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림·김지훈 씨 부부는 직접 지은 주택에서 4년째 살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혼집을 알아보던 박혜림·김지훈 씨 부부는 여느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해 살 지역과 집을 물색했다. 집을 알아보고 대출 계획을 세우면서 내 집 장만이 어려운 현실을 깨달았고, ‘이 정도면 우리 집을 지을까?’라는 생각으로 부부의 집 짓기는 시작됐다.
고구마밭이었던 농지의 용도 변경부터 각종 허가까지 직접 진행했다. 이후 건축사를 통해 설계와 시공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박혜림·김지훈 씨 부부는 설계만 의뢰하고 직접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 견적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금액이 커서 ‘이것도 직접 해볼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부부는 퇴근 후, 그리고 주말을 쪼개어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인부를 고용해 집 짓기를 시작했다. 구매한 자재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일정이 꼬였던 일, 전기공과 목수가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아 난감했던 일 등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일들이 그 당시 초보, 아니 이런 모든 일이 처음이었던 부부에게는 힘들고 서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처음에는 결혼식 전까지 집을 지어 하우스 웨딩도 하고 싶었지만 당연한 듯 일정은 밀리고 밀려 신혼여행 중에도 부부는 근처에 살고 계신 시부모님을 통해 공사 지시를 해야 했다고.
내부 인테리어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도면만 가지고 직접 자재를 구매한 뒤 각각의 업체를 통해 제작 가구를 들이고 인부를 고용해 타일을 깔거나 도장을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남편 김지훈 씨는 준전문가가 됐고, 집이 완성된 이후에도 집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취미가 됐다.
집 옆에 위치한 목조 온실이나 집을 둘러싼 담, 다이닝 테이블의 철제 다리 등도 직접 만든 것이다. 박혜림·김지훈 씨 부부의 붉은 벽돌 주택은 3층으로, 외부에서 봤을 땐 2개의 건물이 있는 듯한 모양인 ㅅ자 집으로 만들어졌다. 땅 모양에 따라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한 건축 디자인으로 설계된 것이다.
집에 들어서면 마당 그리고 꽃을 키우거나 날이 좋을 땐 야외 바비큐가 가능한 목조 온실이 있다. 내부 구조는 1층은 거실과 주방, 2층은 침실과 곧 태어날 아이의 방과 작은 테라스, 3층은 세탁실과 테라스로 구성했다.
최근 남편이 지하 공간을 새로 만들었는데 운동하기 위해 기구를 놓은 공간과 공사 이후 남은 자재와 기기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지하로 난 문을 열고 나가면 집 아래쪽 시내가 흐르는 산책로와 바로 연결된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1층은 창을 크게 내어 마당과 맞닿아 있다. 퇴근하고 나서 또는 주말에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2층은 메인 침실과 작은 테라스가 있는데, 침실을 따라 들어가는 복도에 만든 윈도 시트가 포인트. 창밖의 푸른 ‘논 뷰’를 감상할 수도 있고 부부가 함께 독서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집을 지으면서 꼭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라고.
모든 집이 그렇겠지만 이 집은 어디 하나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자세히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살면서 고치고 보완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한다. 남편 김지훈 씨는 주택 생활을 오래 했지만 아내 박혜림 씨는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주택에 살고 싶었던 남편의 권유에 넘어갔죠.(웃음) 그런데 4년 정도 살아보니 다들 왜 주택살이를 꿈꾸는지 알겠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풍경은 물론 작은 마당이지만 자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점도 좋고, 굳이 캠핑을 가지 않아도 되죠. 물론 주택에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는데 주택살이를 꿈꾼다면 전세로라도 한번 체험해보길 권해요. 좋은 점도 많지만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일도 정말 많거든요!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모르고 누렸던 편안함이 전부 제 일이 되거든요.(웃음)”
촬영 당시 만삭이었던 박혜림·김지훈 씨 부부는 이제 태어날 아기와 함께 더 즐거운 주택살이를 꿈꾸고 있다. 꽃이 피고 지는 풍경, 눈이 내리는 풍경, 마당의 흙을 밟으며 뛰어다닐 아이와 부부의 행복한 주택살이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