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정승민 <경리단 스튜디오>
TRVR은 핸드메이드 레더 벨트와 작업용 앞치마, 챙이 짧은 ‘쪽모자’로 유명한 정승민의 브랜드다. 유독 ‘누나’들이 많이 사는 논현동의 지하 스튜디오에서 사람 냄새 나는 경리단 시장 골목으로 옮겨온 지는 이제 반년이 조금 지났다. 정승민의 새 스튜디오는 조도가 낮고 규모는 작지만 공기는 아주 따뜻한 곳이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구한 재료를 이용해 가구와 선반도 직접 만들어 넣었다.
스튜디오를 가로지르는 작업 테이블은 강원도 산골의 버려진 한옥 마루를 받치고 있던 기둥이었다. 테이블 위에 가죽을 펼쳐 자르고, 다듬고, 두드린다. 모두 손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든 TRVR의 작업물은 인스턴트가 아니다. 대를 물려 남을 것이다.
http://trvr.cc
가구 디자인 회사 Millord <방배동 스튜디오>
젊은 목수들이 있다. 방배동의 한적한 주택가에 숨은 이곳은 원목 가구를 디자인하는 유종민의 쇼룸이자 작업장이다.
유종민의 브랜드, 밀로드의 첫 번째 스튜디오는 암사동에 있었다. 여름에는 징그럽게 덥고 겨울에는 맹렬하게 추웠던 암사동 스튜디오의 추억을 뒤로하고 이전한 이곳은 원래 녹음 스튜디오로 쓰던 곳이었다. 유리 폴딩 도어를 사이에 두고 쇼룸과 작업장을 구분하고, 작업장 소음을 차단할 수 있어 가구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폴딩 도어를 닫고 유리 너머로 유종민과 스태프들이 작업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셋은 모두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움직였다. 나무가 의자로 변해가는 과정은 아이가 사내로 성장하는 과정 같았다.
www.millord.com
남성복 디자이너 이동인 <경리단 스튜디오>
이동인은 남성복 브랜드 ‘유즈드퓨처’의 수장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동인의 옷들은 클래식에 근간을 두었지만 컨템퍼러리한 위트가 넘친다. 서울 숲을 지척에 둔 이동인의 성수동 스튜디오는 50년도 더 돼 보이는 하얗고 커다란 상가 건물인데, 본디 오래된 피아노 학원이었던 공간을 터 작업장으로 꾸몄다. 통유리창 밖으로 파란 나무와 보랏빛 라일락이 아른거리고, 자연 채광이 아름답게 부서지는 곳이다. 이동인이 줄자를 목에 걸고 오래된 재단 가위로 천을 자르는 동안 시간이 느리게 갔다. 다가올 시즌에는 작업실 풍경처럼 따뜻한 옷이 탄생할 것이다.
http://usedfutureeshop.com
작가 위성범과 김정섭 <파주 스튜디오>
비밀 기지 같은 이 작업실은 홍대 목조형학과 출신의 작가 위성범과 김정섭이 함께 쓰는 스튜디오다. 두 작가는 섬세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이지만, 작업실은 투박하고 거칠다. 목조형 작업을 할 때 쓰는 커다랗고 단단한 기계들, 이름과 용도를 가늠할 수 없는 도구들이 거대한 스튜디오에 한가득이다. 공간을 채운 것들의 질서는 이방인이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어쩐지 유쾌해 보여 좋았다.
웃고 떠들다가도 작업대 옆에 서면 두 남자는 말수를 줄인다. 그럴 때면 작업장을 휘젓고 다니던 스튜디오의 강아지들도 두 남자 옆에 자리 잡고 점잖게 앉아 있다. 작가 위성범의 목조형 작품 하나를 꺼내 구경했다. 묵직하고 단단하다. 모두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았다.
www.wisungbum.com
http://ultrasup.com
EDITOR: 천혜빈
PHOTOGRAPHY: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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