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 New XJ
비 내리는 풍경에도 종류가 있다. 재규어 뉴 XJ에서 맞는 비는 호텔 창밖을 연상시킨다. 남산에 숨어 있는 호텔 스위트룸, 넓고 푹신한 소파에 누우면 너무 넓은 객실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그런 공간. 가구들은 광택이 흐르고, 조명은 은은한 객실이다. 잠깐 누웠을 뿐인데 눈이 감기는 편안함이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 뒤로 보이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웅장한 소리와 함께 불이 밝혀진다.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의 아름다운 파란 빛들. 헤드라이트가 새하얀 빛을 쏴도 앞에는 검은 한강뿐이다. 뉴 XJ에는 새로운 리어 서스펜션과 프리미엄 비즈니스 클래스 리어 시트가 탑재됐다. 장인의 손으로 만든 가죽 시트는 최대 14.5도 기울일 수 있고, 앞뒤는 103mm까지 조정할 수 있으며, 마사지 프로그램도 내장됐다. 100% 알루미늄을 사용한 가벼운 차체에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담아 정교하고 유연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우아하다. 가격 1억9백90만원부터.
CITROEN DS4 2.0 HDi
사람들은 프랑스 차의 부진에 대해 짧게 말한다. 디자인 감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트로엥의 DS 라인은 다르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DS의 디자인도 한 몫했다. 뛰어난 연비와 젊은 감각이 국내 소비자에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독일 차와 미국 차, 일본 차와 다른 감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DS 라인의 두 번째 모델인 DS4는 2.0 HDi 163마력 엔진을 얹었다. 이전보다 힘이 세지고, 날렵해졌다.
그릴과 흡기구는 크롬 몰딩으로 강조했고, 루프라인은 더 둥그런 모양을 갖췄다. 그리고 나무랄 데 없이 매끈한 동그란 엉덩이에서 시선이 멈춘다. 뒷자리는 여전히 아쉽다. 창문은 고정되어 있고, 손잡이는 창문에 숨어 있다. 뒷좌석이 편안한 차는 아니다.
오히려 뒷좌석을 접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 가격 4천1백90만원.
MINI JCW Coupe
우리는 좁은 공간에 있었다. 몸을 펼 수 없고, 짐을 뒷좌석에 던져놓을 수 없는 곳. 2인승 쿠페가 그렇다. 우리는 앉아서 비 오는 한강을 바라봤다. 다행이다. 어차피 선루프가 없는 차였으니까.
미니는 작은 차다. 룸미러도 작고, 사이드미러도 작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보여줄 게 많지 않다. 비 오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적막이 넘쳐흐르면, 시동을 걸었다.
성능이 향상된 직렬 4기통 밸브트로닉 JCW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의 굉음이 실내로 밀려들어왔다. 신형 터보차저, 피스톤, 배기 시스템 등 출력을 높이는 기술을 사용해 최고출력 211마력을 뽑아낸다. 최대토크는 26.5kg·m, 오버부스트 상황에선 28.6kg·m까지 올라간다. 가속페달 쪽 발목에 힘을 더하니 빗물을 튀기며 재빠르게 치고 나갔다. 우리는 말 대신, 미니 JCW 쿠페의 굉음을 나눴다. 가격 4천7백10만원.
AUDI A3 Sedan
아우디의 계절은 겨울이다. 스키점프대를 주행하던 아우디 콰트로의 광고는 뇌리에 각인됐다. 매년 겨울이면 핀란드 얼음 호수를 달리는 아우디만의 이벤트도 잊을 수 없다. 콰트로라는 특별한 기술이 겨울과 아우디를 떼어놓을 수 없게 했다.
하지만 겨울은 1년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봄이 있고, 여름과 가을이 있다. A3 세단은 겨울에 최적화된 차가 아니다. 차 안에서 봄비를 맞으며 생각했다. 작지만 낮은 차체, 2.0 TDI 엔진과 듀얼클런치의 조합, 다이내믹 모드에서 월등한 주행 감각, 한 방울의 기름도 낭비하지 않는 알뜰한 동력 구조. A3 세단은 달리기 위한 차다.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를 향해 달려도 피곤하지 않다. 지면에 밀착되어 달리는 주행 감각은 3천7백5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의 최대치다.
가격 3천7백50만원.
LEXUS GS 450h
나른해진다. 비가 내려도 이곳은 적막하기만 하다. 렉서스 GS 450h는 하이브리드차다. 3,456cc의 가솔린차가 전기모터만을 동력 삼아 조용히 도심을 지나간다. 하품이 나올 정도다. 소음이란 없다. 진동도 없다. 앞유리를 두들기는 빗소리만 있다. 5초에 한 번씩 와이퍼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창문을 닦아냈다. 앞차의 붉은 브레이크등은 여전히 제자리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E-CVT 전자제어 무단변속기가 100km/h까지 거리낌 없이 속도를 높인다. 시속 100km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한 눈빛과 벌어진 입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며, 빗방울을 부숴뜨리면서 달린다. 최고출력 290마력에 최대토크 35.5kg·m를 발휘하는 3.5리터 V6 엔진이 장착됐다. 여기에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은 345마력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S로 전환하면 더욱 강력하게 가속한다. 이제야 잠이 깬다. 가격 8천50만원.
PHOTOGRAPHY: 기성율
ASSISTANT: 박소정
EDITO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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