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기불공 시오유소불가공야.”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에서 해외 영업과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해왔던 김근애는 모바일 쇼호스트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회사에서 아무리 일에 매몰돼 일해도 결국은 내 일이 아닌 회사의 일이라는 현실의 벽을 느꼈고, 그런 생각이 거듭되며 새로운 커리어를 결심한 것이다. 여기에 방송을 업으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더해져 모바일 쇼호스트로 커리어를 전향했다.
안 싸우고 이기는 법
“<손자병법>을 좋아하는데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이 있어요. ‘무시기불공 시오유소불가공야(無恃其不攻 恃吾有所不可攻也).’ ‘적이 나를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 믿지 말고, 공격해올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적이 나를 공격하지 못하게 할 자신을 믿으라’는 뜻이에요. <손자병법>을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손자병법>에는 전술이 디테일하게 적혀 있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싸우는 것은 서로 손해 보는 일이니 싸워서 이길 전술을 연구하지 말고 싸움을 피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지혜를 가지라는 거예요. 인생이라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수많은 관계를 맺어야 하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할 수도 없죠. 그럴 때 이 말을 되뇌는 거죠. 상대에 대해 속단하지 말고, 대신 그 사람을 대하는 자신을 믿어라. 본질적으로 결국 다 내 책임이고, 나만 중심을 잘 잡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고단하거나 힘들 때 늘 <손자병법>을 떠올려요. ‘그렇지. 나만 잘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죠.”
딸의 롤 모델이 되기를 꿈꾸며
“저는 엄마의 부재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 덕분에 항상 든든했고 행복했고 자존감도 높게 자랐어요. 그럼에도 제가 성인이 됐을 때 엄마가 짠하게 느껴졌어요. 엄마는 분명 굉장히 똑똑한 사람인데도 저와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집중하셨죠. 그게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선택이지만, 그래도 엄마의 인생이 좀 애잔했어요. 저는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고 싶지만, 아이가 크고 나서도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 늘 딸이 가장 의지하는 존재이자 커리어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
우리는 140점짜리 엄마
“워킹맘은 일과 육아, 둘 다 잘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회사 일도 포기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골든 타임을 알다 보니 육아에도 소홀할 수 없고. 스스로 기준점이 높아 뭐든지 200점, 300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육아도 70점, 회사 일도 70점인 것 같아 자책만 하죠.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고, 회사에도 자꾸 사과하게 되고요. 그런데 제가 싱글일 때 워킹맘을 보면 정말 누구보다 일을 잘했어요. 누구보다 책임감이 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70점짜리 엄마와 70점짜리 직업인이 아니라 140점짜리 워킹맘인 거예요. 그래서 숨이 차는 거라고 다른 워킹맘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물론 저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