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80여 개의 갤러리와 미술 기관이 3천 점에 이르는 작품을 들고 베이징 아트 페어에 참여했다. 미술품 거래의 장답게 회화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조각, 설치는 물론 영상 작품을 위한 암실도 마련됐다. 전시장은 고전 미술과 현대 미술로 구분됐고 두 건물을 잇는 널따란 길 곳곳에는 규모가 큰 조각과 설치 작품 30여 점이 놓였다. VIP 프리뷰였던 4월 30일부터 시작해 총 4일간 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중국의 휴일, 노동절이 겹쳤던 것을 감안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거래 성사율은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다. 성공의 척도를 판매에 두고 집행위원회는 만족했다. 그러나 성공은 아트 페어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민족적 근원을 반영함으로써 작가들은 미술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것을 확보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범람할 때 개성은 규격화된다. 중국의 현대 미술은 민족적 색채가 강렬했다. 정치, 사회, 문화로부터 기인한 감정과 사상을 이야기하는 데 모두가 열심이었다. 작품만 보고 단번에 중국 작가의 것임을 유추해내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렇지만 올해 아트 페어에서는 국적을 알아맞히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작품의 초점이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던 것에서 개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대부분 채운 건 노골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 아닌 모호한 것들이었다. 변한 건 형식만이 아니었다. 내용 또한 전체에서 유래한 정체성을 말하던 것에서 온전히 자신의 것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 Cao Hui ‘If I Were(2)’ Resin, Fiber, Acrylic, Composite Materials, 117 85×75×38cm(Variable Size), 2011~2012.
미적으로도 세련되고 현란해졌다. 새로운 기술과 매체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 작품들이 여기저기서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붉게 달아올랐던 중국의 현대 미술은 비로소 흥분을 가라앉히고 갖가지 색을 뿜어내고 있다. 작가들은 열심히 말하던 것을 그치고 유유히 보여준다. 더는 작품 앞에 서서 과연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골몰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천안문, 마오쩌둥, 홍위병 등으로 대변되는 ‘붉은 그림’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이제는 주류가 아닌 하나의 시류일 뿐이다.
필경 중국의 미술에서 ‘중국’의 의미는 옅어진 것도 같다. 하지만 그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마침내 유의미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현장에서 만난 작가 장팡바이는 좋은 예술은 민족 정신을 심층적으로 발굴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민족 정신은 도가의 정신이고 팔대산인의 정신이다. 정신은 언어로 표현할 수도 물질로 보여줄 수도 없다. 그래서 어디에도 담을 수 있다. 이제 넓은 땅의 창작가들은 무엇이든 그릴 것이고 만들 것이다.
중국 현대 미술의 변화
작가의 미술은 종종 민족적 근원을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 중국의 미술은 많은 부분에서 몰개성화되었다. 그러나 올해 아트 페어에서 중국의 미술 작품은 민족적 색채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작품의 초점이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던 것에서 개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노골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 아닌 모호한 것들이었다. 변한 건 형식만이 아니었다. 내용 또한 전체에서 유래한 정체성을 말하던 것에서 온전히 자신의 것을 보여주는 데 중심을 두었다.
Words: 곽주연(미술학도)
editor: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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