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기린 한약국 한의사이자 ‘고기없는월요일’의 대표 이현주입니다. 기린 한약국은 녹용이나 사향 등 동물성 약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약재를 처방하는 채식 한약국이에요. 그리고 저는 18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비건인이기도 합니다.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크게는 기린 한약국과 비영리단체 고기없는월요일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고기없는월요일은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 폴 매카트니가 2009년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유럽의회에서 제안한 캠페인으로 육류 소비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 결국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운동이에요. 그전부터 채식을 하고 채식 관련 강의를 했지만, 사람들이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저 캠페인을 보고 ‘이거다!’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모든 활동가는 자원봉사자이고, ‘주 1회 채식’을 제안하는 활동이 메인이에요. 그 결과로 서울시에서는 주 1회 채식을 제공하고 있고, 최근 교육청 단위로 주 1회 채식 급식을 시행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어요. 올해는 지구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도 채식을 제공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의학을 공부할 당시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저를 보며 지인이 채식을 하면 마음이 좀 차분해질 거라고 권했어요. 그렇게 우연히 채식을 시작했는데, 저하고 정말 잘 맞았어요. 그러면서 한약국도 채식으로 운영해보자 싶어서 더 공부를 하게 됐죠. 그런데 채식이 단순한 식생활이 아닌 기후변화와 동물권, 식량 시스템과 연결된 사회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처음에는 신문 방송을 전공했는데, 그때는 대학생들의 사회운동이 활발할 때였어요. 저도 관심은 있었지만 다른 형태, 즉 비폭력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채식이라면 이러한 사회문제를 평화적으로 전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강하게 끌렸던 것 같아요.
지금 나의 비건 라이프와 내게 생긴 변화는? 지금 저의 식생활은 완전한 비건이에요. 처음 채식을 했을 때는 유제품까지는 먹었어요. 점점 공부를 하면서 완전한 채식으로 들어섰고 채소만으로도 맛있고 예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의 다양한 비건 레스토랑이나 비건 식품을 경험할 기회가 많았어요. 단순한 대체품이 아닌 정말 맛있는 음식과 식품도 많거든요. 그동안의 채식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채식 연습>이라는 비건 레시피 북을 출간했는데, 계속해서 채식을 맛있는 레시피로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우연히 시작한 채식이었지만, 그로 인해 저의 자아와 삶이 확장됐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예요. 소심하고 걱정이 많았던 제가 좀 더 외향적으로 변했어요. 눈앞에 닥친 고민과 인생을 걱정하던 제가 이제는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죠. 작은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좀 대범해진 느낌? 채식은 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단호박이요! 저는 매일 미니 단호박을 하나씩 먹어요. 부드럽고 소화도 잘되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맛도 좋죠. 비타민 B와 C,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재료로 단호박 하나만으로도 한 끼를 대체할 수 있어요.
비건 문화의 ‘유행’에 대한 나의 생각은? 오래전부터 채식 운동을 했지만, 최근 동물 복지와 코로나19로 인한 지구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채식이 그 중심에 섰어요. 이제 채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겠지만, 저는 좀 더 일상으로 파고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비건이지만 ‘플렉시테리언’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고기 소비를 줄여나가는 이들을 말하는 ‘리듀스테리언’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이 결국 비건 문화를 바꾸고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면 1년에 15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우리의 작은 한 걸음이 지구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다만 친환경이나 채식이 트렌드의 중심에 서면서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것들은 소비자들이 더욱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를 위한, 우리를 위한 운동이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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