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탄생한 브랜드 신(SYNN)은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신발 제작을 목표로 하는 수제화 브랜드다. 신을 이끄는 김리온 대표는 사실 의상 디자이너를 꿈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신발을 좋아해 슈즈 디자이너로 전향하며 슈즈 브랜드를 론칭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말로 신발을 뜻하는 신이라는 직관적이고 독특한 브랜드명은 수제화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소 장인이 직접 만든 수제화를 좋아하는데, 오늘날 모든 공정이 100% 핸드메이드인 수제화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특히 우리나라, 이탈리아, 일본 등이 수제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지만 그중 우리 수제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 브랜드 이름을 ‘신’으로 지었다.
촬영 당일, 모던한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리며 당연히 패션의 중심지 강남에서 김 대표를 마주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도착한 곳은 경치 좋은 평창동 어느 주택이었다. 지난해 논현동, 성수동 등에서 운영하던 쇼룸을 정리하고 얼마 전 평창동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 머무르고 싶었다며 경기도 지역까지 알아보다 결국 고즈넉한 북한산 아래 자리한 평창동의 매력에 빠져 작업실을 마련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곳곳에 고가구, 도자기 등 한국적인 인테리어 오브제가 눈에 띄었다. 어릴 때부터 고미술을 많이 접해 익숙하고 친근하다며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와 상반되는 반전 면모를 보여줬다. 최근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도 책 팟캐스트와 유튜브, 낭독 모임일 정도로 책에 관심이 많은 김리온 대표의 아티스틱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
슈즈 디자인뿐 아니라 향수 제작, 쇼룸 내 아트북 공간 마련 등 다양한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사람에 대한 애정요.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 라이프스타일 등 주류를 이루는 트렌드부터 타인의 삶의 방식이나 더불어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것까지 ‘사람’에 대해 많이 살펴보고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관심을 갖다 보면 결국 저 자신도 되돌아보게 돼요. 제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보고 접목해보며 실행하고 있어요.
일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사람, 자연, 책, 디자인 제품, 예술 작품부터 시작해 우주 만물의 이야기에서요. 쉬는 날에는 아이와 미술관에 가곤 해요. 주 1회 정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평창동 작업실에서 슈즈 디자인을 하고요. 평상시에는 틈틈이 책을 읽는데, 이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요.
작업실 곳곳에 가득한 도자기, 그림 등 아트 피스를 모으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가구 위에 놓인 항아리는 강준영 작가 작품이에요. 원래 항아리 작품을 좋아하는데, 도자기에 캔버스처럼 자유자재로 그려진 그림에 반해 소장하게 됐어요. 지금은 강준영 작가가 도자기를 많이 만들지 않아 더욱 귀해진 작품이기도 하죠. 거실에 놓인 골드 컬러의 페인팅은 2012년에 부띠크모나코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협업을 통해 만든 작품으로 저희 슈즈를 그린 거라 의미가 있어서 구매했고요.
한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라는 자리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저희 브랜드 신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하는 수제화예요. 중간에 몇 가지 공정을 기계로 하더라도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기 때문에 수제화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인이 꼭 있어야 하고, 장인들과의 조화로운 협업을 잘 관리해야 하죠. 수제화이다 보니 인건비를 줄일 수 없어 항상 신발 가격에 대해 고민을 해요. 슈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브랜드를 시작한 건데, 대표는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더라고요. 함께 일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표가 져야 하죠. 그래서 고독하고 힘들어요.
작업실에서 지인들과 독서 모임, 낭독회 등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책을 좋아해 직접 산 책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1만 5,000권에서 2만 권 정도 될 것 같아요. 외국 나갈 때마다 수집한 귀한 책도 많고요. 그래서 혼자만 보는 게 아까웠어요. 책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혼자 읽기만 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모여 각자 생각과 감상을 나누면 책 읽는 재미가 배가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소장한 책을 함께 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공간을 만들어놓으니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자연스레 모이게 돼 낭독 모임과 독서 모임으로까지 발전하게 됐어요.
책을 비롯해 다양한 아트북은 언제부터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사실 제가 ‘수집’해야겠다고 거창하게 마음먹은 건 아니었어요. 책이 좋아 한 권 두 권 사기 시작한 게 어느새 이만큼 쌓여 결론적으로 수집한 게 된 거죠. 책은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표지 디자인부터 종이, 내부 디자인까지 디자인과 아트의 결정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게 다 모여 있잖아요.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안 살 수가 없어요.
요즘 읽고 있는 책에 관해 소개해주세요.
매일 책을 사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권을 읽어요. 한 권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에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는 시미언 피즈 체니의 <야생 숲의 노트>예요. 19세기 미국 음악가의 책으로, 새들을 관찰해 새들의 노랫소리를 악보로 담아낸 책이에요. 새 그림과 악보가 같이 실려 있는 독특한 책이에요. 역시나 이야기가 있고 제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그림도 있고, 책 표지 디자인이나 만듦새도 좋은 책이라 읽을 맛이 나서 특히 애정이 가요.
