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누구에게 가장 먼저 선물했나?
아무에게도 안 줬다. 내 얘기를 너무 많이 적었다. 부끄러워.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최근 당신에게 연락한 적 있나?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있다. 그중 한 명은 화냈다. 그래서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라고 말해줬다. 좋은 뜻에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달라고. 그리고 나란 인간이 원래 유약하고 변덕스럽고 되바라졌다. 음… 진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미안해.
네가 느낀 슬픔은 당연한 거야. 그리고 나는 벌 받아도 싸지.
대체 몇 명의 여자를 만난 건가?
네가 알아서 뭐하게? 서른다섯 살인데 두 명 만나진 않았겠지.
여자를 많이 만난 게 부럽다. 여자를 꾀는 기술이 책에 담겨 있나?
그걸 질문이라고 해? 잘생겼잖아.
여자는 모르니까 읽어야 한다. 이건 표면적인 설명이고, 사실 책을 읽으면 남자들을 위해 썼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 그런가? 굳이 나눌 필요가 있나? 나를 위해 썼다. 글쓰기는 내 존재 이유다. 나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자신이 너무 흐리게 느껴진다. 나에 대한 연민이 여자와 남자, 즉 주변 친구들에게 옮아간다. 모두 행복하면 좋겠지.
내가 모르는, 그러나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내 친구다. 돈을 내고 이 책을 산 사람은 더!
남자들은 생식기가 외부에 있다 생물학적 요소를 제외하면, 너무 다르다. 개체 수만큼 다양한 남자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책에서 정의 내린 남자는 한 사람으로 읽힌다.
그건 오해다. 남자가 다양하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기껏해야 두 부류의 남자가 있을 뿐이다. 하나는 이우성. 다른 하나는 이우성을 제외한 나머지. 혹은 여자에게 잘못 하고 되레 소리 지르는 남자. 여자에게 잘못 하고 소리도 지르지 않는 남자.
<여자는 모른다> 중앙북스
◀ 여자는 남자에 대해 모른다. 모르면 오해가 생긴다. 이 책은 남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지 그 이유가 적혀 있다. 책을 읽는다고 남자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남자다.
남자에게 몸과 말발, 얼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
얼굴. 하지만 셋 중에서 그렇다는 거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화를 내지 않아야 하니까. 몸, 말발, 얼굴까지 다 가진 내가 못 가진 게 있다면 인내심이다. 얼굴이 이 정도 생겼으면 한 가지 정도는 없어도 되잖아?
책의 화자는 섹스를 참 많이 한다. 화자에게 묻고 싶다. 꾸준히 섹스를 하기 위해선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질문이 왜 다 이따위인가. 남자의 본질을 독단적인 관점에서 무척 재미있게 쓴 책인데, 읽고 나서 기억나는 게 섹스밖에 없나?
이 굉장한 책을 읽고 고작 섹스뿐이라고? 승마운동 기구라는 게 있다. 엄청난 기계다. 꾸준히!
이 책의 작가는 어떤 여자와 결혼할까?
결혼은 짜증나고 싫다. 안 하고 싶다. 음… 결혼이 싫다기보다는 결혼을 둘러싼 과정이 다 싫다. 누굴 위해서 그딴 걸 하지?
그냥 저벅저벅 걸어와서 같이 살자고 하는 여자가 있다면 좋겠다. 절차와 형식 따위 다 무시하고. 그런 여자에게 이우성의 아내가 되는 영광을 부여하겠다. 하지만 그런 여자는 없다. 남자가 얼마나 무지하고 유치한지 내 답변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무지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여자는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결혼을 준비할 때 남자가 얼마나 초라해지는지. 집, 비싸다.
멋대로 리뷰 이상한 남자의 책.
<그 남자의 모터사이클> 신동헌 | 세미콜론
대한민국은 취향이 몰살당한 나라다. 특히 저널리즘에 있어서 그렇다. 이 나라 사람들은 ‘팩트’란 말을 좋아한다. 거창하지, 그 단어. 웃기고 있네. 팩트가 뭔데? 아침에 사실이었던 게 저녁에 거짓이 되는 거? 그러니까 취향만큼 중요한 게 없다.
주목받은 것에 비해 많이 팔리진 않았던 책 <그 남자의 자동차>에 이어 <그 남자의 모터사이클>을 출간했다. 이 책도 겨우 초판 정도 나갈 것 같다. 왜냐? 취향이 적나라하다.
안 된다니까, 이러면. 그는 수년간 모터사이클을 탔다. 취재도 했다. 그래서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법이라든가, 모터사이클 타는 걸 가족에게 허락받는 법이라든가, 이렇게 중요하고 부질없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오롯이 신동헌의 필력과 패기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라고 여기 써야 한다.
그래야 재판까지 팔아버릴 테니까. 가치가 있다.
<태양의 스페인, 열정의 스페인> 정기훈 | 지식과감성
이 책의 저자인 정기훈이 느리게 걸어오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말했다. “저, 기훈이에요.” 5년 만이었다. 5년 전에도 우린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보지 않은 5년 사이에 친해졌을 리 없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그가 전화를 걸어 “책이 나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상하다. 내가 모르게, 우리가 친한 사이였나? 그런데 뭘까 이 친근함은. 정기훈은 딱 이런 식으로 스페인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니 저 먼, 축구 잘하는 나라에선 정기훈에게 공짜로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그랬나 보다. 그러니 한국의 친구가 이렇게 책을 소개하는 건 당연하다.
정기훈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전문적이어서 그런지 글이 영 재미가 없다. 정기훈은 글에 대해 뭘 모르는 사람이어서 글이 재밌다. 과장이 아니다.
거짓으로 지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니까. Editor 이우성
PHOTOGRAPHY: 조성재
EDITO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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