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특별하다. 대한민국 국민이 보유한 자산의 약 60% 이상이 부동산에 해당할 만큼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부동산의 하락은 내 자산의 가치가 감소한다는 의미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가진 힘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은 중요해졌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으로 1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부읽남TV_내집마련부터건물주까지’ 운영자 정태익 더하이에듀 대표는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7년 만에 퇴사하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고, 13년간 투자에 매진해 자수성가형 부자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의 투자 경험과 노하우를 유튜브에 공유하며 부동산 재테크 꿈나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내가 투자자가 된 이유
대기업에서 퇴사한 뒤 투자자가 됐습니다.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저는 비관주의자였어요. 강남 삼성동에서 살았는데, 저희 집은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 제 소꿉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자가 아니었어요. 저는 부모님이 놓친 기회를 잡아 그 간극을 메우고 싶었고, 열심히 일해 돈을 벌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열심히 벌어도 아파트를 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을 보고 투자에서 가능성을 찾았고, 주식을 시작했어요. 21살부터 주식 투자를 해서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주식이 ‘초보자의 행운’으로 하루 만에 12%가 올라 상한가가 됐고, 그때부터 주식을 미친 듯이 공부했어요. 주식으로 번 돈에 저축한 돈을 합쳐 4,600만원을 만든 뒤 1년 동안 주식 투자를 했죠.
결과는 어땠나요?
24%의 수익률을 거뒀어요. 모든 걸 포기하고 했는데, 기대보다 못한 수익률에 좌절했죠. ‘이렇게 해서 언제 부자가 되지?’ 싶더라고요. 당시 제가 세운 부자의 기준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작은 건물을 매입하는 거였거든요. 그때 기준으로 매입가가 56억원이었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제가 은퇴할 때쯤엔 125억원이 필요했어요. 주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렸군요.
조금 더 큰 시장이 필요했어요.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기본적인 투자 방식은 비슷하거든요. 2010년에 금융 위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졌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었어요. 건설 회사를 다녔으니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더 체감하고 있었죠. ‘잃을 수도 있지만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실행했는데, 운 좋게 그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반등했어요. 그때부터 수입의 90%를 저축하면서 투자했어요.
수입의 90%를 저축하는 게 가능한가요?
현장 기술직이라 숙소를 제공받고, 작업복과 안전화를 착용해 특별히 지출할 게 없었어요. 소비할 게 많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죠. 저축은 소비하고 남은 돈이라는 의미인데, 소비를 줄이려면 엄청난 인내와 희생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목표나 비전이 없다면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최근엔 같은 물건이라도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처럼 소비의 기준이 높아져 소비를 줄이는 게 더 어려워요. 그럼에도 수입의 70~80%를 저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어요. 지금 희생하고 미래에 잘살고 싶다는 마음이죠.
투자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죠. 유튜브가 성공할 것이란 선구안이 있었나요?
입사 2년 차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는데, 수입이 생기니까 주변에 투자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어요. 처음엔 지인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는데 공감하지 못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대부분 “그때 저축할걸” 하면서 후회했죠. 초기에는 PPT를 만들어 띄워놓고 말하는 방식으로 했고, 직장인이 투자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인드에 대해 알려주는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게 벌써 10년 전이네요.(웃음) 그러다 유튜브가 인기를 얻으면서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죠.
100만 구독자가 넘었죠. 이젠 투자자인 동시에 유튜버예요.
저의 메인 포지션은 투자자라고 생각해요. 현재 금리가 올라 투자 시장이 좋지 않고 부동산 시장도 정체기라 유튜버로서 수입이 더 클 때도 있지만 재테크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고 노력해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재력가도 많이 만났죠. 그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모두 한 분야에서 자기 나름대로 답을 찾은 확실한 실력자예요. 부자가 되려면 하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시드머니가 적어 6~7년간 주식을 파고들면서 공부한 것이 부동산 투자를 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어떤 분야든 거시적으로 봤을 때 뼈대와 줄기가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른 분야에 접근할 때 좀 더 용이해요. 건물을 지을 때도 지하 2층을 파는 게 지하 1층을 파는 것보다 자본이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만큼 깊게 파는 것은 고통과 노력,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의미예요. 이걸 한번 해본 사람은 다른 것을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하나만 해도 쉽지 않은데,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부동산, 주식, 코인까지 동시에 해요. 가볍게 해보다가 어려우면 다른 걸 하고, 다른 사람이 돈을 벌었다고 하면 또 그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요. 그러면 수익을 얻을 수 없어요.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편이 나아요.
