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이준용 Editor 이지영
hair&make-up 장덕진, 최현정 stylist 조윤희 interior stylist 김지현 assitant 이유나
방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신동엽의 활동이 예전 같지 않음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한창 상종가를 날리던 그가 결혼과 함께 어디로 사라진 게 아닐지 궁금해한 이들 역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2004년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송은이, 이혁재 등을 데리고 DY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으며, 그러는 동안 방송에 얼굴 비칠 틈조차 없는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풀리던가. 그동안 DY엔터테인먼트는 팬텀과 한 식구가 되는 등 이런저런 사연을 겪게 됐고, 그런 와중에 신동엽 역시 아비규환의 날들을 지내왔다. 감히 ‘MC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MC 상종가인 이때에 그의 속내가 가히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꽤나 아이러니할 뿐이다. 신동엽을 만나 지금 우리 시대 MC에 대한 얘기를 조곤조곤 물었다. 가뜩이나 크지 않은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보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러니 이 인터뷰는, 귀를 잘 기울여야 들을 수 있다.
수없이 많은 MC들 중에 당신을 꼽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당신은 MC이기 이전에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얘기를 많이 들려달라.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은 사실 할 얘기가 없다. 내가 만든 회사인 DY엔터테인먼트가 여러 가지 내부적인 문제를 겪게 된 거 알고 있지 않나. 처음 투자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분을 팬텀에 팔아넘김으로써 지금의 상황(팬텀과의 합병)이 됐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다.
내부적인 문제는 밝히지 않아도 좋다. DY엔터테인먼트와 팬텀이 피를 섞게 됐다는 건, 이미 신문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도너츠 미디어가 1대 주주고, 도너츠 미디어의 최대 주주가 팬텀이기 때문에 그런 역학 관계가 조성됐다.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 셈이다.
어찌됐든 DY엔터테인먼트와 팬텀은 합병이 됐고, 그런 과정에서 ‘어라? MC는 모두 팬텀이네?’라는 반응이 나오게 됐다. MC 끼워 팔기 논란 등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에서 누구를 끼워 팔기 했다는 건지, 누구 때문에 많이 언짢았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끼워 팔기 논란이 인다는 건 그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거슬렸기 때문 아니겠나. 끼워 팔았을 때 ‘아, 저 사람은 역량을 발휘하는 구나. 감초 역할을 아주 제대로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항상 끼워 팔기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 간다.
<야심만만>으로 예를 들어보자. 강수정, 강호동, 이혁재가 모두 같은 DY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물론 그 이전에 싸이더스 영화에 싸이더스 소속 배우들만 줄줄이 출연하면서 생긴 문제가, MC들이 주목받으면서 와전된 것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일단 강호동과 이혁재는 같은 소속사가 아니었다. 그러다 올봄에 DY엔터테인먼트와 팬텀이 한 회사로 합쳐지면서(한 회사로 인식되면서)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됐다. 그런데 그들이 <야심만만>을 시작한 건 그보다 훨씬 전의 일이지 않나. 강수정 역시 프리랜서가 되면서 시작하게 된 게 <야심만만>이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처럼 쇼 프로그램에서도 끼워 팔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각자 바쁜 건 둘째 치고, 여기는 재미없거나 웃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연기자야 연기력이 안 되면 눈빛과 표정으로 승부할 수 있지만 이 분야는 웃기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너무 불쾌해 말라. 예전에 아나운서가 하던 역할까지 MC가 떠안게 되면서 당신들의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기 때문에 유독 시선을 받는 거다.
아나운서가 해서 좋은 게 있고, 개그맨 출신 MC들이 해서 좋은 게 있다. 다만 어찌됐든 시청률이 올라야 광고가 붙고 그 수입으로 방송이 유지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말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쪽을 쓰게 된 거다.
예능 프로그램 외주 제작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잘 만드는 PD가 이제는 방송국에 없고 죄다 외부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쇼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PD, 내공이 있는 작가는 모두 방송국에 남아 있다. 그러니 아주 초기 상태일 수밖에.
