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비건 카페 르봉땅에서 함께 일한 시누이자 동료 레아 샘(양수민)과 ‘모두를 위한 비건’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만든 <비건 홈카페>의 공동 저자 이현경입니다. <비건 홈카페>는 구하기 쉬운 재료로 건강하면서 세련된 맛과 비주얼까지 훌륭한 비건 요리와 베이킹 레시피를 담았어요. ‘먹는 행위’에 자신의 생각, 신념을 반영해 맛있고 예쁘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에요. 지금은 비건 그래놀라 카페 오트도트를 운영하며 비건 요리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비건 샌드위치나 버거 등 서양식으로 비건 음식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면 앞으로는 한국적 특징을 담은 비건 음식을 개발해 일상생활에서 오래도록 비건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나의 비건 라이프의 시작은? 처음에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었어요. 10여 년 전 중국 유학 시절, 갑자기 생긴 성인 여드름으로 고생했어요. 잦은 시술로 인한 흉터로 좌절하던 중 매크로바이오틱을 접하며 ‘비건으로 살아보자!’ 결심했어요. 그러나 잦은 외식으로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비건으로 지내길 포기했어요. 이후 비건이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닌 환경과 동물 복지 등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 비건 식생활에 관심을 갖고 비건 지향적인 ‘플렉시테리언’으로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비건을 실천하고 있나요? 밖에서는 고기를 먹어도 집에서는 요리에 고기를 사용하지 않아요. 딸이 둘인데 아이들도 채소와 친해질 수 있도록 같이 요리하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만들어줘요. 유치원을 다니기 때문에 거기서 먹는 식단까지 터치하진 않아요. 저에게 비건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규칙이나 엄격한 규제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해서 이미 포기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건 라이프를 실천해요. 고기를 먹어도 귀하게 먹고,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해요. 특별히 동물 보호 활동을 하진 않지만 지구는 다른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아요. 이게 제가 비건을 대하는 방식이죠.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버섯이요. 풍부한 영양과 포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종류, 조리 방법에 따라 다채로운 요리를 구현할 수 있어 매일 함께하는 식재료입니다. 대체로 간단히 구워 먹고, 맑은 뭇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 허브와 함께 볶은 버섯을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 볶음밥이나 파스타 또는 빵에 스프레드 형태로 발라 먹기도 합니다.
비건 라이프가 나에게 가져온 변화는? 채식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모든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쉼표와 같은 의식이죠. 부족하기보다 과해서 문제가 생기는 생활에서는 오히려 조금 덜었을 때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가져도 가져도 더 갖고 싶은 욕심, 먹어도 먹어도 멈추지 않는 식욕, 채워도 채워도 허전한 마음을 비건 지향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다스리려고 노력해요. 과도한 육식으로 배를 채웠을 때는 소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빼앗겨 더부룩한 배를 안고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내 몸에 맞는 채식 중심 식생활을 하며 피로감이 덜해졌어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많이 사는 대신 정말로 마음에 들어 오래 쓸 수 있는 가치 있는 물건 하나를 구매하고, 예전에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면 지금은 소중한 사람을 좀 더 살피고 챙기려고 해요.
어떤 비건 요리를 하고 싶나요? 삶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 행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개발하고 가르치고,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죠. 제가 다양한 음식 중 비건 요리를 하는 이유는 비건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이런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맛있는 비건 요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맛을 포기하고 이념이나 건강만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닌, 그저 ‘맛있어서 먹어보니 비건 요리였네?’ 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또한 한국인에게 맞는 맛있는 한국식 비건 요리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콩샐러드 토르티야
재료
병아리콩 130g, 해바라기씨 70g, 당근·양파 1/2개씩, 청고추 1개, 토르티야 2장, 토마토 1개, 청상추 4장, 양상추·적양파 1/4개씩, 비건 마요네즈 1/2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레몬마요네즈(비건 마요네즈 3큰술, 메이플시럽·레몬즙 1큰술씩, 레몬필 1개분)
만드는 법
1 병아리콩은 찬물에 8시간 이상 불린 뒤 씻는다.
2 냄비에 병아리콩과 3배 정도의 물, 소금을 넣고 물러질 때까지 1시간 정도 삶는다.
3 해바라기씨는 물에 30분 이상 불리고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4 당근, 양파는 반으로 자른 뒤 1cm 길이로 썰고 ②, ③과 함께 푸드프로세서에 넣어 거친 입자가 될 때까지 간다.
5 청상추, 양상추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토마토와 적양파는 0.5cm 두께로 슬라이스한다. 청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한 뒤 잘게 다진다.
6 ④에 청고추, 비건 마요네즈, 레몬즙을 넣어 버무리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7 준비한 레몬마요네즈 재료를 고루 섞는다.
8 토르티야에 ⑦을 바르고 청상추, 양상추를 올린 뒤 ⑥과 토마토, 적양파를 한 번 더 얹고 레몬마요네즈와 청고추를 뿌린다.
9 ⑧을 아래서 위로 한 번 접고 양옆을 안으로 살짝 접은 뒤 돌돌 말아 반으로 잘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