈이다. 누구든 제2, 제3의 알렉 이시고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범(<스트라다> 기자)
돈이 되는 구매
연말에 차를 사는 것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연말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차를 사려거든 지금 움직이는 게 맞다. 등록세와 취득세 그리고 공채 구입까지 지원해준다고 아양 부릴 때 잡으시라.
차를 사는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진 조금만 따져봐도 답이 나온다. 등록세와 취득세 지원 이외에도 연말엔 저금리 운용 리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수입차 시장의 일반적인 저금리 운용 리스 프로그램은 30%의 보증금 납부에 보통 7~8%의 금리를 적용해 36개월의 리스 기간으로 진행된다. 보통 4천7백50만원인 인피니티 G35 세단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연말 특별 프로모션에만 베푸는 낮은 금리 3.6%를 적용하면, 월 리스 대금을 10만원 이상, 그리고 계약 기간인 36개월 동안 총 360만원 이상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월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유예 리스와 일반 조건보다 2~3% 이상 저렴한 금리의 일반 금융 리스도 제공된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도대체 언제 값싸게 차를 구입할 수 있겠나?
리스에 대해 공부하기도 귀찮고, 개인 신용도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달라진다는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현금을 다 주고 차를 사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로또복권에 당첨돼 7억이라는 돈을 벌었다고 치자, 6억짜리 집을 마련해 현금으로 깔끔하게 돈을 지불했다. 지금 당신에겐 현금 1억과 6억짜리 집이 있다. 하지만 돈을 빌려서 아파트를 구입하면 어떨까? 3억이라는 돈을 빌렸다면, 당신에겐 현재 현금 4억과 3억을 빌려 구입한 집이 있다. 빌린 3억은 은행에 넣어둔 4억에서 발생하는 이자로 갚으면 된다. 몇 년 뒤 당신은 6억짜리 집과 4억이라는 돈이 고스란히 통장에 남게 되는 거다. 물론 투자를 더 잘한다면, 4억이라는 돈은 더 크게 불어 있을 거다.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남에게서 빌린 돈은 천천히 갚는 게 남는 장사다. 물론 집과 자동차를 동일선 상에 두고 정확하게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어렵게 모은 목돈을 한꺼번에 소비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자동차를 살 땐 합리적인 할부 프로그램과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돈 버는 방법이다.
만약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입차를 타고 싶은 마음에 리스를 했다면 꼭 주지해야 할 항목이 있다. 보증금을 넣고 3년 동안 리스를 했다면, 3년 뒤에 나머지 자동차 값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만약 나머지 돈을 입금하지 못하면, 번쩍이는 수입차를 모는 초라한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3년 내에 나머지 돈을 마련할 자신이 없다면, 재리스 계약을 해두는 게 좋다. 재리스가 설정돼 있다면, 계약 후 3년이 지나고 리스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담을 백배 줄이는 방법을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차를 사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또한 브랜드가 아닌 리스사와 접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꼼꼼히 알아내기 위해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확한 계산을 뽑아내는 것도 간단한 문젠 아니다. 내가 얼마짜리 무슨 차를 원하는지 리스사에 요청하면 그들이 견적서를 받아 알려준다.
꼭 새 차일 필요만 없다면, 중고차를 사는 것도 허리 휘며 자동차 값을 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도 있다. 중고차 전시장 같은 곳에서 차를 사면 가격적인 면에선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꼼꼼히 모든 걸 챙길 순 없을 거다. 자신이 없다면, 중고차를 사는 최선의 방법은 수입 자동차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를 사는 것이다. BMW의 경우 프리미엄 셀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셀렉션은 이전과는 달리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개념의 중고차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무사고 5년 100,000km 이하의 새 차 같은 BMW와 미니 차량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고차를 사면 12개월 무상보증 서비스와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의 애프터서비스,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 72가지 정밀 차량 체크 서비스, BMW 할부 금융 프로그램 등 새 차를 구매했을 때와 차별 없는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엄선된 차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점이다. 그리고 좋은 상품이기에 매물이 들어오는 즉시 판매된다는 약점도 분명 존재한다.
포르쉐도 인증 중고차를 운영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JD파워에 따르면 포르쉐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0년간 생산된 모든 포르쉐 중 약 70% 정도가 현재까지 도로를 누비고 있다는 점에서 포르쉐 중고차가 높은 대접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포르쉐도 BMW와 마찬가지로 인증 중고차에 대해 1년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며, 24시간 전국 출동 서비스를 지원한다.
