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정지에가 제주도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에 작업실을 지었다.
찰스 사치(컬렉터)가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접촉한 작가가 펑정지에였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 12월 17일까지 펑정지에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때문에 펑정지에에 대해 한국 언론이 새삼 관심을 갖지만,
작업실을 지었다는 것이 상기하는 바가 더 크지 않나?
그렇다. 굉장히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있었다.
엉뚱한 방향?
펑정지에가 투자 이민을 왔다는 내용이었다.
헉.
내 꿈은 펑정지에 같은 좋은 해외 작가들이 제주도로 와서, 우리가 굳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안 가도 될 만큼, 제주도가 국제적인 미술 시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 사업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가와 MOU를 맺고 예술 특구를 조성하고 있다.
펑정지에는 본인 돈으로 땅 사고 작업실을 지은 건가?
자기 돈으로 땅 사고 건물을 지었다. 건축가 강철희 교수가 설계했다.
박서보 선생 작업실이 길 건너편이던데 박서보 선생도 본인 돈으로 지은 건가?
그렇다. 설계도 직접 하셨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이게 된 거지?
2006년에 박서보 선생이 당시 제주현대미술관 김창훈 관장과 베이징에 있는 내 갤러리에 왔다. 두 분이 중국의 예술 특구를 여러 곳 둘러보고, 제주도도 그렇게 만들 거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내가 펑정지에를 비롯해 다른 중국 예술가, 미술계 인사를 데리고 제주도에 자주 왔다 갔다. 다들 좋아했다. 중국 작가들은 홍콩에 갈 때도 비자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일주일 비자다. 근데 제주도는 비행기 티켓만 끊으면 갈 수 있다. 시간도 두 시간밖에 안 걸린다. 내가 중국 예술가들에게 제주도에 작업실을 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계속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중국 작가가 몇몇 더 들어올 거다.
시장의 측면에서 미술을 볼 때 한국은 시장이 없다.
한국 미술 시장의 패권이 다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도 설 자리가 없다. 잘못하면 경매에서 필리핀 작가들에게도 밀리게 생겼다.
때마다 크리스티 경매 결과를 보면 중국 작가들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2004년도인가 2005년도인가 매체랑 인터뷰할 때마다 내가 그랬다.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때 한국의 컬렉터들이 나한테 중국 미술은 거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시장이 엄청 성장했다. 한국은 좀 느리다. 그러는 사이 좋은 작품을 상당히 놓쳤다.
중국은 왜 그렇게 잘되지?
단결하기 때문이다. 화랑, 컬렉터, 큐레이터, 작가가 같이 움직인다.
중국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 작가는 없나?
이길우. 인두와 향불로 구멍을 내서 그림을 그린다. 전통도 알고 미래도 안다.
중국‘통’
박철희는 중국에서 갤러리를 열기 전부터 펑정지에, 쩡판즈, 우에민준 같은 작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한국에서 서예를 전공했고, 중국에서 서예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온 미술학도가 서예를 한다고 하니 중국 작가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은 서예를 하는 사람에게 아직도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펑정지에는 박철희의 제안으로 제주도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에 스튜디오를 지은
첫 번째 외국 작가다.
photography: 이상엽, 조성재
editor: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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