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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Colors

색다른 색을 품다. 무채색 도시를 매혹시킬 각양각색 자동차 다섯 대.

UpdatedOn September 10, 2013

BMW Z4
Z4를 볼 때마다 소형 우주 전투기가 떠오른다. 2인승에, 덮개가 열리며, 앞이 길쭉해서일까. Z4는 <스타워즈>에서 스카이워커가 탄 전투기처럼 날렵하다. ‘죽음의 별’을 파괴하기 위해 침투하는 그처럼 Z4에 앉을 때면 흥분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와 한몸이 된 듯 몸에 착 감긴다. 그 상태로 도로와 밀착하듯 저공비행한다. 해서 격하게 달리지 않아도 흥미롭게 운전할 수 있다.
Z4보다 성능이 좋은 차는 많다. 그럼에도 Z4가 간직한 로드스터 감성은 숫자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2009년, Z4는 세대가 바뀌었다. 4년 후인 지금,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롱 노즈, 쇼트 데크 디자인은 여전히 Z4를 Z4답게 한다. 변화의 폭은 적다. 대신 펜더와 그릴을 다듬었다. 덕분에 공기를 더 잘 찢고 달린다. ‘포스’의 힘 대신 BMW의 기술력을 믿고 달린다. 주황색 광선검처럼 곧고 신속하게.
가격은 부가세 포함 8천1백10만원 부터.

PORSCHE 911 Carrera S
50년이 흘렀다. 반세기 동안 911은 포르쉐의 상징이었다.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함없을 테다. 박스터는 발군의 균형 감각을 뽐낸다. 카이맨은 떨리는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그럼에도 둘 다 911의 후광은 걷어내지 못한다. 기술에 앞서 고집과 전통이 견고한 까닭이다. 한마디로, 찍소리 못하게 한다. 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맡는다는 건 이처럼 확고부동해야 한다. 핸디캡을 고유 가치로 승화할 정도로. 911은 엔진을 뒤에 싣고 뒷바퀴를 굴린다.

요즘 차로선 구조가 비효율적이다. 짐 실을 공간은 비좁고, 무게중심은 극단적이다. 하지만 품고 간다. 여전히 폭발적인 성능을 차체에 갈무리하면서. 이제는 한 부분 더 추가한다. 좀 더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 또한 진보한 포르쉐 기술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포르쉐는 과시해도 된다. 샛노란색으로 치장해도 포르쉐니까 어울린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4천1백60만원.





VOLVO S60 D4
볼보는 디자인이 정갈하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징이다.
하지만 가구 디자인보다 호응도는 낮다. 자동차와 가구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리라. 볼보 자신도 안다. 해서 최근 좀 더 기교를 부려 다듬기도 했다. 다소 심심하다는 평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의도대로 반응도 좋다.

그런데 정말 볼보 디자인이 심심할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정갈한 디자인에 발랄한 색을 적용해보지 않았다. 언제나 대부분의 차는 검거나 희거나 회색이었다. 경쾌한 디자인에만 다채로운 색이 어울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디자인이 간결할수록 색이 잘 받는다. 정갈한 피부에 화장이 잘 먹듯이. 볼보의 스카이 블루처럼 말이다. 볼보의 고향인 스웨덴 국기에 들어간 그 색이다.

볼보의 고성능 버전 폴스타도 스카이 블루로 칠했다. 대표할 만한 색이란 뜻이다. S60과 스카이 블루, 다시 보게 되는 조합이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4천4백80만원.





CITROEN DS3
색 배합이 현란할수록 돋보이는 차 한 대는? 감히 말한다.
시트로엥 DS3다. 그 어떤 차보다 꼭짓점에 있다. 엠블럼과 그릴, 주간등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요소 덕분이다. 장식을 돋보이게 할 색을 부른다(처음 출시했을 때 다양한 색을 마케팅 핵심 전략으로 잡기도 했다). 지붕과 차체에 색을 달리 쓰는 건 기본.

물론, 많은 차가 그렇게 해왔다. 그럼에도 DS3는 유독 눈에 착 붙는다.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차인 까닭이다(보다 보면 거대한 파우치 같기도 하다). 여성적 감성을 풍긴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요샌 남자도 잘 꾸미니까 괜찮다. 이런 차에 무덤덤한 색을 칠하는 건 직무유기다. 지루한 도로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몇 안 되는 선수니까. 차는 저마다 생존기가 있다. DS3의 생존기는 남보다 더 경쾌한 색이다. 화려한 색으로 적을 쫓아버리는 작은 생물처럼.
가격은 부가세 포함 2천8백90만원부터.





VOLKS-WAGEN Scirocco R-Line
사하라 사막에서 부는 온난 습윤한 바람. 시로코의 뜻이다.
사하라 사막은 가보지 않았지만, 거칠다는 건 안 맞아봐도 안다.

즉, 이 작명은 시로코의 달리기 성능을 은유한다. 거칠고 빠른 바람 같은 스포츠 쿠페라고. 고성능 버전인 시로코 R이 있다는 건 안다. R이 아니라 R의 외모만을 취했지만, 시로코 R라인은 실력이 후지지 않다. 기본 생김새도 평범하지 않다. 골프가 2단 변신한 듯 자유분방하다. R라인 패키지로 각도 세웠다.
거기에 정제된 2.0 TDI 엔진을 심었다. 35.7kg·m라는 최대토크는 꽤 박력 있다. 언덕에서 브레이크에서 발만 떼도 알아서 올라갈 정도다.

고속에서 엔진음도 매력적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바람이 불어온다면 이처럼 매섭게 울까? 그동안 잘 접하기 힘든 바람, 아니 차다. 작년에 나왔지만 올해 봐도 신선하다. 특히 특수 약물처럼 빛나는 연두색 시로코라면 더욱.
가격은 부가세 포함 4천1백30만원.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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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원태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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