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를 것이다. 좋은 운동화를 손에 들었을 때의 마음을. 발을 집어넣기 전에 먼저 가슴이 뛴다. 운동화를 이리저리 헤집듯 살펴보고 밑창을 손가락으로 눌러보고 갑피를 당겨보고 끈을 넣는 구멍의 배열 상태를 본다. 그리고 냄새를 맡는다.
새 운동화에는, 특히 놀라운 새 운동화에선 산뜻한 고무 냄새가 난다. 웃기고 있네, 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웃기고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웃기는 과정을 사랑할 것이다. 발이 아니라 눈이, 마음과 뇌와 손이 먼저 운동화를 만나는 과정을.
나이키 프리와 플라이니트를 처음 봤을 때 기뻤다. 나이키 프리는 밑창이고 플라이니트는 갑피다. 프리는 단어 뜻 그대로 발에 자유를 부여하는 밑창이고 플라이니트는 하늘을 날 만큼 가벼운 소재인 실로 짠 갑피다. 짧은 설명으로는 전율의 감정을 이해시킬 수 없다. 프리는 2004년에 태어났다. 밑창을 수십 개의 작은 네모 모양으로 절개했다. 프리는 발의 움직임이 불규칙적이라는 사실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프리의 작은 네모는 각각 유연하게 반응하며 발의 움직임을 읽었다. 발바닥을 세분화해서 받아들이는 정교한 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발과 지면 사이의 간격이 줄었고, 충격은 밑창 속으로 온전히 스며들었다.
뿐만 아니라 프리는 발을 강화시켰다. 이를테면 발바닥의 근육을 자극했다. 인간에게 가장 유익한 러닝은 맨발로 하는 러닝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대부분의 운동화는 발바닥을 둔하게 만든다. 하지만 프리의 수십 개의 작은 네모는 발 근육을 자극한다.
플라이니트가 러닝화에 본격적으로 이식된 건 2012년부터다. 작년에 나이키 미국 본사에서 직접 봤는데 강하고 질기고 가벼웠다. 당시에 테스트용 러닝화를 신고 잔디 구장을 달렸다. 플라이니트는 발에 꼭 맞는 핏을 제공한다. 니트 소재니 바람은 당연히 잘 통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지력이었다. 부드러운 니트지만 발을 러닝화 바닥에 누르듯 밀착됐다. 굉장한 힘이었다. 그런데 가해지는 힘의 정도가 달랐다. 움직임이 많은 곳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그래서 강한 지지력이 발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았다.
프리도 물론 그렇지만 플라이니트는 발명품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추럴 모션(Natural Motion)
2014 나이키 프리 4.0 플라이니트는 ‘내추럴 모션’이라는 디자인 철학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놀라운 러닝화는 신체가 가진 선천적인 동작이 자연스럽게 구현되도록 돕는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밑창과 갑피는 발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지지한다. 밑창은 육각형 패턴으로 절개되었고, 갑피는 마치 니트처럼 가벼운 실로 짜였다.
그리고 최근 나이키 프리 밑창과 플라이니트 갑피가 합쳐진 러닝화 나이키 프리 4.0 플라이니트가 출시됐다. 손에 들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역시 심장이 뛰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프리의 모양이었다. 육각형으로 절개되었다. ‘몸은 전방을 향해 직선 이동하지만, 발은 지면에 닿을 때 약간 회전한다’는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의 리서치 결과에 착안한 결과다. 이 혁신적인 밑창은 발이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플라이니트 역시 진화했다. 플라이니트의 핵심은 발을 부드럽고 강하게 지지한다는 것이다. 지지하는 정도, 즉 압박하는 힘의 정도가 강해야 할 부분과 약해야 할 부분이 더 정교하게 설계됐다. 예를 들어 뒤꿈치는 다른 부분보다 압박을 적게 받도록 ‘세팅’되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목을 축으로 뒤꿈치가 약간 회전하기 때문이다. 플라이니트가 그러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이 움직임에 관해서 플라이니트와 프리의 조합은 상승 효과를 발휘한다. 프리 뒷부분 바깥쪽에 마찰력이 강한 소재를 부착시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발뒤꿈치와 발목이 안쪽으로 움직인다. 인체공학적인 설계의 원리다.
나이키 프리 4.0 플라이니트의 이러한 특징들은 ‘내추럴 모션’이라는 나이키의 디자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체가 가진 고유의 동작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것을 달리는 에너지로 부양시키는 것이 내추럴 모션의 핵심이다. 그래서 인류가 가진 몇 개의 운동화는 그저 신고 달리는 도구가 아니라 철학이 구현된 개념 물체다. 나이키 프리 시리즈는
그 드문 러닝화 중 하나다.
나이키의 공동 창립자이자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이 아니라 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의 신체와 동작에 집중해서 신발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나의 열매처럼, 깊은 상징처럼, 소멸하지 않는 정신처럼, 심장을 뛰게 하는 발명품이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editor: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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