부자가 되려면 하나만 잘하면 돼요.
저는 시드머니가 적어 6~7년간 주식을 파고들었던 것이
부동산 투자를 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깊게 파는 것은 고통과 노력,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의미예요.
이걸 한번 해본 사람은 다른 것을 쉽게 할 수 있어요.
부동산, 전세가율부터 체크하라
어느새 2024년 2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암울했던 경제, 좀 나아질까요?
주거비가 올랐고, 물가가 5% 이상 올랐어요. 수치로 5%라는 건 실제 7~10% 오른 거예요. 월급이 10% 준 셈이라 아낀다고 아껴도 오히려 더 부족했을 거예요. 소비가 얼마나 줄었느냐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사려면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바로 출고돼요. 명품 브랜드의 경우 2021~2022년에는 10~20% 성장했는데, 2023년에는 5~6% 성장했어요. 명품 소비도 급감한 거죠. 또 주거비를 살펴보면 최근 서울 잠실 지역 아파트 대단지의 25평은 월세가 300만원, 30평대는 400만원이에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15% 올랐어요. 주거비와 물가는 오르고, 급여 상승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까 삶이 팍팍해진 게 맞아요. 2년 전부터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는데, 그동안은 모아놓은 돈으로 살 수 있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를 때가 됐어요. 어려워진 경제를 더 체감할 거예요.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요?
올해까진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아요. 2022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어요.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한국은 집값이 상승하면 소비가 늘고, 하락하면 소비가 줄어 경기가 안 좋아져요. 이 때문에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시행했고, 현재 서울 강남은 이전의 고점 대비 95% 수준으로, 강남 외 지역은 90%까지 부동산 가격이 회복됐어요.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까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부동산 가격에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았거든요. 물가가 상승해 오른 자재비와 공사비가 반영된 신축 물량이 나오면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거예요. 또 빠르면 올해 가을이나 내년 봄쯤 국내에서 금리가 인하될 거고, 대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거예요. 그런데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집을 사려는 욕망이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의 가격은 올라가고, 살고 싶지 않은 집의 가격은 내려가는 양극화가 더 커질 거예요.
그래서 정부가 대출을 줄여 거래량을 감소하면서 집값을 안정화하려고 하는 거군요.
서울의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게 쉽지 않으니 매수를 줄여 매매가라도 낮추려고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개인 간 거래인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요.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들썩해요. 금리가 인하되면 좀 더 대출을 받아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지거든요. 그러면 전셋값이 오르고 ‘이럴 바에 집을 사자’는 생각이 들면서 부동산값이 상승하죠. 그래서 정부가 전세 자금 대출에 DSR을 적용하려고 했는데 반발이 심해 한발 물러났어요.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요. 물론 지역별로 양극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최근 몇년 처럼 모든 집값이 다 오르는 시장은 아니겠지만요.
언제 집을 사야 할까요?
전세가율(부동산의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의 비율)을 보고 판단해야 해요. 내가 사려는 집이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 판단할 수 있죠. 만약 주변보다 전세가율이 높다면, 이 아파트가 저평가되고 있는지 혹은 입지가 나빠 집값이 상승하기 힘든 지역인지 판단할 수 있어요.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다면 해당 지역이나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고, 내가 고점에 아파트를 사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수요가 늘어나요. 만약 집값이 10억원인데 전셋값이 7억원이면, 내가 3억원만 갖고 있어도 집을 살 수 있어요. 전셋값은 집주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내는 돈이니까 매매가 수월해지죠.
반대로 지금 매도해도 될까요?
