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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포츠 파워의 비밀 병기

천부적 소질을 지닌 선수만으로는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없다. 그들을 키워낼 자본은 물론 국가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러시아는 막강한 물량과 자본 공세로 스포츠계에 러시아 파워를 자랑한다. 그치지 않는 그들의 스포츠 투자의 배후가 문득 궁금해졌다. <br><br>[2007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1, 2007

Words 강봉구 (LG애드 글로벌 비즈팀 부장) Editor 이현상 Illustration 장재훈

러시아, 에너지 그리고 스포츠. 언뜻 봐선 상관없을 것 같은 세 단어.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7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Sochi)가 선정된 것. 이번에도 평창은 고배를 마셨다. 소치 선정의 주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는 데에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 2000년 5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그가 국민에게 외친 모토는 ‘강한 러시아’였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여러 국가로 나뉘고 경제 하락세로 침체기를 보낸 러시아 스포츠는 푸틴의 취임 이후 다시 한 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추진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가즈프롬(Gazprom)’. 가즈프롬은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 기업으로 직원 수만 해도 43만 명에 이르는 초거대 기업이다. 확보 중인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로 전 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하며 올 7월까지 시가 총액 2천5백10억 달러로 세계 8위에 랭크돼 있다. 소치의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 뒤엔 이러한 거대 천연가스 기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한데, 서유럽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절반을 공급하는 이 회사가 막강한 자금과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소치를 밀었다는 것. 또 제 3세계와 아프리카 국가에도 엄청난 자금력으로 많은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자본이 스포츠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하나의 좋은 예가 바로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구단 인수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1번째 갑부(재산 규모 1백82억 달러)인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첼시 구단을 인수하면서 스포츠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구단 인수와 더불어 최정상급의 선수를 영입하면서 쓴 돈은 무려 4억 달러에 이른다. 첼시가 2005~06 시즌 50년 만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구단 적자는 오히려 1억4천만 파운드(약 2천4백억원)에 이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는 철지부동.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명장인 거스 히딩크를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끌어간 것도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이었다. 아브라모비치는 2년간 2백만 유로(약 23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히딩크의 보수로 기꺼이 지불했다. 심지어 히딩크에게 전용 제트기까지 제공한 상태. 히딩크는 최근 러시아 대표팀을 계속해서 맡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스포츠계에서 화려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그의 명성 뒤에 가즈프롬이 한몫했다는 내용은 소수에게 알려진 사실.
2005년 당시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5대 석유 생산 업체인 시브네프티의 대주주였다. 2005년 10월 가즈프롬이 시브네프티를 1백31억 달러에 매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브라모비치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시브네프티를 판 자금이 고스란히 그의 스포츠 비즈니스에 사용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최근 스포츠계에서 러시아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에너지 자본과 관계가 깊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거치며 국제 유가와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거대 에너지 기업에 기반을 둔 ‘강한’ 러시아에 더욱 힘을 더해주고 있다.
가즈프롬은 올 7월 ‘세계 최초, 시가 총액 1조 달러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전 세계에 공표했다. 주기적으로 오르는 에너지 가격과 그 가치를 생각하면 러시아가 그리는 ‘강한 나라’는 결코 이루지 못할 헛된 꿈이 아니다. 과거 막강한 군사력과 확고한 이데올로기로 스포츠계를 지배하던 옛 소련의 영광이 에너지 자원으로 수확한 자본에 의해 부활하고 있다.
스포츠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만 스포츠 비즈니스는 ‘자본’이 한다. 자본 없는 비즈니스는 의미가 없다. ‘강한 러시아’를 꿈꾸는 러시아가 거대 에너지 자본으로 스포츠 비즈니스계에서 계속 영향력을 넓혀나갈 것은 자명한 사실. 스포츠는 ‘실력’으로 이야기하고 비즈니스는 ‘돈’으로 말한다. 러시아, 에너지 그리고 스포츠 대국의 함수 관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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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강봉구 (LG애드 글로벌 비즈팀 부장)
Editor 이현상
Illustration 장재훈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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