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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달린다

의사, 교수, 프로그래머, 기업인, 정치인까지 ‘프로 N잡러’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걸어온 길은 그를 검증하는 지표다.

On January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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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팬츠·슈즈 모두 자라,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미경 교수 니트 톱 W9, 스커트 분더캄머, 슈즈 나무하나.

안철수(국민의당 대표)가 정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는 비정치인이었지만 방송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 시대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분명히 알고 지적하는 소신으로 2030 청년층에게 대대적인 인기를 얻었고, 박근혜를 위협할 거물급 정치 신인이 됐다. 어떻게 보면 ‘정치인 안철수’란 타이틀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원하는 국민의 부름에 응답한 것. 그렇게 입문한 정치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만난 안 후보는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익을 실천할 것이라고 흔들림 없이 말했다. 그의 눈빛에서 목표를 이룰 때까지 달릴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교수로 수업 중인 학기를 마치고 정치인의 아내로서 동행한 아내 김미경(60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교수) 씨는 안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대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곁에서 보아온 안 후보의 곧은 심지를 믿는다는 의미였다. 


20대 대선이 9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유세 활동을 하며 만나본 민심은 어떤가요?
안철수 이번 대선을 두고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하잖아요. 국민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선 후보자나 가족들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계신 게 그대로 느껴져요.

어느덧 정치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어떤 시간이었나요?
안철수 아시다시피 그동안 직업을 여러 번 바꿨어요. 의사에서 교수, 프로그래머, 기업인을 거쳐 정치인이 됐죠. 그중에 정치가 가장 어려워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정치인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필수죠.
안철수 설득하는 능력과 경영 능력이 동시에 필요해요. 그런데 살펴보면 선거에서 승리하는 기술만 가진 경우도 많아요. 갈수록 국민의 삶은 힘들어지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국민들이 우스갯소리로 “5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런 자조 섞인 농담이 안 나오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선택을 받아야 능력을 보여준다는게 답답할 것 같습니다.
안철수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있나요? 제가 가진 진심과 실력, 도덕성을 모두 입증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죠. 10년 정도 지나니까 안철수의 도덕성은 모든 분이 인정하는 것 같아요.

능력 면에서는 어떤 것 같나요?
안철수 입증했다고 생각해요. 좋은 의사였고, IT 전문가로서도 톱클래스였어요. 또 기업을 창업해 성장시키면서 경영 능력을 증명했고, 대학교수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당시 강의 평가를 하면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았거든요.(웃음) 지금도 스승의날이면 제자들이 잊지 않고 찾아오죠. 정치계에서도 나름대로 돌파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2016년 국민의당 창당 후 총선에서 38석의 교섭단체를 만들었는데, 삼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이후 가장 큰 규모였어요. 정치 역사에 남는 기록을 만든 셈이죠.

선한 인상 때문일까요? 정계 데뷔 후 우유부단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안철수 지금까지 늘 가짜 뉴스가 저를 따라다녔지만 구차하게 변명하진 않았어요. 하던 일을 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면 오해가 풀렸으니까요. 처음엔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여기고 해명보다는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아니 땐 굴뚝에서 난 연기가 저를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안철수는 결단력이 없다”고 하는데, 우유부단했다면 한국 정치에서 1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겁니다. 또 평안한 미래를 보장해줄 의사를 그만두고 벤처 기업을 세울 생각도 못했겠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선 안 후보가 걱정됐을 것 같아요.
김미경 예상 밖의 결정을 할 땐 걱정됐어요. 의사를 그만두고 IT 기업을 창업했을 땐 내심 실망했어요. 남편이 환자를 돌보는 일 대신 기초의학을 택했을 때는 사회에 도움되는 연구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여겨 믿고 지지했거든요. 그런데 또 다른 일을 한다고 하니까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 후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땐, 믿어주자고 생각했어요. 결심이 선 남편 모습을 보니 내가 이해하고 지지하는 게 맞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배우자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선택을 말릴 자격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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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왜 정치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 혼자 존경받고 행복하면 좋은 삶일까요?
모두가 살기 좋아야죠. 이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시도하는 사람만 실패할 수 있다

안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미경 노력형 인간이요. 기업의 자양분은 CEO라고 하잖아요. 안랩을 경영할 당시 남편은 스스로를 거름으로 썼어요.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했죠.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쓰러운 마음이 컸지만 남편은 그런 사람이에요. 어떤 일을 해도 온몸을 던져 최선을 다할 거예요.

두 분의 첫 만남이 궁금해요.
김미경 가톨릭대학교 의료봉사 활동에서 만났어요. 가톨릭대학교 학생도 아니었는데 참석했던 봉사였어요.(웃음) 결혼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철수 형이 살가운 타입은 아닌데 괜찮냐”고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전 남편이 한평생을 함께해도 변하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왜 그런 믿음이 생겼나요?
김미경 어느 날 제게 “나랑 같이 있으면 모든 일이 잘될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 말이 믿어졌어요. 그리고 남편과 함께 지내면서 모든 일이 잘 흘러갔던 것 같아요. 요즘엔 주위에서 남편을 잘못 선택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지 않아요.(웃음)

아빠로서는 어떤가요?
김미경 위엄 있는 스타일은 아니죠.(웃음) 딸이랑 수평적 관계로 지내요. 딸은 아빠를 좋아하면서도 경쟁심을 느껴요. 아빠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해요. 딸이 초등학생 때 남편이 “내가 죽으면 내가 썼던 물건은 누가 쓰나”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다음 날 딸이 남편의 러닝셔츠를 입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데 어찌나 웃겼는지 몰라요. 아빠의 물건을 자신이 쓸 수 있다고 어필하는 데서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안철수 평범한 아빠예요. 부모의 역할은 따뜻한 사랑을 주고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모두 의사지만 단 한 번도 딸에게 “의사가 돼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항상 “네 마음이 끌리는 거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그게 좋은 선택”이라고 지지했죠.

