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Tailoring
본 적 없는 수트와 재킷이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퀼팅을 통해 구현한 미래적인 패턴이다.
우영미와 캘빈클라인 컬렉션,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이
이런 방법으로 구조적인 테일러링을 선보였다. 보테가 베네타는 전통적인 재킷과 코트의 라펠을 몸판에 붙였다. 재봉선을 통해 라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신선한 프로포션을 제안한 건 라프 시몬스와 랑방이다. 라프 시몬스는 단추 하나를 위쪽에 단, 다소 긴 재킷을 소개했는데, 라펠을 가로지르는 띠를 달아 새로움을 극대화했다. 짧게 재단한 랑방의 더블브레스트 재킷 역시 주목할 만한 요소.
Outdoor Luxe
고급스럽고 화려한 아웃도어 룩이 대거 등장했다. 가장 도드라지는 건 값비싼 소재와 아웃도어 요소의 결합이다.
가죽이나 털은 F/W 시즌의
단골 소재지만 아웃도어풍으로 활용된 적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전면적으로 쓰였다. 부분적으로 트리밍하거나 패치워크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 트렌드의 집결체라고 볼 수 있는 건 바로 루이 비통 컬렉션이다. 겉면을 곱게 깎은 양털로 도배한 아우터가 그 예. 펜디는 아스트라칸을 활용한
망토형 아우터를 소개했고, 에르메스와 트루사르디는 부드럽고 세련된 가죽 소재의 파카를 선보였다.
Cool Bohemian
보헤미안 룩이라고 하면 집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처지는 실루엣과 패치워크, 에스닉한 무늬 등이 그려진다. 이번 시즌엔
‘록 시크’란 양념을 추가했다. 그래서 보다 힘 있고, 반항적인 기류가 흐른다. 대표적인 건 에디 슬리먼의 생 로랑 컬렉션. 지퍼를 어지럽게 장식한 가죽 스키니 바지와 길게 늘어지는 머플러가 이러한 무드를 살려준다. 드리스 반 노튼 역시 같은 노선을 택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드레시하다는 것. 페이즐리나
꽃 같은 고전적인 패턴의 활용이 유효했다. 앤 드뮐미스터는 고딕 분위기를, 준야 와타나베는 빈티지한 무드를 강조했다.
Sophisticated Sporty
지난여름 시즌에 이어 우아하고 은유적인 스포티즘의 유행이 점쳐진다. 스포티한 세부를 간직한 수트와 미니멀하게 변형한 스포츠웨어가
눈에 띄는 것. 장식을 최소화하고, 주로 수트나 코트에 활용하는 얌전한 펠트 소재로 만든 엠포리오 아르마니 파카를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투박한 통상적인 스포츠 파카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 랑방은 앞판에 털을 트리밍하고 후드를 장식한 새로운 개념의 스포티 수트를
선보였으며 캘빈클라인 컬렉션은 서로 다르게 짠 원단을 섬세하게 패치워크한 스웨트 셔츠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Clean Cut
직선적인 실루엣과 극도로 미니멀한 재단이 돋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건 의심의 여지없이 질 샌더다. 군더더기 없이 뚝 떨어지는
1자 형태의 코트, 셔츠와 코트를 모두 담백한 세로 줄무늬로 통일한 옷차림 등이 대표적인 예. 닐 바렛 역시 커팅을 주제로 컬렉션을 선보였다. A라인으로 깔끔하게 재단한 코트와 직선을 강조한 패치워크 스웨트 셔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프리즘을 패턴화한 수트와 갑옷처럼 생긴 직선적인
니트 베스트를 소개한 Z 제냐, 미니멀하게 커팅한 수트를 등장시킨 디올 옴므 또한 이 무드를 반영한 사례.
Retro Attitude
옛날 소년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이 이번 시즌을 수놓았다. 주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복고 무드가 드러나는데, 단정하지만 촌스러운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공통분모는 체크 패턴이다. 구찌와 폴 스미스는 하운즈투스 체크를 통해 그런 분위기를 냈다. 특히 구찌는 하운즈투스 체크와 글렌 체크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프라다는 빈티지한 색의 조합과 함께 귀여운 깅엄 체크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디스퀘어드2는 좀 더 신사적인 복고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보울러 해트와 고전적인 실크 타이를 포인트로 썼다.
Playful Military
‘밀리터리’는 남성복에 있어서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이다. 디자이너들은 매 시즌 새로운 명목으로 밀리터리 룩을 재해석한다.
이번 시즌엔
한층 가볍고 장난스러운 밀리터리 룩을 감상할 수 있다. 하트 패턴으로 무장한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 버버리 프로섬은 밀리터리 감성과 강렬하고 키치한 프린트를 접목하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셔츠의 하트 패턴을 드러내는 고무 트렌치코트다. 디스퀘어드2는 분방하고
유쾌한 밀리터리 룩을 소개했고, 3.1 필립 림은 기하학적으로 패치워크한 야상 아우터를 선보였다.
Relaxed Gentleman
느슨하고 자연스러운 룩이 대세를 이룬다. 자연스럽지만 어수선하지 않고, 여유롭지만 게을러 보이지 않는다.
저지 운동복이나 파자마 같은
홈웨어와 테일러드 코트, 셔츠 등의 포멀웨어를 적절히 혼합했기 때문이다. 트루사르디와 드리스 반 노튼은 약간 커 보이는 코트와 낙낙한 저지 소재의 배기팬츠를 매치하여 이러한 무드를 표현했고,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트렌치코트를 잘 차려입은 모델에게 짧은 털 머플러를 둘렀다. 소박하고
세련된 마가렛 하웰 컬렉션은 셔츠에 타이 대신 스카프를 짝지었는데, 매듭짓지 않고 두르기만 하여 느슨하게 연출했다.
Artistic Street
과격한 힙스터 스타일 대신 예술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스트리트 룩이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러한 특징은 프린트에서 드러나는데,
하나같이 예술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존 갈리아노의 바지에서 보이는 추상적인 무늬와 유밋 베넌의 격자무늬가 그렇다. 특히 유밋 베넌의 프린트는 몬드리안의 추상화와 닮았다. 스트리트 문화와 가장 밀접한 지방시는 마치 공예 작품 같은 블루종을 소개했다. 야구 글러브의 스티칭과 비슷한 장식을
옷의 봉제선에 접목한 것이다. 베르사체는 청 재킷과 청바지에 그래피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린트를 그렸다.
Quirky Point
독특한 포인트를 내세운 컬렉션이 늘었다. 아이템 자체보다는 스타일링 방식에서 도드라지는 변화다.
결정적인 증거는 프라다 컬렉션이다. 멀쩡한 셔츠의 단추를 일부러 잘못 끼운 다음 한쪽 깃과 러플 장식을 니트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라프 시몬스 역시 비슷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길고 뾰족한
셔츠의 깃을 한쪽만 밖으로 빼고, 소매를 길게 만들어 아우터 밖으로 드러내도록 한 것. 이렇게 괴짜스러운 스타일링은 베르사체 컬렉션에서도 보인다.
폭이 넓은 드레시한 실크 타이를 배꼽에도 미치지 않는 길이로 짧게 맨 것이다. 그 밖에 발터 반 베이렌동크의 특이한 귀 장식 역시 눈길을 끌었다.
EDITOR: 안주현
PHTOGRAPHY: 아이맥스트리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