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스타일 “자율·독립 OK, 타협 NO”
“나는 그냥 백대빵 프로듀서.” 방시혁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한국의 작은 엔터테인먼트를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회사로 성장시킨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프로듀서라고 말한다. BTS를 글로벌 아이돌로 키운 방 의장의 노하우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고스란히 이어지는 중. 그는 여느 소속사와 다른 방식으로 연습생들을 관리한다. 핵심은 자율. 휴대전화 압수, 통금 시간 등의 통제 대신 음악인의 본질에 집중한다. 방 의장은 “BTS에게 바란 건 빛나는 스타를 넘어 팬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란 대원칙 아래 연습생 때부터 스스로 노래를 만들 수 있게 훈련하고,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아래 움직이는 것 대신 유튜브 활동을 장려한다. 아이돌 멤버의 자율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대신 스스로 내부 준칙을 가지도록 유도한 것. 방 의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인수합병 시에도 드러난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경영하는 것. 이런 리더십은 오랜 기간 박진영과 협업하며 그의 스타일을 지켜보고, MBC 예능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활동하며 체험적으로 얻어낸 결과로 보인다.
방 의장은 “결과나 성과보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며 음악과 아티스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것이 기업 미션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를 운영하면서 한 차례 크게 휘청였다. 빚은 무려 100억원이 넘었다. 이때 방 의장은 스스로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판단, 뼈아픈 반성과 함께 경영권을 모두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다. 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도 당시엔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이다”라며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제공하려고 SM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이건 하이브스럽지 않다”며 SM 인수를 포기했다. 음악과 K-팝 산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 때문일까? 방 의장은 “성과보다 소명 의식으로 움직이는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방 의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프로듀서가 됐다. 미국 빌보드가 영향력 있는 음악업계 인사를 뽑는 ‘빌보드 파워 100’에 네 번 이름을 올렸고,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에 BST와 함께 회원으로 뽑혔다. 포니정재단이 주관하는 제14회 포니정 혁신상을 받아 부상으로 주어진 상금 2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재단법인 유재하음악장학회에 5,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총수로서 다시 공식 행보 시작
방시혁 의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명예와 돈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리더십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현재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찬탈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입은 타격을 어떻게 넘기는지가 멀티 레이블 운영 등 방 의장과 하이브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아티스트들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 장점이지만, 내부 경쟁이 치열하고 모회사와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갈등이 시작되고 한 달 만인 5월 21일 하이브의 주가는 21% 떨어졌다. 지난해 6월 22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30만 7,000원)와 비교하면 37.7% 하락했으며, 시가총액은 4조 8,223억원이 증발했다. 민희진 대표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는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민 대표의 손을 들었다. 이로써 하이브는 당분간 민 대표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재판 당일인 5월 31일 하이브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며 하루 새 시가총액이 6,000억원 가까이 출렁였다.
하이브 내 집안싸움으로 시끄러운 사이, 방 의장은 하이브 총수로서 첫 공식 활동에 나섰다. 지난 5월 2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차담회에 참석한 것. 이날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뿐 아니라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음악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K-콘텐츠부터 패션까지 높은 관심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프로듀서로서, 경영인으로서의 성공은 방 의장의 인생관에서 비롯됐다. 그는 2019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다. 더 잘할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도 사람이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한다. 나는 태생적으로 그걸 못한다.” 타협과 거리가 먼 방 의장이 하이브를 어떤 기업으로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최초 엔터테인먼트사 대기업 총수’
방시혁 히스토리
1972 | 출생 |
1994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 |
1997 |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 데뷔 |
2005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설립 |
2009 | Mnet <슈퍼스타K> 메인 작곡가 및 프로듀서 |
2010 |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심사위원 |
2013 | 방탄소년단(BTS) 데뷔 |
2018 | 빌보드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스 선정 |
2019 | 빌보드 뮤직 뉴 파워 제너레이션: 25 톱 이노베이터 선정 |
2020 | 빅히트 코스피 상장 |
2021 | 하이브로 사명 변경 |
2024 |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 경영 찬탈 의혹 5월 하이브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대기업집단 등극 5월 17일 방시혁 의장, 경영 찬탈 의혹에 “정교한 시스템도 인간 악의 못 막아” 5월 28일 방시혁 의장, 무함마드 대통령과 차담회… 총수로 첫 공식 활동 5월 30일 법원, 민희진 대표의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 5월 31일 하이브, 임시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 측 사내이사 해임 |
‘자수성가 신화’ 방시혁의 재산은?
방시혁 의장은 1987년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제도가 시작된 이래 가문의 후광 없이 혼자 힘으로 대기업 총수가 된 사례로 꼽힌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의 방계로 친척 관계인 총수가 종종 있었으나 모두 상속이나 계열 분리의 힘으로 총수에 등극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지분 31.8%를 보유했으며, 주식 재산은 2조 6,302억원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총수 주식 재산 6위로,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 1,152억)을 제친 금액이다. 그의 연봉은 얼마일까? 1원이다. 하이브 측은 “책임 경영 강화 및 하이브의 페이 포 퍼포먼스(Pay for Performance) 보상 철학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라고 연봉 측정 근거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상여금은 9억 8,000만원이다. 이는 단기성과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2023년 경영 성과 및 평가 지표에 의해 결정된 금액이라고.
또 방 의장은 2021년 서울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을 108억원에 매입했고,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최고 부촌 벨 에어 스트라델라 로드에 위치한 대저택을 2,460만 달러(약 350억원)에 매입했다. 벨 에어에는 가수 저스틴 비버와 비욘세·제이 지 부부, 배우 벤 애플렉·제니퍼 로페즈 부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방 의장이 매입한 대저택은 지상 3층 규모로 1,020㎡(약 309평) 이상의 생활공간에 6개의 침실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저택 내부에 서재, 체육관, 라운지가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별도의 와인 룸도 있다. 또 마당, 야외 주방과 바, 인피니티 풀, 사우나, 마사지 시설, 옥상 테라스를 갖췄다고. 반면 하이브 사옥은 통으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19층 규모의 사옥은 월 임대료만 18억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