최근 딸 안설희 씨가 속한 연구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연구가 <뉴욕 타임스>에 소개돼 화제가 됐죠(안설희 씨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로미 아마로 교수팀과 함께 공기 중 부유하는 작은 물 입자 내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존하는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미경 저희는 설희가 한두 번 잘했다고 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인생은 길기 때문에 언제든 굴곡이 생길 수 있고, 설희도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또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요.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김미경 큰 시련을 겪고 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고, 믿었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돼요. 저와 남편도 처음에 낙선했을 땐 믿음이 흔들려 힘들었어요. 그런데 결국엔 내가 믿었던 게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며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안철수 실패해본 적 없는 사람은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저도 실패를 많이 했어요. 안랩을 시작하고 4년 동안 제 월급은커녕 직원의 월급을 주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김미경 프로그래머 한 명을 고용해 집에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매달 빚을 갚느라고 허덕거렸죠. 사업하면서 진 빚을 청산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에요. 


더 행복한 삶이 기대되는 사회 만들 것

안 후보의 용기 있는 도전은 안정성을 추구하며 도전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행보이죠.
안철수 용기가 아니라 선택이고 끈기인 것 같아요. 가진 것을 전부 버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다른 일을 모색해야 돼요. 예를 들어 정년퇴직 후 환경운동을 하고 싶은 의사라면 정년퇴직하기 5년 전쯤부터는 환경운동에 관련된 활동을 병행해야 해요. 퇴임 후에 시작하면 포기할 가능성이 커요.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다를 수도 있고, 해당 분야와 관련된 정보나 인맥이 부족할 수도 있거든요. 천천히 하나씩 준비해나가면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요. 대신 주말에 편하게 쉬진 못하죠.(웃음)
김미경 실패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고 한 방향으로 가는 건데 원하는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죠. 실패하면 어때요? 물론 힘들겠지만 할 수 없죠. 실패를 견디고 더 강해지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는 2030세대의 민심이라고 하죠. 청년 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나요?
안철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거예요.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죠. 또 누구에게나 공평한 공정사회를 만들 거예요. 군대 문제나 연금 문제도 손볼 계획입니다.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동안 국민연금을 납부해도 65세가 되는 2055년에 금고가 바닥이 나서 연금을 받을 수 없어요. 연금제도를 개혁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저출생을 벗어날 수 있는 육아 정책도 궁금합니다.
안철수 대다수 맞벌이 부부가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부부 중 한 명은 경제활동을 포기한다고 해요.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하는 한국식 초등학교 전일제를 구상해 도움을 주려고 해요. 정규 수업이 끝나면 코딩 교육을 하는 식으로 사교육에서 해결하고 있는 부분을 공교육이 맡는 거죠. 독일의 제도인데, 한국 문화에 맞게 손볼 생각입니다.

여성 정책은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나요?
안철수 안전이요. 우리나라 여성 두 명 중 한 명이 한 번씩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통계가 있어요. 첨단기술을 활용해 여성들이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딸을 가진 부모니까 더 신경이 쓰여요.
김미경 남편이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 딸이 살아갈 세상”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요?
안철수 더 좋은 대한민국이요. 경제력과 국방력, 과학·기술력이 강한 나라, 공정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바른 나라, 코로나19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빈곤함이 없는 안전한 나라를 꿈꿔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침체된 경제가 살아나길 바라는 국민이 많습니다.
안철수 여태까진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을 써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국고를 채우는 게 아니라 바닥냈던 거죠. 전 과학에 대한 이해가 있고, 회사를 운영해봤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 국고를 채우며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의사 출신이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도 잘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반드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방역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될 거예요.

안 후보가 꿈꾸는 더 좋은 나라가 되면 국민들이 행복해질까요?
안철수 자살률과 출생률이 한 사회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해요. 자살률은 지금 현재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를, 출생률은 미래에 얼마나 희망을 갖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자살률은 높고 출생률은 낮은 상황이에요.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회를 만들 거예요. 내 아이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바로잡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죠.

안 후보에게 정치는 봉사의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네요.
안철수 어떤 분들은 제게 정치를 안 하면 존경받고 살 텐데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해요. 저는 그런 분들에게 “제가 존경받고 행복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있으면 좋은 삶인가요?”라고 반문해요. 제겐 저의 행복이 전부가 아니에요.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죠.

김 교수님은 정치인 안철수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김미경 편향되지 않았다는 점이요. 양분화된 대한민국을 통합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는 사람이니까요.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안 후보가 어떤 대통령이 될 것 같나요?
김미경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이요. 개혁을 많이 해서 임기 중엔 미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임기가 끝날 때쯤엔 국민들이 사랑하는 대통령이 될 거예요. 또 임기가 끝난 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는 청렴결백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요.

반대로 대통령 영부인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미경 영부인은 국민이 뽑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공과 사를 구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국민이 영부인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죠. 가능하다면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김미경이라는 사람으로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제 정체성인 제 직업과 끊임없이 접촉면을 갖고 싶어요.
안철수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처럼 교단에서 학생들과 계속 함께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안철수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바를 이뤘을 때 가장 행복해요. 제게는 문제를 해결하고 공익을 위한다는 의사의 DNA가 내재돼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IT 회사를 경영하면서 만든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배포하게 했어요. 이젠 정치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안철수(61세, 국민의당)

1962 부산 출생
1980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1991 해군 군의관
1995 안랩 대표이사
2008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정문술석좌교수
2011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2013~2017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국민의당)
2017~2018 국민의당 당대표
2018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2019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방문학자
2020 국민의당 당대표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