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이재호(COMA) Stylist 최태경 Editor 성범수
김수겸 | 禮
솔직히 고백하건데, 배우 김수겸을 주목한 건 무엇보다도 에디터가 바라는 이상적 외모를 지닌 여자이기 때문이다. 머리와 골격은 작지만, 눈은 커야 하고 키도 살짝 평균 이상을 넘긴 여자를 좋아하는 태생적 특징, 아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학습한 비현실적인 감식안이 김수겸을 찾아냈고, 인터뷰 자리로 이끌었다. 물론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얼마 전 종방한 드라마 <불량 커플>에서 잡지사 뷰티 담당 기자 새미 역으로 분한 그녀의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2001년 VJ로 데뷔한 김수겸은 1982년 생으로 경력상 신인이라 할 수 없다. 몇 년간의 공백기가 있던 관계로 얼굴을 알리는 것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지만, 김수겸은 드라마를 통해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해야 되는 일을 미루면 잠이 잘 오지 않는 성격 탓인지, 인문학을 전공하다 연극영화과로 전공을 옮기며, 집안에서 반대하던 연기자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며, 딱 하나만 말해달라는 에디터의 집요한 요청을 살며시 밀쳐내던 김수겸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 같다는 답으로 질문을 대신했다. 어떤 위치에 있고, 현시점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연기를 잘하거나 못하거나를 떠나 연습할 때도 늘 진지하고 싶다는 의지는 김수겸의 떡잎이 그녀의 몸과는 달리 작지 않음을 엿보게 해주었다. 6개월 정도의 VJ 생활도 재밌었지만, VJ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짜여진 멘트를 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VJ가 울면서, 화내면서, 병을 깨면서 멘트를 할 순 없다. 하지만 연기는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어른스러운 막내 김수겸은 촬영에 돌입하자 달라졌다. 스튜디오를 감싸 안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감정선을 잡는 데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에디터의 입꼬리가 올라간 건 결과물에 대한 안도감 때문이었다.
머리를 뒤로 묶고 나타난 것이 그녀의 매력을 반감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과는 다르게 콘셉트와 전체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배우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김수겸은 말했다. 머리를 묶고 나타난 것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촬영의 기본 콘셉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이름 김수겸은 호적에 오른 본명이다. 그녀가 고른 한자는 예(禮)였다. 변함없이 예의 바른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힌 그녀는 <슬램덩크>의 포인트 가드 김수겸처럼 그렇게 빈틈없이 단단했다.
Hair 이화(김청경 퍼포머) Make-up 임정선(김청경 퍼포머)
민지혜 | 善
착하냐는 물음에 화장을 지우면 착해 보인다는 말로 낯간지러운 대답을 피해가는 민지혜는 <아레나>가 준비한 한자 중에서 선(善)자를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끌렸다는, 그리고 익숙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사람이라면 선(善)심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특히 배우는 더욱 그렇다. 민지혜는 인터뷰 내내 맞장구를 치고 큰 웃음으로 에디터의 질문에 응했다. 화장을 지우면 더 착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촬영을 위해 화장을 한 지금도 착한 배우 민지혜로 에디터의 가슴에 도장을 ‘쾅’ 찍었다. 배우 민지혜와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이미 영화 <뷰티풀 선데이>에서 주연 경험이 있는 그녀는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주인공 네 명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에 스케줄 조정이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촬영 연기와 함께 그녀는 밤 12시 40분에 스튜디오에 모습을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촬영을 감행하고 일산에서 강남으로 넘어온 거란다. 그리고 이내 광주와 나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데뷔했고, 욕심과는 달리 시작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지 못한 탓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 자신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에 자극받기도 했다. 한우물을 파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성격인지라, 할 줄 아는 건 배우로 성공하는 것뿐이었다. 긴 숙고의 시간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민지혜는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악녀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화장법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얼굴을 가진 덕에 땟국이 선명한 무술 소녀 역할을 맡기도 하고, 한없이 예쁘고 선한 서점 아가씨 역할을 맡아 영화를 보다 갑자기 책 제본을 하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악녀로 소환돼 시청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민지혜는 스스로 대담함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난 일은 흘려보내야 하는데, 사소한 것까지 오래 생각하는 편이라고 한다. 관심이나 질타, 비난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런 면에서 신인의 티를 벗어나진 못한 거 같다.
