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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eers!

축배를 높이 들어라. 2006 월드컵, 승리의 기쁨에 당신의 샴페인잔은 넘치고 또 넘칠 것이다.

UpdatedOn May 26, 2006

 당신은 믿는가? 샴페인 한 병 속에 들어 있는 2억5천만 개의 기포가 지닌 의미를. 기포 하나 하나에 그해의 기운과 시간의 존재가 은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상징적인 기포의 숫자가 의미하는 샴페인 한 병 속의 세계는 곧 우주의 세계이며 엄청난 폭발을 기다리는 에너지의 보고이기도 하다. 와인보다 세심하고 복잡한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은 보통은 우아하게 ‘갈라 디너’ 같은 성찬을 통해 미각을 돋우며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계절에는 병째 차에 싣고 어딘가 탁 트인 곳으로 달려가서 하늘을 보며 마시는 것도 좋다. 사실, 샴페인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마셔야만 한다는 특별한 법칙은 없다. 격식을 갖추고 마시든, 편하게 마시든, 그것은 마시는 사람의 자유다. 샴페인은 그 본질이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액체이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기포가 있는 와인이기에 보통의 와인보다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 병을 딸 때 펑 터져 샴페인이 흘러내리는 낭패를 보지 않는다. 샴페인을 딸 때 소리가 너무 크거나 넘치게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자동차 경주에서 레이스 위너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샴페인을 흔들어 터뜨리는 경우다. 축배의 샴페인 샤워처럼, 샴페인은 승리의 기쁨이나 인생에 있어 축배를 들어야 하는 순간에 조금은 요란하게 따서 마셔도 나름대로 용서가 되는 자비로운 액체이기도 하다.

 

응원에 힘을 더하는 샴페인과 맥주 칵테일

축구 경기를 볼 때 서양 남성들은 맥주를 마시며 취기와 함께 응원의 열기로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발을 구르며 발광하고 서로를 부둥켜안기도 한다. 물론 나도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때 맥주를 한없이 마시며 응원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승리할 때마다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소리 안 나게 조용히, 거품도 거의 없이 살살 말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했던 4년 전, 샴페인을 홍보하던 내가 차마 밝히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흥분의 도가니에 있던 당시, 나는 샴페인을 마시다 모자라면 샴페인 모엣과 하이네켄 맥주를 5대 5로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며 그 응원의 열기를 즐겼다. 그래도 서로 버블이 있는 액체이며, 동시에 드라이한 풍미가 맞아떨어져 궁합이 잘 맞는다며, 나름대로의 로직을 펴면서 말이다. 물론 속으로는, 언젠가는 샴페인으로 온몸에 샤워를 하며 축구의 열기를 다시 한번 즐겨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로서는 샴페인으로 샤워하며 호기를 부리기엔 샴페인이 너무나 비싸고 고결했다.

4년이 흐른 지금, 요즘 내가 가장 즐겨 찾는 샴페인은 샴페인계의 새로운 별 ‘니콜라 푸이야트’(Nicolas Feuillatte)다. 동물과 니콜라 푸이야트 코르크와의 조우를 모티브로 한 광고 비주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 샴페인은 맛에서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젊은 아티스트와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 또한 적극적으로 후원하기에 올여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굴 월드컵에도 잘 어울릴 듯하다. 만일 우리나라 팀이 또 다시 4강에 진출하게 된다면 귀하디귀한 니콜라 푸이야트의 퀴베 빨메도르 1996 빈티지를 적극 추천한다. 1996년은 유럽 대부분의 지역을 걸쳐 훌륭한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 경이로운 해로, 니콜라 푸이야트 퀴베 빨메도르 1996 빈티지는 부드러운 실크 감촉의 첫맛을 남기며 혀를 부드럽게 감싼다. 매너 좋은 신사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끝맛은 보내기 아쉬운 사랑하는 여인처럼 여운이 길다. 샴페인 병 모양도 속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 검은색이라 신비하기조차 하다. 겉은 오톨도톨하고 잔잔한 홈이 있는데 수류탄 같다. 하지만 만일 경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각의 섬세함을 찾을 겨를이 없다면 그냥 빈티지 니콜라도 무난하다. 다만 샴페인 글라스가 응원에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으니 미니 보틀을 준비하는 센스를 잊지 말자.

 

로제 샴페인으로 응원과 더불어 로맨스도 Cheer up!

여자친구와 월드컵 경기를 보며 로맨스를 키우고 싶다면, 우아한 살굿빛에 산딸기와 체리 향이 강한 니콜라 푸이야트의 로제 샴페인을 준비하자. 깔끔한 첫맛 뒤로 은근히 받쳐주는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를 보다가 하프 타임이 되어 키스를 청한다면 서로 약간의 복숭아와 계피의 풍미도 교환할 수 있으니 반드시 검증해보기를. 로랑 페리에 가문의 대표적 샴페인인 로랑 페리에 퀴베 로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고조시켜줄 것이다. 피노 누아 100%로 양조된 로랑 페리에 로제는 라즈베리, 블랙 체리, 산딸기 등의 과일 향이 두드러지는 로제 샴페인으로 그녀의 입 안을 달콤하게 적셔줄 것이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음미하면 좋은 에너제틱한 빈티지 샴페인

월드컵의 열기를 배가하기 위해 적극 추천하고 싶은 또 다른 샴페인은 바로 네덜란드 왕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앙리오의 퀴베 앙상뗄류 1990 빈티지’다. 리치하며 파워풀한 것이 몸속 깊숙이 숨어 있는 체증까지 날려주는 샴페인으로 4년 전 네덜란드 명감독 히딩크의 영광을 되새기기에 제격이다.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가 즐겨 마시던 샴페인으로 강한 남성미와 정갈한 풍미를 자랑하는 볼랭제도 8강을 기원하며 추천한다. 경기가 잘 안 풀려 예민할 때 한 모금 들이켜면 그 강렬한 에너지로 인해 우리의 태극 전사들이 몇 배로 더 잘 뛸지도 모른다.

 

샴페인은 만들기도, 마시기도 매우 까다로운 술이지만 훌륭한 샴페인은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주며, 용기와 에너지를 선사한다. 그것이 진정한 샴페인의 매력이다. 따라서 축배의 자리나 응원의 자리에도 샴페인이 결코 빠질 수 없다. 인생을 몇 배로 더욱 즐겁게 이끌어주는 버블의 파워! 올여름에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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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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