부족한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일에 일절 동참하지 않겠다면, 일시불이냐, 리스냐, 인증 중고차냐를 따질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차를 구매하겠다는 의지가 넘쳐나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꼭 알맞은 여러 가지 구매 방법을 탐문 수사해볼 필요가 있다. 쓸데없이 돈을 소비하진 마시라. 자동차를 구매한 후 유지하는 데 투입되는 돈을 감안할 때 우선 차를 살 때부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성범수(<아레나> 피처 에디터)
돈 되는 운전
차를 몰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약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등학교 때 배워 평생 써먹는 산수 실력을 써먹어보자. 내가 5년째 타고 있는 1.5ℓ가솔린 엔진 소형 해치백의 연비는 어림잡아 리터당 12km다. 기름 5만원어치를 넣으면 1주일 동안, 역시 어림잡아 320km를 달린다. 1년은 52주. 그러니까 1년 동안 내 차로 달리는
총 거리는 대략 16640km이고 같은 기간 동안 약 1386ℓ의 기름을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솔린 값을 리터당 1천6백원으로만 쳐도 1년 동안 기름값으로만 2백35만6천원 정도를 쓰는 셈이다. 주행거리가 1000km만 늘어도 기름값 1년 지출 비용은 약 13만원(83ℓ) 더 늘어난다.
얘기인즉, 운전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주행거리를 줄이라는 거다. 오늘은 어느 쪽 길이 덜 막힐까 하는 고민은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다니며 하나님께 빌어도 해결할 수 없다. 동부간선도로의 끔찍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서 도심 뒷골목을 가로지른 뒤 외곽순환고속도로로 우회해간다 해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막히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달릴 수 있다면 단단하게 막혀 있는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보다 연비가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신의 주행 경로가 주로 서울 도심이라면 그런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단언컨대, 목적지에 이르는 시간이 경천동지할 수준으로 단축되지 않을 바에야 갑갑하고 짜증나더라도 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하는 게 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도로 정체의 경중, 우회 도로의 교통 상황, 운전 습관과 태도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대적인 (기름값) 절약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급출발과 급제동이 잦으면 정상 주행보다 연료가 30%가량 더 소모되고 부품에 무리가 가서 소모품 교환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럼 다시, 5km를 돌아갈 경우와 연비가 30% 떨어질 때와 엔진오일 3번 교체할 걸 4번 교체하는 등의 온갖 경우를 대입했을 때의 경제성을 계산…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계산법이라면 초등학교 때 산수 교과서로 배운 게 전부인, 오직 문과적 두뇌만 발달한 나 같은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미적분 이상의 고등수학을 훤히 꿰고 있는 이과적 인간이라도 이런 셈법은 무의미하다. 인간의 두뇌는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거리가 짧지만 막히는 코스와 거리는 길어도 잘 뚫리는 길의 주행거리와 연비, 운전 습관에 따른 연소 효율과 그럴 경우 부품의 마모 정도 등을 복잡한 계산식의 함수로 대입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내려면, 못해도 하루 이상은 걸릴 게다.
수학에 까막눈인 내가 어림잡아 생각한 변수가 이 정도라면, 수학과 통계와 논리에 능숙한 과학자는 아마
그 몇 배나 되는 변수를 찾아내겠지. 그럼 계산식은 더 복잡해지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늘어날 테고. 자료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걸 계산식에 알맞은 수치로 정리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돈 벌 수 있는 운전’ 계산법 따위는 당장 쓰레기통에나 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 대부분이 쓰고 있는 트립 컴퓨터는 이처럼 복잡하고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 계산을 몇백 분의 1초 만에 해결한다. 액셀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찰나의 속도로 변하는 스로틀의 열림 정도와 연료 분사량과 엔진 회전 수, 기어박스의 운동량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뒤 순식간에 ‘순간 주행 연비 12.7km/ℓ’라는 식의 정교한 데이터를 도출해낸다. 뿐만 아니다. 연료탱크에 남은 연료량에 비춰볼 때 주행 가능한 거리는 얼마인지, 평균 연비는 얼마쯤 되는지 등의 정보도 시시각각 업데이트해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큰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미국 차 중에는 일정 시간 이상 운전했을 때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고하거나 미리 세팅해둔 거리만큼 달릴 경우 총 소요 시간 같은 걸 알려주는 것도 있다.
운전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트립 컴퓨터가 달린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이때 평균 연비와 순간 연비, 주행 가능 거리는 반드시 제공되는 모델이어야 한다. 좋은 연비를 위해서 급가속과 급출발을 자제하거나, 중요한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막히지 않는 우회 도로로 달리는 건 그 다음 문제다. ‘돈 버는 운전 방법’이라고 해서 솔깃했는데, 허무맹랑한 데다 왠지 속은 기분까지 든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이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은 트렁크에 쑤셔박아두고 족히 몇 년은 꺼내보지도 않았을 세차 도구와 야구 배트와 퀴퀴한 유니폼을 집 안 창고로 옮겨두는 것이다.
김형준(<모터 트렌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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