드라마는 이미 외주 제작이 자리를 잡았다. 유독 예능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KBS 개그맨이 MBC에 출연하고, MBC 개그맨이 SBS에 출연한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건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유독 개그맨들의 변화가 늦다. 뭐랄까. 진취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결성이 잘되어 있는 거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그맨들의 변화가 늦되다보니 자연스레 예능 프로그램의 외주 제작 역시 늦어지고 있는 거다.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드라마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직 진정한 의미의 외주 제작이라는 건 없다. 미국처럼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하고, 작품을 미리 만들어 방송사에 보여주고, 광고주에게 보여주고 ‘당신네들 얼마에 이 프로그램을 사겠느냐’ 이런 식으로 방송사와, 광고주와 계약을 맺는 게 진정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인 거다. 광고 역시 시청률이 더 나오면 더 받는 걸로 계약하고 들어가는 것. 그게 외주 제작인건데,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허준>, <올인>, <대장금>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같은 시간대 타 프로그램과 광고 단가가 다르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청률 50%라는 건 사실 대단한 수치다. 대한민국 국민의 50%가 봤다는 거다. 점유율로 치면 10명 중 8명이 그 프로그램을 봤다는 건데, 그 프로그램과 붙었던 타 프로의 광고 단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시간대별로 광고 단가가 나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시청자들이 TV를 가장 많이 보는 시간대가 8~10시다. 특히 10시 드라마 시간대는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싸다. 그런데 시청률 5% 나오는 10시 드라마의 광고 단가가 시청률 20%가 넘는 7시 예능 프로그램의 단가보다 높다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나는 시청률이 많이 나오면 광고 단가가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어야만 진정한 외주 제작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실례로 미국에서는 시트콤 <사인필드>의 광고 단가가 <슈퍼볼> 중간 광고 단가보다 높았다는 얘기가 이슈화된 바 있지 않나.
몰랐는데, MC들의 편당 개런티가 TV 드라마 탤런트들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더라.
배우들에 비하면 낮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제작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와 드라마 제작비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물론 교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비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MC들 출연료 역시 배우들과 똑같이 지급될 수 없다. 그러니 제발 시장주의로 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좋은 MC의 조건을 말해달라. 막연히 떠오르는 건 말을 잘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다른 패널들과의 조화도 필요할 테고, 순발력 역시 개그맨 못지않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MC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임성훈 씨나 정은아 씨도 MC이지 않나. 그분들한테 누구도 웃기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웃음) 일단 MC의 자질 이전에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유쾌한 웃음을 주는 것. 그게 MC의 자질이 아닐까 싶다. <아침마당>에서 이금희 씨 봐라. 정말 너무 잘하지 않나. 그 프로그램에 누가 그렇게 어울릴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될 정도다.
MC 신동엽이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점이 있을 것 같다.
가급적 내 삶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그게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의 PD들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정해진 틀보다는 다른 데 해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종 외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볼 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저건 저렇게 응용하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 의미로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요즘 떠돌아다니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깔깔 유머집을 외우는 게 아니라,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잡지도 많이 보고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거다.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예전에 김용만과 김국진이 미국에 가서 일 년 반 동안 살면서 백여 가지 정도 예능 프로그램을 짜가지고 돌아왔다. 이거 정말 보물일 거다 했는데 결국 그중에 단 하나도 써먹지 못했다고 하더라.(웃음) 그런 거다. 이걸 유행시켜야지 하는 건 절대 될 수 없다. 후배들한테도 나는 유행어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실 말 잘하는 것도 센스 아닌가. 본인 역시 타고난 재주는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개그맨 역시 가수와 비슷한 것 같다. 타고나지 않거나 노래 부르는 것 자체를 싫어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그런데 사실 어려서부터 남을 웃기는 걸 좋아하고, 일단 개그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특이하지 않나.(웃음) 그건 정말 무척 독특하고 흔치 않은 경우인 거다.(웃음)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의 MC를 맡아왔다. 맞는 경우도 있었을 테고, 그 반대 경우도 있었을 텐데.
