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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가는 길

존 버거는 자연, 역사, 타인, 스포츠 같은 구경거리에 익숙한 나머지 보는 순간바로 그 행위를 따라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볼거리 많은 갤러리들이 하나 둘 오픈했다. 뻣뻣했던 뇌와 마음을 녹이는 그림들이 당신을 기다린다.<br><Br>[2007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21, 2007

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이민정

아직도 헤이리에 가면 망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뼈대밖에 없는 몇 개의 건물들을 지나면 한 면이 온통 나무로 덮힌 북하우스가 나오는데, 이곳의 2층과 3층에 ‘윌리엄 모리스’라는 갤러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생겼다. 윌리엄 모리스(1834~1896)는 근대 공예 운동의 선구자이자 19세기 말 ‘아름다운 책’ 운동을 퍼뜨린 영국의 아티스트. 시인, 소설가, 극작가, 화가 등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그는 특히 당대 장인들과 예술가를 불러 모아 작품으로서의 책 만들기에 평생을 바쳤다. ‘켐스콧 프레스(Kelmscott Press)’는 그들이 책을 제작하던 공방의 이름. 윌리엄 모리스의 갤러리에 가면 그때의 리미티드 에디션 장서들과 섬세한 글꼴, 중세 느낌의 벽지 문양 등을 마주하게 된다. 그는 “예술이 낳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름다운 집, 그다음으로는 아름다운 책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는데 아날로그 냄새가 가득한 이 책들을 보고나면 책을 목침으로 삼고 싶은 기분이 싹 사라진다. 적어도 교보문고에 쌓여 있는 책과는 다르다. 정성스럽게 뽑은 커피와 땅콩으로 범벅이 된 바삭한 쿠키의 맛도 일품. 1층 카페의 한쪽 벽면에도 윌리엄 모리스의 미니 작품이 걸려 있다. 문의 031-949-9305
그런가 하면 인사동에 있던 두 아트 갤러리는 화양연화를 맞았다. 갤러리가 통째로 청담동 부티크 거리로 이사한 것은 물론(게다가 더 크고 더 넓게!) 머지않아 중국 베이징에도 문을 연다는 소식이다. 두 아트는 동시대의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나갈 거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서울 오프닝 전시는 젊은 아티스트의 미디어 작품들로 들어차 있으며, 갤러리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늘어선 챠오창티(Caochangdi)에 위치한 두 아트 베이징은 젊은 작가들과 중견 작가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구성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중국 미술계의 핫 피플인 쟝샤오강, 쩡판즈, 위에쥰민 등의 작품과 퍼포먼스도 준비되어 있다고. 문의 02-734-8111
이번에는 제주도로 가보자. ‘주말 갤러리’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의 ‘박여숙 화랑 제주’는 말 그대로 토요일과 일요일만 문을 여는 별장식 갤러리다. 흥미로운 것은 하얀 빈 벽에 작품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 같은 공간에 여기저기(식탁 위에도, 현관 벽에도, 신발장 위에도) 작품이 걸려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작품의 가치와 미덕은 물론 당신의 집에 어떤 그림을 걸면 좋을지까지 알려준다는 얘기다. 비디오 아트나 거대한 설치 작품은 어떻게 전시될지 궁금하나 오픈 작이었던 빌 베클리(Bill Beckley)의 <꽃 사진>을 보니 아직까지는 집 안에 걸어두면 좋을, 혹은 지갑을 꺼낼 수 있을 정도의 작품들인 듯하다.
갤러리 밖 통나무 테이블에서는 차를 마시며 제주의 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문의 064-792-7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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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이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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