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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유튜브

홈트족의 멘토, 요가소년

On June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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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분위기, 따뜻한 목소리,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동작, 적재적소에 건네는 위로의 말. 한지훈 씨가 ‘요가소년’을 브랜딩하는 방법이다.

3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요가소년(한지훈 씨)’은 집에서 요가를 하는 홈트족에게 멘토로 통한다. 동작을 설명하다가 마음을 울리는 잔잔한 목소리로 “못해도 괜찮아요”라며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구독자에게 위로이자 휴식으로 통한다. 실제로 구독자 중엔 요가소년을 통해 느낀 마음의 평안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그 반응은 요가소년이 지향했던 반응과 맞닿아 있다.


채널 <요가소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내를 통해 요가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요가에 푹 빠져 지내던 중 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서 몇 시간 동안 요가를 하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죠. 화가 났던 감정이 누그러지고 안 풀릴 것 같은 문제가 별것 아닌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때 요가를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요가소년을 브랜드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제 직업이 됐죠. 벌써 3년하고도 6개월이 흘렀네요.

‘요가소년’이란 네이밍은 어떻게 지었나요? 유튜브를 막 시작했을 무렵 채널 이름은 ‘하우즈요가두잉’이었어요. 제가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날이었어요. 당시 저는 요가 수련을 하며 땀을 흠뻑 흘렸는데 열기가 식으면서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죠. 제 모습을 본 아내가 깔깔거리며 웃더니 꾀죄죄한 시골 소년 같다는 거예요. 그때 요가소년이라는 네이밍이 떠올랐어요.

한마디로 ‘요가소년’이 ‘부캐’군요. 한지훈이라는 사람과 요가소년이란 캐릭터에 공통분모가 있지만 다른 존재예요. 저는 책과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요가소년은 요가로 소통하면서 만들어지고 있는 캐릭터죠. 집에서 요가를 하는 방법이 알고 싶다거나 저의 편안한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은 한지훈이 아닌 요가소년이 지닌 특징을 좋아하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요가 하는 남자의 대표적 인물이 됐습니다. 처음에 기획할 때 구독자 10만 명이 될 때까지 구독자가 한지훈에 대해 궁금하지 않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제 채널에 오면 요가만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의미였죠. 그래서 다양한 콘셉트의 영상이 아니라 요가 하는 영상만 만들었어요. 같은 프레임 안에서 자연광을 받으며 요가를 하는 게 기본 골자죠. 거기에 창문을 연다거나 시간대를 달리하는 등의 차이를 줬어요. 또 주제를 조금 더 구체화했어요. 예를 들면 우울감을 없애는 동작 같은 것이죠. 특정한 주제의 영상은 구독자 유입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오랫동안 두면 갑자기 관심을 받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구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맞춰가는 작업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요가소년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언제 요가를 시작했나요? 10여 년 전 인도에서 처음 경험했고 본격적으로 한 것은 6년 정도 됐어요. 처음엔 요가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어요. 친구와 여행을 갔는데 한 달짜리 코스를 3일 만에 완성해준다면서 자세를 쉼 없이 보여주고 저희에게 따라 하라고 했죠. 그리고 한국에 와서 아내를 따라 요가원에 가게 됐어요. 당시엔 데이트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루는 제가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자세를 시도하려고 몰두하고 있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조용히 제 옆으로 오시더니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소곤소곤 이야기해주고 가셨죠. 그 말 한마디에서 배려와 존중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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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위에서만큼은 너무 노력하지 마세요. 그 누구와도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편안하게 수련하세요.

요가에 빠질 수밖에 없었겠군요. 그 후 미국에 와서 요가원을 찾았는데 또 좋은 요가 선생님을 만났어요. 안타까운 경험을 많이 한 분이었는데 “요가가 나라는 사람을 구했다. 여러분에게도 요가가 삶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따뜻하게 안아주셨어요. 요가는 많은 자세를 취할 줄 알고 더 고난도 자세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아니에요. 또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도 아니에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세를 취하고, 내 호흡을 충분히 느꼈으면 돼요. 그래서 항상 영상에서 “만족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그리고 영상이 끝날 땐 “내일 또다시 매트 위에서 뵙겠습니다. 나마스테”라고 말하죠. 많은 분이 매트 위에서만큼은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멘트예요.

수많은 채널 중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도 많아요. 과거 <책 읽는 라디오>라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서 MC를 맡았고 이후 성우가 되기 위해 공부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죠. 그리고 꾸준함도 중요해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지는데 그것보다 더 많은 채널이 멈춰요. 내가 영상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아무도 보지 않거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 ‘내가 매력이 없나?’라고 생각해 상처를 받고 활동을 멈추는 것 같아요.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일정 기간 콘텐츠를 제작해야 해요. 그 기간이 한 달이 돼도 좋고, 6개월이나 1년이 돼도 좋아요.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고 굳은살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매일 ‘요가’를 검색하고 국내외에서 새로 생긴 채널을 팔로해요. 경쟁자가 아닌 러닝메이트라 여기고 그들이 올린 영상을 보고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었는지 시장조사를 하는 거죠. 저는 유튜브를 동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소통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이라고 여기죠. 그래서 저와 함께하는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인생에서 마주한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한테서 찾거든요. 명상하면서조차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매트 위에서만큼은 너무 노력하지 않았으면 해요.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맞아요.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해요.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5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러면 작은 생활 소음들이 들리다가 점차 내 호흡 소리만 들리게 돼요. 어제 받았던 스트레스를 잊고 오늘 하루를 활기차게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 그래서 요가를 할 때도 사바아사나 자세를 가장 좋아해요. 단순히 누워서 쉬는 자세가 아니에요. 앞에 거쳐온 과정이 없다면 휴식을 취하는 자세가 되지 않겠죠. 무언가를 해냈기 때문에 휴식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거예요. 구독자들이 저와 함께 요가를 할 때만큼은 매트 위에서 나를 살펴보고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요가소년의 다음 스텝이 궁금합니다. 요가소년이라는 브랜드로 요가를 나누는 일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만약 새로 시도하는 일이 요가소년 활동에 영향을 준다면 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지금 관심과 애정을 받는 만큼 걸맞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애초에 제가 기획했던 요가소년은 작은 주먹만 한 크기였어요. 그런데 3년 동안 구독자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큰 동그라미가 되고 있어요. 요가소년은 구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캐릭터입니다. 저도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할 수 없어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김연주
사진
지다영
2021년 06월호
2021년 06월호
에디터
김지은, 김연주
사진
지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