지금 매도를 고민한다면 우선 동네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하는지 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할 때 팔면 손해예요. 팔지 고민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죠.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와 유지가 어려운 경우요. 첫 번째,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생겨 입주가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신축이 아닌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죠. 두 번째,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워 팔려고 하는 건지 따져봐야 해요. 3억원에 전세를 줬는데 전셋값이 2억 5,000만원으로 하락하면 내 돈을 내줘야 하니 부담스러워 집을 팔려고 하거든요. 만약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면 파는 게 맞겠지만, 이제 전셋값이 상승하는 흐름이니 대체 투자의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매도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부동산 가격에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았거든요.
또 빠르면 올해 가을이나 내년 봄쯤 국내에서 금리가 인하될 거고,
대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거예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의 가격은 올라가고,
살고 싶지 않은 집의 가격은 내려가는 양극화가 더 커질 거예요.
집을 매입하기 전, 체크리스트가 있나요?
요즘엔 부동산 중개업 사이트들이 3D나 VR로 내부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에 컴퓨터로 체크할 수 없는 것 위주로 봐야 해요. 가장 기본은 소음과 냄새. 층간 소음이나 주변 시설로 인한 소음이 있는지 봐야 하고, 창문을 열어 실외에서 악취가 나는지 살펴야 해요. 소음과 냄새는 사는 동안에는 물론, 매매할 때도 문제가 되니 꼭 체크해야 합니다. 재테크적 측면에서는 이 지역에 향후 2~3년 안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지 봐야죠. 갑자기 물량이 많아지면 물건값은 하락하기 마련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생각해야 해요. 능력보다 무리해 집을 사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매수가격은 소득의 5~6배 정도입니다. 소득의 10배 수준의 집부터는 투자리스크가 확실히 높아져요.
향후 10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인구 감소와 고령화입니다.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보면 외국인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요. 우리는 이제 단군의 자손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는 것이죠. 국내엔 아직 특정 인종이 거주하는 지역이란 개념이 없는데, 앞으로 어떤 동네엔 외국인이 많다는 인식이 생길 거예요. 그러면 한국인 밀집도가 집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겠죠. 고령화 또한 마찬가지고요. 젊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마인드셋 콘텐츠도 눈길이 가요. 주제를 어떻게 정하나요?
여러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선별해요. 유튜브에도 정보가 많지만, 아직까지 책에 지식과 지혜가 많다고 믿거든요. 책을 읽고 어떤 문구를 재테크 관점에서 해석하거나 저의 경험을 엮어 해석하는 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해요.
가장 좋아는 책은 무엇인가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예요. 1월 1일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며 한 해를 시작해요. 좋아하는 책을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자주 읽는 편이거든요. 매년 20년도 더 된 책을 다시 읽고 메모해요. 몇 년 전에 메모한 글을 보면서 ‘내가 왜 이런 이상한 생각을 했지?’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기록을 보면서 사람이 성장하고 경험하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또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좋은 책은 여러 번 읽고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해요. 수십 번 읽었는데도 처음 본 것처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어요. 또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책의 저자라면 어떻게 판단하고 해결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제 나름 대로 좋은 선택을 하기도 해요.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이 좋아하는 문구는 무엇인가요?
제가 자주 하는 3가지 말이 있어요. 첫 번째는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인생을 바꾼다”예요.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면 내 인생이 바뀐다고 믿어요. 두 번째는 “과거의 총합이 현재다”라는 말이에요. 내가 했던 것들이 모여 현재를 이루는 것이잖아요. 과거를 바꿀 수 없으니 과거를 한탄하지 말고 현재를 잘하려고 해요. 현재의 총합이 미래니까 지금부터 잘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면 되죠.
마지막 문구가 궁금합니다.
“비교는 남과 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하는 것.” 투자자 중에 수익을 얻고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특징은 “다른 거 했으면 더 많이 벌었을 텐데”, “다른 사람이랑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거예요.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우울할 수밖에 없어요. 비교는 남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 자신과 해야 해요. 6개월 전 나와 비교했을 때 성장했으면 잘한 것이고, 퇴보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해야죠. 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면 현재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부읽남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10년이 됐어요. 사실 원대한 계획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구독자가 200만 명을 향해가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인생의 최종 목표예요. 저축하고 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열심히 잘 살았다는 성적표일 수도 있어요. 구독자들에게 부동산을 자양분 삼아 인생을 잘 사는 법을 말하는 채널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