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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오션, 블루 오션하는데 이건 그저 창의적 발상을 하라는 것뿐이다. 그걸 전문가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푸릇푸릇한 직원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노련한 윗사람의 결단으로 가능한 일, 돈을 쥐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bR><br> [2007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21, 2007

 “난 정치가 기질도 선동가 기질도 혹은 사육신 정신도 없는 범부에 불과하지만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한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클린턴이 13, 4년 전 대통령에 출마할 때 기업형 정부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2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마이 라이프>라는 회고록의 맨 마지막 장을 보면 ‘드디어 2천5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그가 난봉꾼 같은 짓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아직도 기립 박수를 받는 건 국민을 위해서 일자리 2천5백만 개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요즘 독일 앙겔라 메르케 여성 총리를 보라. 그의 출마변이 뭐였느냐 하면 독일 정부를 일자리 창출 중심의 창조적 정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출마 공약대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창조해 실업률을 8%대 이하로 떨어뜨렸고, 작년에 2천1백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그게 기업형 정부이며 창조적 정부다.”
대선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 8백50만 명의 비정규직 문제, 실업 인구 절감을 한결같은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특히 그의 말에 귀가 열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실천’해본 자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IMF 구제 금융 시절 모두 다 같은 생각, 즉 ‘위기-구조 조정-인원 감축-비용 절감-위기 탈출’이라는 급 하강 식 논리로 기업을 운영할 때 유일한 역발상으로 나를 감동시킨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가 외환 위기 당시 유한 킴벌리에 도입했던 4조 교대 체제를 기억하는가? 타 기업보다 직원 33%를 더 충원해서 하루 8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남는 인원들은 평생 학습을 받거나 휴가를 늘리는 방식. 최근엔 그가 도입한 4조 교대 체제가 발전해서 유한 킴벌리 직원들은 1, 2조가 12시간씩 4일 일하고 3,4조가 4일 일하면서 180일을 일하고 185일을 쉰단다. 4조 2교대 방식이다. 사실 이 같은 경영 방식은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이 방식에 숨겨진 궁극의 미덕은 단순히 하루 8시간 근로와 평생 교육, 휴일 보장에 있는 게 아니다. 거대한 일자리가 새롭게 생성 가능해진다는 점에 있다. 핀란드는 6조 교대제까지 있다고 하니 그 복지가 참으로 찬란하지 않겠는가.
기업을 경영해보지 않은 자이니 섣부른 말로 훈수 둘 건 아니지만, 나는 이 ‘역발상’ 경영만이 장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는지라, 가끔은 신문고의 북채를 잡고 싶은 심정이 된다. 몸담고 있는 직장의 수장에게, 혹은 옆 마을의 족장들에게 읍소하고 싶은 게 참 많다는 말이다.
최근 이 업계는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그도 모자라 직업을 이리저리 바꾸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자들이 발에 채일 만큼 많아졌다. 이는 좋게 말하면 개개인이 멀티 플레이어가 돼가고 있음이요, 반대로는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 의식의 결핍에서 오는 결과다. 한마디로 전문가라는 겉멋 든 타이틀보다는 제대로 먹고사는 길을 찾겠다는 동물적 본능의 발현이다.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그저 업무 처리 능력 여하에서  비롯된다면 요즘처럼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적응력이 민첩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같은 타이틀을 목에 거는 건 식은 죽 먹기겠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위대한 단어는 그런 걸 뜻하는 게 아니다. 그건 집단의 목표에 찬란한 날개를 달아줄 혜안을 가졌을 때 부여되는 작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름 석 자 앞에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자들은 귀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이런 이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회사는 말 그대로 ‘좋은 회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형 정치를 펼칠 대통령을 갈구하는 나 안성현은, 잡지인의 한 사람으로서 잡지 전문가가 탄생하기까지 보듬고 어루만져주는 혹은 체제 변화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전문 경영인에 목마른 상태다. 출판 업계가 불황이긴 하지만 적어도 직원의 수가 적어질수록 수익이 늘어난다는 생각이나, 아끼고 아낄수록 수익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영인만큼 불행한 이는 없다고 믿으니까. 내가 사는 이 땅도, 내가 속한 이 출판 업계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역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1mm 정도 눈동자를 돌리면 보이는 변화의 핵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왜 잡지사는 잡지만 만들어야 하고, 종이 장 수만 계산하며 손익을 논해야만 하는가. 잡지의 질적 향상이 왜 직원들의 하루하루를 옭죄는 것으로 성취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보면,  지금 당장 문국현 식 ‘역발상’이 갈급하고 또 갈급하다. 생명의 숲 운동이 발전해 13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창의적인 밑그림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기업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진보만이 답이다.
블루 오션,  블루 오션하는데 이건 그저 창의적 발상을 하라는 것뿐이다.
그걸 전문가가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푸릇푸릇한 직원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노련한 윗사람의 결단으로 가능한 일, 돈을 쥐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토론회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라는 한 이가 질문하더라. “문 후보의 말이 다 옳소이다. 하지만 수익이 2%도 안 되는 중소기업이 어찌 직원 수를 늘리고 교육하고 평생 고용을 보장하겠소?”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가치 창출이 답이다. 1만원짜리 넥타이를 2만원에 팔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맞다. 그게 나, 너, 그리고 모두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나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의 휴일을 반납 받는 팀장으로 살아가는 게 싫다.  
정부는 기업형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고, 기업은 가족형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도 저도 아니면 신문고라도 하나 달아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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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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