평소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평소에는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는 편이지만 파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상황과 장소에 맞게 드레스업하는 것도 즐겨요. 굽 낮은 스니커즈나 로퍼에 베이식한 셔츠를 착용하다가 행사가 있는 날에는 화려하고 아찔한 하이힐을 꺼내는 식으로요. 요즘엔 데일리 룩으로 재킷과 롱스커트를 주로 입어요. 입었을 때 편안하고 활동성이 뛰어나면서도 캐주얼하지 않고 간소하게나마 격식을 차린 느낌이 나기 때문이죠. 제품을 구입할 때는 개인적으로 슈즈, 그중에서도 특히 수제화를 좋아하다 보니 질샌더 같은 심플한 스타일에 만듦새가 꼼꼼한 아이템을 고릅니다.
향을 좋아해 직접 향수도 만들었다고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직접 향수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팬데믹 초기에는 모두가 ‘집콕’이 일상이었잖아요. 사람들이 집에서 힐링했으면 하는 마음에 숲, 허브 등의 향으로 치유받는 느낌이 들도록 향수를 제작했어요. 향도 디자인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향 디자인 자체를 공간에 좀 더 어울리도록 상쾌하고 은은하게 제작해 화장실이나 서재, 방 등에 룸 스프레이로 사용해도 좋고, 몸에 직접 뿌리며 향수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저도 이번에 만들면서 알게 된 건데, 사람 몸에 직접 뿌리는 건 허가받기가 좀 더 까다롭더라고요. 룸 스프레이도 공기 중에 뿌리면 결국 사람 몸에 닿잖아요. 그래서 화장품으로 허가를 받았죠. 본격적으로 향수를 판매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제작한 터라 앞으로 다른 향수를 출시할지는 정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만들면서 재밌던 기억이 남아 있어 만족스러워요.
뷰티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가장 애정하는 뷰티 브랜드를 하나 꼽아본다면요?
에스티 로더요. 역사, 전통, 제품력을 종합해볼 때 가장 마음에 들어요. 브랜드 히스토리가 긴 만큼 제품 개발에 투자한 게 많은 회사라 제품력에 믿음이 가요.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 중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인 것도 좋아요. 특히 리-뉴트리브 라인은 발랐을 때 풍부한 영양감과 보습을 선사해줘 건성인 제 피부에 잘 맞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고민되는 탄력과 주름, 유·수분 밸런스 등의 문제에 효과가 있어요. 제 인생템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데 최근 쓰던 제품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재구매했답니다.
매끄럽고 탄탄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비결이 뭔가요?
트러블 없이 피부가 건강한 편이라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어요.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 크림, 크림, 자외선차단제 순으로 일반적인 스킨케어 루틴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꼭 지키는 철칙이 한 가지 있어요. 외출 전에는 반드시 자외선차단제를 챙겨 발라요. 지금은 데코르테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 피부에 맞는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해 다양한 스킨케어 아이템을 써본 후 요즘은 에스티로더 리-뉴트리브 라인으로 정착했죠.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기 전에는 꼼꼼히 세안하는 것도 중요해요.
겨울을 맞이해 장만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이나 뷰티 아이템이 있나요?
뷰티에 관심이 많아 각종 뷰티 브랜드의 홀리데이 컬렉션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꼭 구입하는 편이에요. 올겨울에는 끌레드뽀 보떼의 홀리데이 에디션이 눈에 띄더라고요. 별자리에서 영감받은 콘셉트도 마음에 들고, 패키지도 고급스럽고 예뻐서 구입하고 싶네요.
요즘 파우치나 가방에 꼭 챙겨 넣고 다니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겨울철이라 건조한 입술을 위한 립밤, 향수, 보디 오일, 핸드크림 등 제 취향에 맞는 향을 지닌 아이템이 주로 들어 있어요. 평소 향기에 예민해 뷰티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로 향이에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향기 아이템 중 그날의 기분과 느낌에 맞는 향기가 깃든 제품을 골라 챙겨 넣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명상을 한 후 걷기를 합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걷기를 좋아해요. 음악도 듣지 않고 자신의 몸에 집중해 걷는 게 좋다고 해서 매일 아침뿐만 아니라 낮에도 가능하면 가까운 거리는 모두 걸어 다니려고 노력해요. 앞서 말했듯 운동을 즐기진 않지만 나이가 들며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테니스, 필라테스, 골프 등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어요. 먹는 것도 중요한데, 군것질을 줄이고 식사는 채소나 과일을 최대한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마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아요. 구체적인 명상 루틴이 궁금해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게 결정적으로 명상을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운동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막상 시작했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던 때가 있었어요. 요가도 시작했다가 바로 포기하고 싶어졌는데, 누군가 명상을 해도 요가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거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명상은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있어도 운동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고 하니 일단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어요. 주로 유튜브의 명상 영상이나 명상 앱을 켜놓고 하고 있어요. 운동 효과가 있는진 모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데에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명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한 마인드를 갖게 됐어요.
해외 경험이 풍부한 거 같던데,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어느 곳인가요?
디자이너로 일하다보니 해외 출장도 많았고 일본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좋아하는 도시는 뉴욕, 런던, 파리인데, 일본에서 일한 경험 덕인지 도쿄가 그립고 자주 생각나요. 특히 도쿄는 문화예술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에 건축, 미술, 패션 등을 두루 보고 경험할 곳도 많고 음식도 익숙해 좋아하는 맛집도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