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석
디자인 회사 그람스 대표
과거엔 다혼 스피드 P8, 지오스 판토, 브롬톤 M6R를 탔습니다. 모두
미니벨로였죠. 미니벨로는 크기가 작아서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클래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픽시 자전거인 비앙키 피스타를
구입했습니다. 한눈에 보고 반했거든요. 픽시는 자전거와 제가 한 몸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한두 시간을
내달리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는 것 못지않게
자전거의 미적인 부분을 감상하는 것을 즐깁니다. 직업이 디자이너이다
보니 시각적인 만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전거는 쓰임새도 훌륭하지만,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거든요.
이렇게 아름다운 제품이 베란다나 현관에 칙칙하게 놓여 있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철로 만든 기계가 아닌 인테리어의 요소로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례를 조사한 끝에 자전거를 위한 가구라는 생소한 제품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제품으로 실내에 설치하는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지 않는 가족들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기쁩니다. 다양한 자전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 만들 겁니다.
송인혁
MBC 촬영감독
오래된 물건에 정을 느끼는 성격이라 빈티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검은색 비앙키 크로몰리가 첫 자전거였습니다.
회사 후배에게 저렴하게 얻은 자전거인데 음주 라이딩을 하다 넘어져
프레임이 휘었어요. 손상이 안 된 부분을 살려서 이식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다양한 프레임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에 나온
첼레스트로 기기를 변경했고요,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에 나온 노란색
에디 먹스도 탔습니다. 클래식앤빈티지란 네이버 카페에서 구한 1980년대
토마지니 퍼슛도 정이 가는 모델입니다. 요즘은 이베이에서 구한 프레임으로 조립한 빨간
오타비오 보테키아를 자주 탑니다. 과거 명성을 누렸던 모델의 프레임이 이베이에서
굉장히 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그게 마음이 아파요.
지금은 1980년대 초반에 나온
몰튼 APB를 복원 중입니다. 90% 이상 완성됐습니다. 원래는 프레임이 검은색으로
도색돼 있었는데 보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도색을 다시 했습니다.
그 부분이 아쉬워요.
다른 부품도 다 따로 구입해서 조립한 거예요. 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제 자전거의
프레임은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누군가의 어떤 사연을 담았을 거예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나 봐요. 여러 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지만 한 대라도 버리거나 양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채준병
아마추어 사이클팀
‘엔비에이원 레이싱
(ENVE A.ONE RACING)’
소속 선수
2~3년 전에는 클래식 자전거를 탔습니다. 클라레 컬러의 몰튼 TSR과
토마지니 신테시를 탔었죠. 몰튼은 영국 감성이 잘 표현된 자전거입니다.
앞뒤에 스프링 역할을 하는 샥이 달려 있어서 승차감이 좋습니다.
토마지니는 클래식 자전거 중 으뜸입니다. 소량 주문 제작 방식으로,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거든요.
클래식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철원, 춘천, 미시령, 양구, 속초, 부산 등 장거리 투어링을 다녔습니다.
우리나라는 언덕과 산이 많아서 더 효율적으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찾게 됐습니다. 고민 끝에 팔리 Z5SL을 선택했습니다. 팔리 Z5는 레이싱에 최적화된
자전거입니다. 다른 자전거에 비해 ‘힐 업’을 하기에도 유리합니다. 그러면서도 클래식함을 간직하고
있는 드문 모델이죠.
팔리를 타면서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엔비에이원 레이싱팀에서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사이클연맹에서 주관하는 MCT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데, 대회 포인트를 획득해서 투르드 코리아 TDK에 참가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홍석
운송기기 디자이너
어릴 때부터 이동 수단에 관심이 많아 운송기기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속도 내는 것을 좋아해 자동차 모터스포츠에 빠지기도
했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취미를 찾다가 아버지의 MTB 휠러
팔콘 40을 빌려 타면서 자전거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제 신체
조건과 맞지 않아 타고 나면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제 신장에 맞는 입문형
로드 자전거 펠트 F95를 구입했습니다.
이후 유럽에서 일하는 동안
다양한 클래식 자전거의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클래식
스타일의 역동적인 힘을 지닌 크로몰리(크롬과 몰리브덴의 합금) 프레임 마지 그란크리테리움과
토마지니의 부품을 각기 따로 구입해 조립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느껴지는 승차감과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때문에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이 크로몰리 프레임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프레임이라고 해도 어떠한 컴포넌트(부품), 휠세트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자전거의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겨울과 장마철에는
사이클 크로스인 보드만 바이크 CX를, 산에 갈 때에는 MTB를, 장거리 투어를 갈 때에는 마지
그란크리테리움을, 그리고 가볍게 일상복을 입고 산책을 나갈 땐 토마지니를 탑니다. 자전거를 용도에
맞게 타면서 특성을 이해하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저에게 자전거는 가장 이상적인 취미입니다.
Editor: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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