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연남동의 간판 없는 책방 ‘헬로인디북스’의 책방지기이자 <고양이와 채소수프>를 쓴 이보람입니다.
<고양이와 채소수프>는 어떤 책인가요? 책방으로 찾아온 고양이를 만나 집사가 되면서 비건 지향 채식인이 된 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제가 채식인이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 생긴 에피소드, 두 번째는 집에서 해 먹는 나의 아침 메뉴. 고기를 끊고, 생선과 우유를 줄여나가면서 어떤 음식을 먹게 됐는지 이야기해요. 세 번째는 저의 식생활에서 벗어나서 비거니즘과 동물권의 더 넓은 개념에 대해 썼고, 마지막은 채식 이후 바뀐 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렇다면 어떤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나요? 일단 집에서는 고기와 생선을 안 먹어요. 생선 같은 경우 밖에서는 먹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고기 국물은 먹어요. 우유도 가능하면 먹지 않고 달걀은 끊었다가 동물 복지 달걀을 먹고 있어요. 동물을 동물답게 키우는 농장과 동물 복지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위한 일종의 응원 같은 의미로요. 처음에는 동물권을 위해 시작했는데, 저도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채소의 비중을 늘리는 게 몸에 좋은 것 같아 꾸준히 실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이크로 비거니즘’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할 수 있는 만큼 가능한 범주에서 비건을 실천한다는 뜻이래요. 저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식단은? 책 제목에도 있듯이 ‘채소수프’예요. 전 채소, 특히 생으로 먹는 채소는 정말 못 먹겠더라고요. 드레싱도 없이 먹어야 건강식이라고 하는데 저는 맛 없으면 안 먹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채소수프를 추천하는 영상을 보게 됐어요. 요리랄 것도 없이 냉장고에 있는 채소을 썰고 끓는 물에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하고 채소를 넣으면 돼요. 20분 이상 푹 끓인 다음 블렌더로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면 끝! 어떤 채소를 넣느냐에 따라 맛도 색도 달라지고 채소도 더 많이 먹을 수 있더라고요. 생소한 채소들도 맛보고. 사실 맛은 없는데 아침에 채소수프를 먹으면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약처럼 먹게 돼요. 몸이 좀 아픈 것 같다 싶으면 아침에 채소수프를 만드는 게 루틴처럼 돼버렸어요.(웃음)
비건 라이프가 나에게 가져온 변화는? 하루의 시간이 꽉 채워졌어요. 예전에는 책방에 출근하기 전 아침 시간에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TV를 보며 늘어져 있었다면, 지금은 아침을 만들어 먹어야 하니 눈을 뜨면 요리부터 하죠. 코로나19 이전에는 사찰 요리도 배우러 다녔고요. 또 동네의 공유 텃밭에서 농사도 짓고 있어요. 농사라고 해봐야 가끔 잡초 뽑으러 가는 것뿐이지만요.(웃음) 텃밭에 감자나 상추, 대파 등을 심었는데 정말 잘 자라더라고요. 진짜 자연을 머금고 자라서 그런가? 그 외에 매일 산책도 하게 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됐어요. 예전과는 달리 건강, 동물, 환경, 채식으로 관심사가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