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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예찬

어둠 속의 애주가들은 모두 양지로 나오라. 에디터가 직접 아침부터한낮까지 마셔보고 엄선한, 낮술 부르는 곳들.

UpdatedOn June 19, 2013

열정감자
포인트: 감자튀김과 함께 낮술을 간식처럼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

열정감자
맥주 부르는 귀신, 감자튀김의 유혹.


낮술 충동은 때때로 시각적 자극에서 비롯된다. 감자튀김이란 안개꽃과도 같아서, 다른 안주와 함께일 때는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없을 때는 그 부재가 실로 크다. 또한 홀로 마실 때 더욱 매력적인 안주다. 감자튀김과 크림 생맥주는 지나가는 애주가들의 낮술 본능을 부추기는 열정감자의 핵심 무기다. 레귤러 컷과 웨지 컷, 두 종류의 감자튀김은 주문 즉시 튀겨내 언제든 뜨끈뜨끈하고 포슬포슬한 맛이 일품이다. 5백원을 추가하면 적당히 짭조름한 양념 감자로 변신한다. 단일 메뉴지만 치즈갈릭, 와사비 마요, 바비큐 등 10여 가지가 넘는 소스를 구비해 다양하게 조합해 먹어보는 재미가 있다. 양념 감자에 치즈갈릭 소스, 그리고 일반 감자에 발사믹 흑임자 소스 조합 모두 크림 생맥주의 부드러운 맛과 목 넘김에 아주 잘 어울린다. 참고로 지척에 여중, 여고, 여대가 있어서 열정감자는 낮부터 밤까지 늘 꽃 같은 여학생들로 붐빈다. 참고만 하자.

메뉴 크림 생맥주, 감자튀김
가격 감자튀김 미디엄 3천원/라지 4천5백원/엑스라지 6천원, 크림 생맥주 미디엄 2천원/라지 3천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24
문의 010-8851-0735

Pier 39
포인트: 낮술 안전지대에서 당당하게 음주를 즐기자. 제철 해물 요리도 일품.

Pier 39
주차 완비, 낮술 환영.

경리단 길은 낮술 안전지대다. 경리단 길을 따라 늘어선 주점과 레스토랑은 낮술 문화에 당당한 외국인들로 한낮에도 늘 붐빈다.
피어 39는 경리단 길 초입에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캐주얼 술집으로, 근방에서는 유일하게 에르딩거 생맥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부드럽고 탄산이 강한 에르딩거 생맥주는 유통기한이 일주일 정도로 짧아 수요가 없으면 모두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맛보기 힘들다. 그래서 벌써부터 소문 듣고 몰려든 에르딩거 마니아들로 대낮에도 테라스가 만석이다.
에르딩거 생맥주는 시그니처 메뉴인 클램 차우더와 함께 맛보길 적극 권장한다. 쫀득쫀득하고 살이 통통한 제철 조갯살이 씹히는 부드러운 클램 차우더 수프는 낮술을 더욱 끌어당긴다. 커다란 광어 절반을 통째로 튀긴 피시 앤드 칩스도 인기다. 광어는 일반적으로 피시 앤드 칩스를 만들 때 쓰는 대구보다 더 비싼 생선이지만 살이 더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피어 39는 경리단 길에서 드물게 주차장을 완비했다. 낮술 본능에 충실하되, 귀갓길은 대리기사님과 함께하길.

메뉴 에르딩거 생맥주, 피시 앤드 칩스
가격 생맥주 9천원, 피시 앤드 칩스 1만5천원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658
문의 02-749-0339

무대륙
포인트: 오래 있어도 눈치 주지 않아 좋다.우리 집 안방(보다 스무 배는 크지만)처럼 편하다.

무대륙
마치 내 집처럼, 느긋하게.

둥지를 옮겨 더 꽁꽁 숨어버린 ‘잃어버린 무대륙’을 당인리 발전소 어느 주택가 골목에서 다시 찾아냈다. 간판도 없는 커다란 창고에 새 둥지를 틀어 찾기 고약하지만, 전보다 훨씬 드넓고 광활한 공간에 들어서니 어쩐지 숨통이 트인다. 무대륙의 낮술 포인트는 자체 제작하는 여러 종류의 생맥주들이다. 동명의 생맥주와 함께 달광선, 사막, 지구라는 걸출한 이름을 가진 생맥주들을 내는데 각각 필스너, 골든 에일, 헤페바이젠과 다크 에일 종류로 취향 따라 골라 마시기 좋다. 물 좋기로 소문난 가평의 양조장 카파 브루어리(KAPA Brewery)에서 매일 공수해와 신선한 맥주 맛이 일품이다. 공간이 넓으니 테이블 간격도 넓어 옆 테이블 눈치 볼 필요 없이 술이 술술 들어간다. 빨리 먹고 나가야 할까봐 조바심 나지 않아서 더욱 좋다. 긴 시간 느긋하게 낮술을 즐기고 싶을 때는 단연코 무대륙으로 행차할 일이다.

메뉴 수제 맥주, 새우덤플링, 피시 앤드 칩스
가격 수제 맥주 5천~6천원
위치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7-7
문의 02-332-8333

320
포인트: 테이크아웃 술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낮술도 이동하면서 즐기자.

320
술도 테이크아웃되나요?

술을 이동하면서(까지) 즐기고 싶은 낮술 고수들에게 희소식을 전한다. 여정의 끝 무렵에 에디터는 술을 테이크아웃해주는 신세계를 발견했다. 320은 디자인 회사지만 테이크아웃 카페도 겸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아메리카노와 함께 모히토와 뱅쇼를 테이크아웃한다. 라임과 레몬을 아끼지 않고 썰어 넣고 직접 키우는 민트 잎을 툭툭 잘라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커다란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 한가득 채워주는 넉넉한 인심에 반했다. 뱅쇼는 주인장이 스웨덴 유학 시절 감기약 대신 민간요법으로 즐겨 마시던 메뉴다. 술이지만 과일과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들어 감기를 다스리는 데도 특효란다. 날이 더워지니 얼음을 넣고 아이스 뱅쇼도 낸다.
뜨끈한 뱅쇼보다 취기가 천천히 오르고 무거운 맛이 덜해 부담 없이 쭉쭉 들이켜게 된다. 낮술 세계에 갓 입문해 대낮 음주가 익숙지 않다면 주인장이 320 지하의 숨겨진 라운지 공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메뉴 아이스 뱅쇼, 모히토, 아메리카노
가격 아이스 뱅쇼, 모히토 각각 7천원
위치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 대로 54길 19
문의 02-794-0320

EDITOR: 천혜빈
PHOTOGRAPHY: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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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천혜빈
Photography 안정환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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