<다모>에서 하지원이 분한 역할이나, 사투리 쓰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 애틋하게 사랑을 나누는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나이에 맞는 밝고, 청춘을 단박에 표현해낼 수 있는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커다랗고 깊은 그리고 촉촉함이 묻어나는 눈 때문에 슬픔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배우. 하지만 그녀의 웃음엔 티가 없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실내 경마장에 가본 얘기를 순수하게 밝힌, 솔직한 배우 민지혜는 새벽 2시 반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자신을 점점 채워나가는 배우, 그녀는 정말 착했다. 그리고 여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예뻤다.
Hair 김민규(니케 인 뷰티) Make-up 노미경(니케 인 뷰티)
박채경 | 美
아시아나 항공의 모델이 되고 2007년 3월에 방송된 <베스트극장>의 단막극에 출연했던 박채경. 본인을 표현해달라는 말에, “무척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 답하며, 찰나의 순간 크게 웃어버리며 수줍음을 드러냈다. 사진 속 그녀의 다리 밑으로 적확하게 자리 잡은 미(美)자는 그녀가 선택한 글자다. 비주얼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름다울 미(美)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하는 박채경은 겉모습보단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처음 대면했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외모라는 이유로, 아름다움을 가꾸는 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한다. 아시아나 항공의 광고 모델을 했던 선배들은 대부분 스타가 됐다. 아직 얼굴을 많이 알리지 못한 배우 박채경이지만, 그녀의 가치는 고공비행으로 솟아오를 가능성이 짙다. 이미 스타가 된 선배들처럼 성공할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그도 명쾌하게 답한다. 보조 출연자로 시작해, 매니지먼트사에 의해 사기당한 경험이 그녀를 신인답지 않은 신인처럼 보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스스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도움을 받아 우뚝 서는 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박채경을 사로잡고 있었다. 과묵하지만 그리고 주변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의리 있는 스타일은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주목받는다. 특히 월화 드라마 <아이엠 샘>과 같이 과장이 넘치는 만화 같은 설정에선 더더욱 그렇다. 마침 그녀의 역할이 의리 있고 과묵한 민사강 역이다. 똑부러진 목소리도 한 몫 거들어 박채경에게 자꾸 집중하게 만든다.
Hair 송화(애비뉴 주노) Make-up 은희(애비뉴 주노)
한예인 | 仁
<아레나>의 신인 여배우 인터뷰에서 연기 경력이 가장 오래된 이는 한예인이었다. <딩동댕 유치원>을 시작으로 7세 때 <전설의 고향>에 아역으로 등장했으니, 그녀의 연기 경력은 14년 차를 육박한다. 한예인의 매력은 실제 모습과 다른 연기 스펙트럼에 있다. <영웅시대>, <무인시대> 등의 시대극과 사극을 이미 경험한 덕에 그녀의 연기엔 어색함이 없다. 한예인에게 카메라는 더는 자신을 옥죄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닌 것이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윤은혜의 여동생 역으로 등장한 한예인을 주목하게 된 건 화장실 문을 열고 변기에 앉아 윤은혜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난 후부터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버하지 않는 연기, 더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할 나이임에도 거침없는 도전이 인상적이었다는 말이다. 대본에 없던 장면이었던 터라 부담스럽긴 했지만, 방송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한예인.
잠옷을 입고 방 안을 굴러다니는 것이 말 안 듣는 막내 동생 같은 한예인은 마른 남자와 귀여운 남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선기와 민엽 모두 자신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한예인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듬직하고 남자다운 사람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배우 김혜숙을 존경하고,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자신의 붙임성 없는 태도가 불만인 그녀는 발전 가능성 만점의 배우라 보증한다.
한예인이 고른 한자는 그녀의 등 뒤에 자리 잡은 인(仁)자다. 인(仁)은 어질다는 의미가 있지만, 공자에 의하면 사랑 또는 박애라는 뜻도 있다. 인간다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녀가 고른 인(仁)자는 인간이라는 말의 대전제가 사랑이라는 깊은 이해로부터 얻어진 선택이었다.
