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젊었어도 늙었고,
또 어떤 사람은 늙었어도 젊었다.”
걸 그룹 나인뮤지스 멤버였던 박은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아이돌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지만, 빈틈없이 바쁘게 살아가던 20대 박은지와 지금 자신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져버린 것만 같아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더 이상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결혼했기 때문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뜨겁게 살 수 없다는 생각 대신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며 운동을 시작했고, 경력 단절을 이겨내기 위해 강의를 들으며 기회를 찾았고,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여전히 아이를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엄마이자 다른 아이들에게는 인형극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선생님, 그리고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치는 그녀는 스스로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가다
“의욕이 사라졌던 시간이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나면 살이 자연스레 빠질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나인뮤지스로 활동할 때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렇게 스케줄이 바쁜데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말을 잘하고 싶어 필사도 했죠. 그런데 스스로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자신을 너무 초라하게만 여겼던 것 같아요. 의욕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친구가 <탈무드>에 나온 한 문장을 얘기해줬어요. ‘어떤 사람은 젊었어도 늙었고, 또 어떤 사람은 늙었어도 젊었다.’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렇게 머물러 있기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세상 밖으로 다시 나가기 시작했죠. 지금도 스스로 움츠러들 때마다 친구가 얘기해준 그 문장을 떠올려요. 그러곤 다짐하죠. ‘내가 37살이어도 20살처럼 살아야지.’”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기
“어렸을 때는 대단한 포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엄청 좋은 차를 가지고 싶다거나, 무언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포부요.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을 꾸지 않아요. 대신 하루하루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소중하고,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오늘 하루를 되새겨보는 시간도 소중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지내다 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경단녀를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하루하루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주관하는 수업을 들으러 갔고, 발표하는 시간에는 너무 긴장됐지만 어떻게든 하고 나니 어느새 누구보다 수업에 빠져 있더라고요. 좋은 사람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소중히 여겼던 오늘이 좋은 내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의지를 가지고 하다 보니 그 방향을 향해 자연스레 일이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빛나는 사람이다
“가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친구들이 해주는 말이 있죠. ‘은지야, 넌 되게 빛나는 사람이야.’ 이 말을 다른 여성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말과 함께요. 우리 모두 한 발자국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면 분명 빛나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