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 New R8
공기를 찢고 튀어나간다. 급격히 몰린 출력에 타이어가 감당하지 못하고 비명 지른다. 전면 시야는 SF 영화 속 워프처럼 소실점에 빨려 들어간다. 서예가의 선처럼 곧고 굵은 빛이 도로에 새겨진다. 빛에 몸을 실으면 이런 느낌일까?
과장이지만, 빛처럼 달린다면 이런 느낌과 비슷할 테다. 새벽 텅 빈 도로에서 R8을 밀어붙인 소감이다. 신형 R8은 슈퍼카답게 조련하기 어렵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급변한다. 가속하면 포효하며 튀어나간다. 스티어링 휠을 과할 정도로 묵직하게 설정한 이유가 있다. 감속하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며 사자후를 터뜨린다. R8은 온몸으로 달리고, 온몸으로 선다.
5.2리터 V10 엔진에 신형 7단 S트로닉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550마력, 최대토크는 55.1kg·m다.
무지막지한 숫자만큼 압도적으로 달린다. 어지간한 사람은 운전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생긴 것처럼 드센 녀석이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2억2천7백50만원.
VOLKSWAGEN CC R-line
고상하게 CC가 서 있다. 다른 차들이 남긴 흔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고고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어떤 자신감이다.
폭스바겐은 합리적인 걸 좋아한다. 대신 고지식하진 않다.
그 사이를 잘 조율하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런 폭스바겐에서도 몇몇 모델은 한 가지 임무를 더 맡았다. 스포츠성을 강조한 시로코 같은 경우다.
CC도 그렇다. 파사트는 합리적인 중형 세단의 본을 보여줬다.
동급 모델인 CC는 쿠페 디자인으로 중형 세단의 멋을 책임진다. 4도어 쿠페라는 이 바닥 흐름에 동참하면서. R라인은 폭스바겐 레이싱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모델이다. 한 번 더 각에 신경 쓴 셈이다. 그 증표로 그릴에 R라인 배지를 단다.
부상으로 19인치 루가노 휠과 가죽 스티어링 휠도 장착한다. 파워트레인은 CC와 같다. 2.0 TDI 엔진에 6단 DSG 변속기를 물린 조합은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한다.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는 38.8kg·m.
가격은 부가세 포함 5천60만원
LANDROVER All New Range Rover
10년 만이다. 차세대 레인지 로버가 돌아왔다. 1970년 데뷔한 이래 이제 4세대다. 레인지 로버의 생김새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레인지 로버만의 DNA를 훼손시킬 이유가 없으니까. 전통적인 외관에 세부적인 변화만 꾀했다. 옆을 틔운 전조등은 좀 더 미래지향적이다. 측면 마디는 차체를 좀 더 길어 보이게 한다.
기능보다 미적 관점으로 부착한 장식이다. 외모보다는 내실을 기했다. 환골탈태란 말이 적격이다.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적용해 감량에 성공했다.
총 420kg 덜었다. 그뿐이랴. 더불어 출력과 토크는 향상시켰다. 최고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는 63.8kg·m. 2,500~5,500rpm 사이 저구간에서 그 힘을 뽑아낸다. 쥐어짜지 않고 여유롭게 밀어붙인다. 몸이 가벼워지고 힘은 늘었다면 빤하다. 좀 더 민첩하고 진중하게 달린다는 얘기다.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의 상징성은 여전히 빛난다. 거대한 불빛이 도로를 채운다. 압도적이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5천9백80만원부터.
LEXUS IS F Sport
거대한 화살이 도로를 관통한다. 길고 넓은, 감각적인 화살이다. 심기일전한 렉서스의 마지막 방점, IS다. 그중에서도 F 스포츠.
말도 많던 스핀들 그릴의 완전체랄까. 젊은 감각을 담뿍 담겠다는 렉서스의 외침이 들린다. 화살촉 전조등과 크롬 테두리 스핀들 그릴이 성격을 살린다. 렉서스 디자인의 ‘사골’이라 할 수 있는 콘셉트카 LFA를 적극 우렸다.
특히 F 스포츠는
LFA의 양산형이라 부를 만하다. 생김새뿐 아니라 골격 설정도 달리했다. 전·후륜 서스펜션을 F 스포츠에 알맞게 조였다. F 스포츠 전용 ESP(Electric Power Steering) 시스템도 차별점이다. 그럼에도 다른 동급 차종과 달리 사뿐거리는 발걸음은 렉서스답다. V6 2.5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207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다. 동급 독일 브랜드와는 성질이 다르지만, 렉서스만의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뭔지 알려준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5천5백30만원.
BMW Mini Cooper JCW
궤적이 작은 곡선이 어둠을 가른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나타내는 하나의 기호 같다. 가릉거리는 엔진음은 조용한 도로에 존재감을 알린다. 미니 쿠퍼의 고성능 모델, JCW다. 미니 쿠퍼는 초기 미니를 튜닝해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이끈 엔지니어 존 쿠퍼를 기린 이름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JCW(John Cooper Works)는 존 쿠퍼의 작업물이란 뜻.
즉, JCW가 고성능 미니의 혈통을 잇는다는 얘기다. 미니 중 가장 빠르고, 가장 짜릿하다. 마법 같은 설정이다. 같은 1,598cc 엔진이지만, 같다고 보기 힘들다. JCW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기존 엔진에 터보차저, 피스톤, 배기 시스템을 손봤다. 그 결과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26.5kg·m를 뿜어낸다. 시속 0-100km를 6.7초로 끊는다. 당찬 출력에도 초기 미니보다 서스펜션은 더 나긋나긋해진 게 반전이다. 좀 더 대중적이면서 개성을 유지했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4천5백만원.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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