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스 반 노튼 빠 프레데릭 말 50ml 24만원.
1. Frederic Malle + 하시시 박
대개 향을 맡으면 공간감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향수는 어떤 사람 혹은 막연한 그리움, ‘노스탤직’한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전날 남자의 체취가 몸에 배어 있어 한참이 지난 오후 그 향이 순간 확 스쳐 가면서 그리워지는 느낌를 떠올렸다.
그런 따스함과 그리움 사이에서 이런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2. John Galliano + 김참
상큼한 톱 노트로 시작해 미스터리한 잔향을 남기는 이 향수를 보면서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쓸쓸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군중 속의 고독 같은 느낌이랄까?
얼핏 보면 파티장에서 뛰쳐나온 화려한 남자의 여흥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향수의 블루는 공허한 화려함이고, 그 화려함 안에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남자의 쓸쓸함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메이드 투 메저 50ml 10만원.
3. Gucci + 박인혜
구찌의 맞춤 수트 라인인 ‘메이드 투 메저’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라고 해서 조금은 딱딱하고 무거운 향일 거라 예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빈틈없이 단정한 수트가 아닌 조금은 느슨한, 긴장감의 연속인 일상을 끝내고 자신만의 의자에 앉은 편안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병 모양은 여지없이 단단하고 완벽해 보였다. 구찌의 상징과도 같은 ‘호스빗(말의 재갈 모양 금속구)’ 장식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곧 남자의 외면 또는 빈틈없는 남자의 일상을 연상케 했고, 그 안에 내가 향수에서 느낀 여유를 담고 싶었다.
오 드 무슈 100ml 20만2천원.
4. Annick Goutal + 가로수 김
이 향수를 처음 시향했을 때 떠오른 단어는 기품과 위엄 그리고 우아함이었다. 동시에 턱시도를 차려입은 남자가 뇌리를 스쳤다.
반듯하고 고상한 병 안에 이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향기는 잡을 수 없지만 향수병 안에 담긴다.
사진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퍼져 있는 이미지를
한곳으로 집약시켜보고 싶었다.
레드 75ml 8만원.
5. Polo + 나인수
첫인상이 강한 향수였다. 블랙과 레드의 색 대비가 남자의 힘과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대비와 남성성이란 두 단어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개인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남성성이 가장 많이 표출되는 시기는 스무 살 이전의 사내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경계에 있는 모델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테두리로 사용된 빨간 향수 기포의 대비 역시 향기와 묘하게 어우러지는 요소다.
6. Burberry Brit + 김린용
이 향수는 소리를 향기로 표현했다고 한다. 라이브 공연장의 흥분과 아드레날린, 관중의 열광적인 에너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소리를 향기로 표현하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시향을 하고 나서 나는 다시 향기를 사진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 과정이 하나의 연결된 작업처럼 느껴졌다. 나는 향수의 미들 노트인 가죽 향에 집중했다. 귀에선 이미 소리가 울려 퍼졌고, 코에선
관능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는
이 요동치는 드럼 앞에 서 있다.
쌍탈 마제스퀼 50ml 19만5천원.
7. Serge Lutens + 김재훈
차갑지만 뜨거운 한 잔의 술과 같은 느낌이었다.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 중에는 그곳의 분위기를 좀 더 느끼기 위해 현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을 한두 잔 정도 마셔보곤 한다.
얼마 전 다녀왔던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밤, 북유럽의 차가운 기온 속에서 따뜻함을 불러일으켜줬던 이름 모를 한 잔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8. Montblanc + 김외밀
처음 향수를 받았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브랜드의 이미지나 향수의 콘셉트 따위는 지워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오로지 향기에 집중해서 이미지를 생각했다.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동네 목욕탕을 가는 장면이었다. 아버지는 이발을 마치고 단정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오로지 남자들만의 공간, 그 안을 꽉 채우고 있는 공기의 향기가 이랬던 것 같다. 사진은
얼마 전 다녀온 베트남에서
찍었다. 노상에 자리한
허름한 이발소다. 이곳을 지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그 향을 떠올렸다.
MODEL: 조완, 백경도, 이한노, 알렉산드르 아샤
EDITOR: 이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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