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감독 한동화, 작가 이은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더그레이트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박인환 분)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송강 분)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극 중 박인환은 삶의 끝자락, 가슴 깊이 담아뒀던 발레의 꿈을 꺼내든 은퇴한 우편배달원 덕출 역을 맡았다. 꿈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한 덕출의 발레리노 도전기는 시청자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나빌레라>는 ‘원로 대배우’ 박인환, 나문희에 ‘대세’ 송강까지 신구의 완벽한 조화로 화제를 모았다. 이에 <나빌레라>의 원작자 HUN 작가는 “캐스팅 만족도 300%”라며 운을 뗐다.
그는 “특히나 수십 년을 브라운관에서 접해온 박인환, 나문희 선생님에 대해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의심의 여지없는 완벽한 캐스팅이었다”며 “개인적으로 덕출은 50~60대 중년 배우가 맡아서 분장을 살짝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몸을 써야 하는 소재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진의 캐스팅이 결국 정답이었다.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춰 ‘진짜’ 덕출에 맞는 캐스팅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출 캐릭터는 인생 그 자체가 묻어 나오는 표현들이 중요하다. 평범한 말 한마디부터 호흡 하나까지 박인환 선생님의 연기는 ‘덕출 그 이상’이다”라고 말하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나빌레라>는 드라마에서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소재인 발레와 함께 일흔 할아버지 덕출과 스물셋 청춘 채록이 47년이라는 세대를 초월해 우정을 쌓아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HUN 작가는 “덕출과 채록은 ‘가장 멀지만 가장 가까이’라는 기본 인물관계 설정을 갖는다. 원작을 만들 때도 이 부분에 집중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적인 표현에서 두 캐릭터의 쿵짝이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표현됐다”고 말했다.
30년 만에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은 박인환을 서면 인터뷰했다.
내성적이고 타인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뭔가? 웹툰이 주는 감동이 참 좋았다. 우리 나이가 되면 할 수 있는 배역도 한정적이다. 비슷한 연배들에게 ‘희망’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공감을 줄 수 있는 소재라 끌렸다. 특히 ‘내가 놓치고 있는 꿈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해보게 됐다. 보통 젊으면 어리다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극 중 채록처럼 젊은 친구에게 배우기도 하고 우정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도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로 배우의 발레리노 연기는 도전이다. 힘든 점은 없었나?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몸에 딱 달라붙는 발레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내 나이가 되면 몸이 굳는다. 부드럽게 움직이고 돌고 점프하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극 중 덕출처럼 나 역시 새롭게 도전하는 연기인 만큼 인물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발레리노 연기를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6개월 이상 발레 레슨을 받았다. 처음 기본자세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평소 발레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관련 영상, 서적 등을 많이 찾아보며 발레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특히 앙바, 즈테 등 용어가 낯설어 애먹은 기억이 있다.
송강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송강은 올해 28살로 두 사람의 나이 차는 49년이다) 처음에는 그냥 ‘잘생긴 놈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연기도 늘어가는 게 보이고, 특히 내 발레 스승이다 보니 함부로 할 수 없었다.(웃음) 솔직히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끝까지 나이 많은 나와 함께해주고 내가 힘들까 봐 더 배려해준 채록에게 고마웠다.
나문희 씨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극 중 아내 ‘해남’ 역의 나문희는 영화 <수상한 그녀>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극 중 해남은 평생 가슴속으로만 간직해온 꿈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다). 나문희 씨와는 이번이 아홉 번째 호흡이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느낌이 통한다. 특히 극 중에서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돼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연기했다.
덕출은 꿈을 향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개인적인 꿈도 궁금하다. 나 역시 상당히 내성적이고 타인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손자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웃음)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채록, 덕출은 어찌 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와 과거 나의 세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꿈을 위해 두 사람이 서로 도와주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들도 드라마 속 채록과 덕출이 성장하듯 함께 공감하셨을 것이다.