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장근석(탤런트) Cooperation 아우디 코리아 Editor 정석헌
문제의 그 6월 셋째 주, 마침내 르망에 도착했다. 르망에서 가까운 라 사르트 서킷(Circuit de la Sarthe) 주변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30만 명의 인파와 저 넓은 공터를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은 유럽인의 차에 대한 열망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1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자신의 차로 산 넘고 바다 건너 기어이 르망에 도착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 일원이 되어 환상적인 축제 속으로 금세 빠져들었다.
르망 24시간 레이싱은 1950년에 시작한 F1 그랑프리보다 역사가 유구하다. 지난 1923년부터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싱은 경제 공황과 세계 대전이 있던 해를 제외하고 매년 열렸고, 이번에 75회째를 맞이했다. 경주 차가 13.65km의 서킷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주행하기 때문에 ‘내구 레이스’로 불리기도 한다. 체급별로 LMP1, LMP2, GT1, GT2 등 4개의 경주 차 규격이 정해져 있다.
한 차당 3명의 레이서가 배정돼 있고, 한 사람이 연속으로 두 시간 넘게 운전할 수 없다. 총 운전 시간도 14시간이 넘으면 안 된다. 예전에는 혼자 24시간을 운전한 적도 있었는데, 안전을 고려해 규정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우승한 아우디 R10 TDI가 총 369랩을 돌았으니, 총 5036.85km를 운전한 셈이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을 여섯 번 정도 오간 거리에 해당한다. 게다가 평균 속도 230km/h, 최고 속도 350km/h를 웃도는 스피드로, 24시간 동안 6개월치 분량을 경주하는 레이서들의 체력과 자동차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나야 하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기장 안팎으로 지난 8여 년 동안 우승을 독차지한 아우디의 비중이 커 보였다. 공식 행사를 위한 아우디 아레나, 엔터테인먼트와 식사를 위한 아우디 가든, 전 세계에서 초청된 언론을 위한 아우디 미디어 센터, 경주 차들의 속도감을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패덕 내의 아우디 룸, 쾌적한 관람을 위한 아우디 레이싱 클럽 등등. 특히 지난해 아우디의 우승은 르망 역사상 의미가 아주 깊다. 디젤 엔진 최초로 르망을 재패했기 때문. 보통 디젤 자동차는 소음이 크고 성능 면에서도 가솔린 자동차에 미치지 못했는데 아우디의 디젤 엔진은 소음은 더 작아지고 환경오염 물질 배출도 대폭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성능까지 가솔린 엔진을 압도한다. 올해는 5대의 터보 디젤이 경기에 참여했는데 아우디와 푸조의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되었다. 경기 중에도 놀라웠던 것은 내 앞을 지나갔던 아우디 R10 TDI의 사운드. 주위 사람들이 “방금 소리 들었어?”, “믿을 수 없군.” 하는 반응을 보일 만큼 ‘정숙’했다. 흔히 고출력 자동차들은 굉음을 내기 마련인데, 디젤 엔진인 아우디 R10 TDI는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2007년 대회 우승으로 아우디는 디젤 엔진으로 2연패를 한 최초의 자동차이자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로 공인받았다. 특히 전체 차의 60% 정도가 디젤인 유럽에서는 아우디의 이런 기술력이 상당히 의미가 크다.
르망 레이스가 좋은 건 24시간 내내 경기와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는 점이다. 경기장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하면서 카트 레이싱 같은 각종 이벤트나 문화 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숨 가쁜 24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