아마 나는 유일하게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제는 이 프로를 그만 해야겠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방송국에서 출연진을 정리하기 전에 그만두겠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유독 그런 짓(?)을 많이 했다. 이영자와 함께했던 <기쁜 우리 토요일>도 그랬고, <남자 셋 여자 셋>도 그랬고, `러브 하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 ‘아 이걸 더는 하면 안 되겠다’는 순간들이 오더라. 제아무리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상황이어도 나는 더는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면 그만둔다. 그 때문에 사실 방송국에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그 속내는 내가 더 잘 아는 거다. 고갈될 만큼 고갈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나올 게 없다는 거다.
점점 더 시청자들과는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현저히 줄었다.
본격적으로 회사 일을 시작하면서 내 자신에 대한 것들은 버렸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고르는 게 얼마나 까다로웠는지 모른다. 담당 PD가 누구인지, 작가가 누구인지 상대 프로그램의 PD가 누구인지, MC가 누구인지, 철저하게 분석한 뒤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그러고 난 뒤, ‘시작!’ 하는 순간부터 시청률에 목을 맸고, 다음 날 아침에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느냐에 따라 하루가 행복했고, 컨디션이 안 좋아 방 안에만 웅크려 있기도 했다. 그러다 내 회사를 차리면서 내 개인적인 스케줄을 접고 가급적이면 우리 식구들 챙기기에 전념하게 된 거다. 왜 예전처럼 프로그램을 하지 않느냐고들 묻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더라.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회사를 꾸려나간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거니까.
그런 과정 중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얻은 건 이 사회가 정말 무섭구나 하는 걸 몸소 체험했다는 거다. 그동안 방송국이라는 틀 안에서만 생활해왔지, 세상을 몰랐던 것 같다. 사회에 나와보니 무서운 사람도 많고, 사기꾼도 많고, 사기도 당해보고, 그러면서 열흘 동안 7~8킬로그램이 빠질 만큼 맘고생도 해봤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내가 50대에 이런 일을 당했으면 어쩔 뻔했나. 그나마 30대에 당했으니 앞으로 삶을 더 가치 있게 살아가게 만드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아주 처음으로 돌아가서, DY엔터테인먼트를 차리면서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이었나. 이루고자 한 바가 분명히 있을 텐데.
연예인들이 마음고생하는 게 무척 싫었다. 여러 가지로 힘든 게 많은데, 그건 정말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런 것들에 힘이 되어주고 다른 걱정 없이 프로그램만 열심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많은 연예인들이 당사자들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른다. 그런 것들을 개발하면 정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와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 거다.
비즈니스맨으로서, MC로서, 혹은 인간 신동엽으로서 삶을 아우르는 대원칙이 있을 것이다.
극 이기주의자가 되자는 거다. 이런 얘기를 하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나를 아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기주의자가 뭔가. 나만 생각하는 거다.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거다. 나는 나의 행복에 무척 관심이 많다. 그런데 내가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하니, 그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할 때다. 그래서 정말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한다.
오늘의 신동엽이라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한 편쯤 있을 것 같다.
예전부터 주장해온 바지만 아주 재미있는 성인 시트콤을 하고 싶다. 사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야한 얘기할 때 가장 재미있지 않나. 그게 왜인 줄 아나. 많이 공감해서다. 그런 재미있는 소재를 우리 사회 정서 때문에 쉬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야한 프로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웃고, 즐길 줄 아는 문화가 정착되는 순간 우리 시청자들의 의식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사실 우리는 유난히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야한 프로그램이 아이들 교육에 안 좋다는 건 가장 어리석은 얘기다. 지금 얘들은 인터넷으로 그보다 몇 배는 더한 걸 경험한다. 그런데 그런 줄 알면서도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가족이 모두 다 함께 모였을 때 야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으면 권위가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게 요즘 부모들이지만, 사실 그렇다 해서 권위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권위가 없어지는 거다. 가족들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성인 시트콤.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그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일말의 책임 의식, 책임감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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