Hair&Make-up 김청경 헤어페이스
김정민 | 賢
연기가 가장 힘들다는 건 누구나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김정민도 예외는 아니다.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눈에 익었던 터라 스무 살은 훌쩍 넘겼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는 방년 19세다. 김정민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외모로 <황금 어장>에서 섹시한 느낌을 드러내기도 했고, 18세부터 성인 연기를 했다고 한다. 2003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고, <사랑과 야망>에 출연했으며, 현재 아침 드라마 <내곁에 있어>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혼자서 스스로 통제를 잘하는 성격인데 비해 길들여지는 부분도 많다고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단점이라 말하는 김정민은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 보면, 넘치는 자신감이 건방진 것으로 오인될까봐 슬쩍 걱정이 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 걸 잘 조절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믿고 따를 수 있을 거 같다는 의존적 모습도 보였다.
누구를 닮기보다는 김정민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남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누군가를 닮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했다.
배우에겐 자존감이 중요하다.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가 온다해도 내가 그 사람들보다 나은 부분이 분명 열 가지는 있을 거라는 확신. 그게 어리지만 성숙한 연기를 해나가는 김정민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인 듯했다. 5년이 된 경력임에도 신인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문에 잘만 노력하면 아역상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농담을 던지는 밝은 10대가 바로 김정민이었다.
김정민이 성인 연기자로 얼굴을 알리기 전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15세 때 말한 치기 어린 다짐을 김정민은 잊지 않고 있다. “좀 웃긴데 21세기에서 23세기까지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현(賢)자를 선택한 이유는 현명한 사람은 강하고, 아름답고, 인자하기도 하기 때문이라 했다. 도전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는 김정민을 주목하는 건 늘씬한 팔다리와 외모뿐이 아닌 자신감으로 한껏 뭉친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그게 인터뷰 내내 강하게 느껴졌다.
Hair 김선희 Make-up 박혜령
한여운 | 義
배우 한여운은 인터뷰하기 좋은 연기자다. 입체적인 대답과 세련된 단어를 인터뷰 중에 쏟아내기 때문이다. 잠시 잠깐 동안 만났을 뿐인데, 내게 그녀에 대한 대단한 확신이 고개를 들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데뷔하고, <드라마시티>의 복수를 주제로 연기했으며, 영화 <라디오 스타>에선 다방에서 일하는 김 양으로 분했었다. 현재는 드라마 <황금 신부>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연기하고 있다. 경력에 비해 한계가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건 한여운의 특별한 장점 때문인 거 같다. 그녀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은 특별한 직업과 특이한 성격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한여운은 그들에게서 보편적인 이미지를 찾아 자신에게 적용해 공감대를 찾아내는 것이다. <라디오 스타>에 나왔던 한여운과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했던 한여운을 각각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을 정도였으니까. 흡수력이 빠른 건 대학에서 전공하고 있는 철학과도 무관하지 않다.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다양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연기자에게 사고는 중요한 수업이지 않나.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아쉬움일 뿐이다.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칭찬에 약한 한여운은 누가 칭찬해주면 오버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후회한다고.
한여운의 최근 목표는 드라마 <황금 신부>를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다. 호흡이 좀 긴 이 작품은 50부 작으로 12월까지 방송될 예정이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우는 건 많지만,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즐기면서 했다면, <황금 신부>는 솔직히 괴롭게 하고 있다. 한여운의 성장통이 시작됐구나 생각하지만, 어쨌든 <황금 신부>로 한 뼘만큼 자라길 바라고 있다.
신인이냐는 물음에 신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뜬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 뜬 건 아니라고 했다. 욕심이 너무 많은 게 배우로서 부족하다는 답을 하며, 배우라는 직업은 얻는 직업이 아닌 포기하는 직업이라는 배우로서의 철학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욕심 때문에 계속 얻으려 했다는 거다. 조금만 더 비우고 했으면 더 많은 걸 얻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진 욕심을 덜어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녀는 홍보용 멘트가 아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목표 자체가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이 뜨는 것을 꿈처럼 바라진 않는다고 말이다. 정의가 아닌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옳을 의(義)자를 선택한 것처럼 자신의 중심이 뚜렷히 서 있는 한여운이었다.
Hair 김선화(제니하우스2) Make-up 오은희(제니하우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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